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36년 만에 부활한 ‘박정희 사람들’ 현주소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29 15: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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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대물림 하더니 사람까지 대물림?

[일요시사=정치팀] ‘독재자 박정희가 살아나고 있다.’ 한 진보성향 언론에 기고한 전문가의 칼럼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정가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박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박정희가 살아나고 있다’고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말 그들이 ‘박정희 시대’에 날고 기던 이들, 혹은 그 2세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독재의 만행’을 몸소 겪었던 이들에게 이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들은 박정희의 ‘박’자만 들어도 ‘박정희의 부활’과 다름없는 공포와 맞닥뜨린다. 그렇다면 36년 만에 부활한 ‘박정희의 사람들’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매년 4월22일은 ‘새마을의 날’이다. 2011년 국가기념일로 공식지정 된 이후부터 ‘대통령 박정희’의 업적을 칭송하고 그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일명 ‘과외교사’이자 ‘새마을운동 전도사’인 한 학자가 있다.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그 주인공. 그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2 명의 박 대통령’에게 빚졌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컬러링도 건배사도
오로지 ‘새마을’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구대와 청구대를 강제 통합해 영남대를 설립했다. 영남대가 ‘박정희 일가의 대학교’가 된 역사적 시발점이다. ‘이 법인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설립자 박정희 선생의 창학정신에 입각하여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의 영남대 정관 제1조만 봐도 알 수 있다.

최 교수는 영남대 새마을장학생 1기생(77학번)으로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진 ‘지역사회개발학과’에 입학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교수의 인연은 모친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에 시작됐다고 한다. 이들의 각별한 인연은 ‘새마을노래’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교수는 지금도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새마을노래를 쓴다고 한다. 최 교수의 술자리 건배사도 ‘근자협’으로 알려져 있다. 근자협이란 새마을운동의 슬로건이던 근면, 자조, 협동의 줄임말이다. 그는 작년 박 대통령 대선 유세장에서도 새마을 노래를 틀었다는 전언이다.


박정희와 서갑호
경제발전 동반자

최 교수는 2009년 자신의 모교이자 일터인 영남대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전초기지로 삼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자 유족’ 자격으로 7명의 이사진 중 4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박 대통령에게 주면서다.

이때부터 영남대는 다시 ‘박통의 대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영남대에 박정희 새마을정책대학원을 만들어 초대원장을 지냈으며, 박정희리더십연구원을 세웠다. 이처럼 43년 전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최 교수를 매개로 시간을 뛰어넘어서까지 상존할 조짐이다.

최 교수에 앞서 1971년 영남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도 ‘친박라인’이다. 김 이사장은 ‘박근혜 해바라기’로 불린다. 대구 출신인 김 이사장은 영남대를 졸업한 뒤 방림방적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방림방적의 설립자인 서갑호 사장이 그 중심인물로, 김 이사장과 박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는 여기 있다.

‘2 명의 박 대통령’에게 빚진 최외출 교수 ‘새마을운동’ 재현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노동자 탄압했던 방림방적 임원 거쳐

서 사장은 1929년 14세의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1963년 한국 경제개발계획에 발맞추어 해외동포로서는 최초로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국내에 도입, 한국석유산업으로 수출강국이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서 사장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 사장은 3000여 평(현 시가 1조2천억원)의 주일 대한민국대사관을 사저로 매입해 박 전 대통령에게 기증하면서 두 사람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서 사장과 그 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찍은 사진이 지난 2011년 8월11일 서 사장 아들에 의해 공개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당시 방림방적은 그 유명한 ‘방림방적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회사로 악명을 날렸다.

방림방적 노동자들은 “방림방적에서 박정희정권의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외부에 고통을 호소하면서 노동계의 이목이 쏠렸다.

박정희정권에서 산업화가 본격화된 시기에 진보적 기독교 선교단체 총무로 활동했던 인명진 목사는 매체를 통해 “방림방적 등에서 자행된 박정희정권의 노조 및 노동자 탄압 실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1977년 11월28일자 ‘방림방적체불임금대책협의회 참가자’의 성명서에 따르면, 방림방적은 노동자들의 체불된 임금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온갖 악독한 방법으로 탄압하고 있지만, 정부는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기는커녕 악덕기업을 옹호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방송 PD 출신
박근혜 사조직 합류

김 이사장은 이러한 노동자 탄압이 자행되던 시기 방림방적에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방림방적은 굵직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김 이사장은 임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그 이면에는 임금체불과 노동자 탄압이라는 그늘이 존재했다. 김 이사장이 직간접적으로 당시 방림방적 노동자 탄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된 고학찬 윤당아트홀 관장도 대표적인 ‘박정희 사람’으로 꼽혀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고 관장은 박 대통령을 보좌한 조직에서 활동한 친박인사로 육영수 여사 헌정 공연으로 불리는 뮤지컬 <퍼스트레이디>를 공연해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고 관장은 박 대통령의 사조직이었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문화예술분야 정책조언을 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고 관장은 1970년 한양대 영화과를 졸업한 후 동양방송 TBC PD와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총괄국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박정희정권 당시 그의 구체적 활동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지만, 무엇 때문인지 고 관장에게는 박정희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고학찬 예술의 전당 사장, 육영수 헌정 뮤지컬 <퍼스트레이디> 공연
쿠데타·유신·독재 함께한 측근의 2세들 '정영사' 통해 사회 요직 맡아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고 관장 임명에 대해 “대통령의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사람, 본인 캠프에서 일한 사람 중 가족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 본인 가족들을 칭송하는 사람이 현재까지 보여준 이 정부의 인사코드”라며 “소위 박정희 코드라고 불리는 신(新)권력이 이 정부가 말하는 ‘전문성 있는 인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른바 ‘박정희 키드’라 불리는 박 전 대통령 측근 2세들이 박근혜정권 내각과 청와대에 한자리씩 차지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정희 사람 1세들이 주로 영남대를 통했다면 2세들은 ‘정영사(正英舍)’를 통했다. 정영사는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이름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각각 따서 1968년 서울대에 세워진 기숙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를 맡았던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교육과학분과를 맡았던 장순흥 교수의 부친은 박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진다.

서 장관의 부친인 고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1기 출신으로 5·16군사쿠데타에 참여한 인물이다. 서 전 장관은 박정희정권에서 육군참모총장, 대통령 안보담당특별보좌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유신 시절에는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장 교수 역시 박 전 대통령(육사 2기)의 측근이던 장우주 전 대학적십자사 사무총장의 아들이다.

‘박정희 키드’
보은인사 여전

또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을 맡았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의 부친은 박 전 대통령이 총애했다는 고 최재구 전 공화당 의원이다.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이던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을 기초했던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박 대통령 주변을 포진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박 전 대통령 측근 또는 그들의 2세들이 여전히 정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보은·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지는 이유다. 이것은 박 대통령의 최대맹점으로 꼽힌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정권 초반 ‘독재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잖았다. 그 시절 유신과 독재를 목도했던 이들이 요직을 차지해 최소 36년이나 지난 역사를 거스르지는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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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