[한눈에 보는 부동산 동향] 5월 분양가이드

‘때는 이때’건설사들 봄철 대목 노린다

[박민우= 부동산전문기자] 정부가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지 한 달째. 추락하던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끊겼던 거래가 활성화되는 등 모처럼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건설사들은 ‘때는 이때’란 눈치. 그 발판으로 5월 대규모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 46개 사업장서 2만6331가구 일반분양
대규모 물량공세…4·1 대책 효과 여부 관심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올해 말까지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 면적’의 주택 구입자에게 5년간 양도소득세를 소급 적용해 면제하는 내용.

관련법 개정안 의결
양도세 한시적 감면


이에 따라 4월1일 이후 신규·미분양, 1가구 1주택자의 85㎡ 또는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한 경우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받게 된다. 감면 대상은 신규와 기존 주택 모두 해당된다. 또 1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부부합산소득 연 7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주택은 6억원 이하일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취득세를 면제받게 된다. 

여야 의원들은 부동산 대책 발표일을 감안해 양도세 감면시점도 당초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의결했던 4월22일보다 앞당겨 지난달 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앞서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면제시점도 당초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가 상임위 통과일인 4월22일로 확정 의결했으나 법사위는 4월1일로 변경해 통과시켰다.

일단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건설사들이 이를 모를 리, 놓칠 리 없다. 5월 대규모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바짝 엎드려 있던 건설사들은 슬슬 기지개를 켤 기세다. 주택 양도세 및 취득세 면제를 담은 4·1 부동산 대책에 발맞춰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선 5월을 기점으로 침체된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5월 전국 46개 사업장에서 총 2만9245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중 2만6331가구가 일반분양 된다.(장기전세 및 국민임대 제외). 이는 전월(4월 2만3028가구) 대비 3303가구 증가한 물량이다.

지역별 분양 예정 물량은 서울 12곳 4193가구(일반분양 2628가구), 경기 11곳 9394가구(8644가구), 인천 2곳 1191가구(1191가구), 지방 21곳 1만4467가구(1만3868가구)다. 5월 서울에서 분양되는 사업장은 현대산업개발 ‘인왕산2차 아이파크’, GS건설 ‘공덕자이’등이다.

수도권에선 포스코건설 ‘송도더샵 그린워크3차’, 현대산업개발 ‘별내2차 아이파크’, 하남도시개발공사 ‘에코&’, 롯데건설 ‘판교알파돔시티’, LH ‘하남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 등의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지방도 한림건설 ‘한림풀에버’, 한국토지신탁 ‘코아루플러스’, 서한 ‘이다음’ 등의 분양 물량이 준비돼 있다. 다음은 5월 분양 예정인 주요 물량들이다.

▲인왕산2차 아이파크 =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종로구 무악동 71-1 일대에 ‘인왕산2차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84∼112㎡ 총 167가구 규모로 이중 108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주변에 서대문독립공원, 사직공원이 있어 도심에서 쾌적한 자연을 누릴 수 있다. 또 경복궁, 경희궁 등 고궁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시설이 있다. 현대백화점, 세브란스병원 등의 편의시설도 있다. 이와 함께 독립문초등학교, 대신중교, 한성과학고, 연세대 등 우수한 교육시설이 있어 교육환경이 뛰어나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통일로를 통해 도심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공덕자이 = GS건설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380번지 일대에 ‘공덕자이’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59∼114㎡ 총 1164가구 중 134가구를 일반분양 한다. 
단지 인근에 이마트(공덕점), 마포아트센터, 현대백화점(신촌점), 그랜드마트(신촌점), 밀리오레(신촌점), 신촌세브란스병원, 아현스포렉스, 효창공원, 노고산동 체육공원, 손기정 체육공원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이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강변북로, 자유로, 내부순환도로, 올림픽대로 등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바짝 엎드려 있던 
건설사 슬슬 기지개
 
▲송도더샵 그린워크3차 =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 D17, 18블록에 총 1071가구 규모의 ‘송도더샵 그린워크 3차’를 분양한다. D17블록은 지하 2층, 지상 25∼29층 3개동에 아파트 69∼104㎡ 318가구, D18블록은 지하 2층, 지상 29∼34층 6개동에 84∼117㎡ 753가구로 조성된다.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은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형이 706가구로 전체 공급물량의 66%를 차지한다.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IBD)의 핵심 주거단지로 꼽히는 1공구에 위치해 있다. 센트럴파크 공원과 채드윅 국제학교, 커낼워크, 송도 센트럴파크1몰 등이 근접해 있다. 인근엔 포스코교육재단이 운영하는 자율형 사립고가 오는 8월 착공해 2015년에 개교할 예정이다. 롯데몰 송도는 2016년에, 송도 이랜드 NC백화점과 복합쇼핑단지는 201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인천지하철 센트A파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별내2차 아이파크 = 현대산업개발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택지지구 A2-1블록에서 ‘별내2차 아이파크’를 공급한다. 지하 1층, 지상 10∼29층 9개동 전용면적 기준 72∼84㎡ 총 1083가구다.
단지 인근에 불암산과 덕송천이 위치하고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별내IC 진입이 용이하고 지구 남쪽으로 경춘선 별내역이 지나 교통이 편리하다. 단지 북쪽으로는 서울지하철 4호선 연장선이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택지지구 내에 이마트가 개점할 예정이며, 메가볼시티 등 대규모 편의시설 조성도 추진 중이다. 단지 근처의 별가람 중학교와 더불어, 덕송초, 별내고 등 다양한 교육환경도 갖추고 있다.

▲에코& = 하남시 도시개발공사는 위례신도시 A3-8블록에‘에코&’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전용 75∼84㎡ 총 1673가구로 이뤄졌다. 75㎡ 438세대, 84㎡ 438세대로 각각 A·B 타입 4종류다. 성남CC 인근에 위치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전량 전용 85㎡ 이하 물량이기 때문에 4·1 부동산 대책 수혜를 볼 수 있는 단지로 청약가입자 중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공공분양이다. 
위례신도시는 지구 서쪽으로 서울지하철 8호선 및 분당선 환승역인 복정역과 북쪽으로 서울지하철 5호선 거여역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와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헌릉로, 송파대로, 성남대로, 제2양재대로(예정) 등을 통해 서울·수도권 어디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판교알파돔시티 = 롯데건설 등이 참여한 (주)알파돔시티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530번지 일대 C2-2블록과 C2-3블록에 ‘판교알파돔시티’를 분양할 예정이다. C2-2블록은 지하 3층∼지상 19층 전용면적 96∼203㎡ 총 417가구, C2-3블록은 지하 3층∼지상 20층 전용면적 96∼203㎡ 총 514가구로 구성된다. 신분당선 판교역과 연결되고 경부고속도로 판교IC, 서울외곽순환도로, 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 분당∼내곡 간 고속화도로, 용인∼서울 간 고속화도로 등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하남미사지구 = LH는 경기 하남시 하남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 A18블록과 A19블록에 공공분양(사전예약 물량 포함)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A18블록 전용면적 74∼84㎡ 1455가구, A19블록 전용면적 74∼84㎡ 821가구로 구성된다. 서울 강동구와 접해 있어 강남 접근성이 좋고 강일·상일IC, 올림픽대로, 서울외곽순환도로, 경춘고속도로 등 교통 여건도 좋다. 지구 내에 서울지하철 5호선도 들어설 예정이다. 

▲한림풀에버 = 한림건설은 진주혁신도시에 ‘한림풀에버’아파트를 분양한다. A13블록에 지하 2층∼지상 25층 19개 동과 부속동 13개 동 등 총 32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67㎡ 196가구, 85㎡ 1225가구 등 총 1421가구다. 혁신도시 내에서 민간사업자가 공급하는 첫 단지인 한림풀에버는 남해고속도로 문산IC 및 동진주IC, KTX 진주역이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다.
주변엔 공원과 상업지역이 있어 혁신도시 내에서도 최고의 입지인데다 북쪽으로 중학교 부지가, 동쪽으로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고 부지가 도보로 3∼5분 거리에 인접해 교육여건도 뛰어나다. 특히 첨단 주거 및 업무단지로 건설되는 혁신도시의 여건에 맞춰 단지설계는 남강과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조망을 이용한 개방형으로 전 가구를 남향 배치했다.

수도권 1만2463가구
지방 1만4467가구

▲코아루플러스 = 한국토지신탁은 강원도 삼척시 건지동 115번지 일대에 ‘코아루플러스’를 공급한다. 지하 1층∼지상 19층, 전용면적 59∼84㎡ 총 326가구로 구성된다. 2015년 개통 예정인 동해고속도로 삼척IC가 인근에 위치했고, 국도 38호선(4차선 확장 중)을 통해 태백과 동해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삼척시청, 삼척버스터미널, 남양체육공원, 홈플러스, 삼척의료원, 삼척문화예술회관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삼척중 등의 교육시설도 인접해 있다. 

▲이다음 = 서한은 대구 동구 각산동 대구혁신도시 B-1블록에 ‘서한 이다음’을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18층 9개동, 전용면적 65∼84㎡ 총 479가구로 구성된다. 대구∼부산 고속도로 동대구IC, 경부고속도로 동대구 JC, KTX 동대구역, 대구국제공항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롯데쇼핑프라자, 이마트, 동구문화체육회관, 율하체육공원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대구일과학고와 개교 예정인 초·중·고교 7곳 등의 교육시설도 인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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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