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당권 접수 나선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

"안철수 신당 반길 세력 새누리당밖에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김한길 의원이 중병에 걸린 민주통합당 ‘집도의’를 맡을 수 있을까?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 의원이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 대표라고 해봤자 ‘잘해야 본전’인 자리다. 민주당이 대수술 위기에 놓인 탓이다. 당심은 갈라졌고 안풍은 거세졌다. 박근혜정부 들어 현안은 쌓여만 가는데 여당을 견제할 제1야당 본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게다가 북한마저 말썽이니 그 어느 때보다 영광은 덜하고, 위험부담은 높다. 이 와중에 호기롭게 메스를 집어든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김 의원을 만나 속 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김한길 의원은 그냥 봐선 정치인 같지 않다. 오랫동안 사람 가까이 사람 생각하며 글을 써왔기 때문일까? 푸근한 인상에 편안한 말투까지 정치인 특유의 딱딱함이 덜하다.

‘백발동안’이라는 별명에서 느껴지듯,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덜어준다. 그렇다고 김 의원이 정치적 내공이 부족한 인물이라 판단한다면 그야말로 큰 오산이다. ‘외유내강’, 요즘 말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하지 않던가?

그는 탁월한 전략가이자, 손꼽히는 지도자로 유독 빠른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런 그가 과연 제1야당의 수장으로서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기대 반 걱정 반인 분위기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오는 전당대회에서 이용섭 후보와 사퇴한 강기정 의원의 협공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협공이 전당대회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시는지?

▲ 남은 선거 기간 좌고우면하지 않고 ‘김한길이 민주당 혁신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유권자에 심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오직 독하게 혁신하여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  지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비노·비주류’의 협공 또한 만만치 않았다. 1위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합종연횡’은 이처럼 매번 거론되며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 우리당의 대선후보를 견제하고 협공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무엇보다 단일화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분 없는 단일화는 ‘담합’이 될 뿐이다.

- 이용섭, 강기정 후보는 ‘범주류’로 분류되는데, 한때 야권의 전당대회는 여당에 맞설 역량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사(大事)’였다. 이후 대선후보 경선을 비롯해 세력싸움의 장이 된 전당대회를 진단하신다면.

▲ 민주당이 혁신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중지를 모아가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하는 데, 또 다른 분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전당대회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김 의원께는 친노에 대한 반감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개인의 경쟁력이 조명받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계획이신지?

▲ 친노니 비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말 이제는 그만해야 된다. 나의 경쟁력은 당을 뭉치게 하고 혁신하여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데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민주당 전당대회의 흥행저조로 이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독주니 대세론이니, 사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당은 지난 네 차례의 중요한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정당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조용히 당원 대의원의 뜻을 모아가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노니 비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말 이제 그만해야”
“힘 있는 중앙 실세들 공천 좌지우지…상향식 공천제 필요”

-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민심을 얻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수장으로 당심을 모으는 데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해결방안은 없으신지?

▲ 여론조사 수치만큼 민주당에 혁신을 요구하는 숫자라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에게서 마음이 떠난 유권자분들을 분석해 보면, 원래 예전에는 민주당을 지지하시던 분들이었지만 지금은 계파패권으로 인한 대선 패배, 그 이후의 무책임한 자세 등에 굉장히 실망한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가 제대로 혁신하고 변화한다면 그분들 상당수를 다시 우리가 껴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민주당 정치혁신 로드맵에서 ‘중앙당의 권한을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에 대폭 이양한다’고 하셨는데 절차와 실현 가능성은?

▲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지금 정당시스템은 철저히 하향식이다. 중앙당의 결정이 곧 당의 의사가 되면서, 당원들의 의사가 당무에 반영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주장하는 것이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다.



사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의 당헌 중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빠졌다. 당의 주인이 없어진 것이다. 이 사실을 당원은 물론 당에 책임있는 분들조차 몰랐다고 한다. 당원이 당의 중심이 된다면 시도당, 지역위원회의 역할도 자연스레 살아날 것이라 믿는다.

- 그렇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제도의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 이제까지 우리 정당들 대부분의 공천관행을 살펴보면, 중앙에 힘 있는 실세의원이 좌지우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계파패권이 만연했다. 또한 각 계파의 수장이 정치신인이나 지역정치인들을 줄 세우기를 해온 왔다. 하지만 당원이 대의원을 뽑고, 당원과 대의원이 주요 당직자를 선출하는 당원직선제가 도입되면 공정하고 투명한 상향식 공천제도가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 이번에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의 가장 이상적인 야권 노선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안철수 신당을 반길 세력은 분명히 새누리당밖에 없을 것이다. 야권의 재구성이 있다면 그 중심에 독하게 혁신한 민주당이 있어야 한다.

- 안 의원의 정치권 입문이 민주당 계파 갈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하시는지?


▲ 안 의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주당이 하나로 뭉쳐 독하게 혁신에 매진하여 이기는 민주당이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지금처럼 국정운영하면 한 치 앞도 안 보여”
“김한길이 거름돼 민주당이란 꽃피워 차기 대선 승리할 것”

-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중도 우파적 성향의 정당이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 안 의원 신당에 대해 내가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좌니, 우니, 중도니 하는 노선투쟁이 아니다. 지금은 소모적인 이념논쟁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민생에 집중할 때다.

- 민주당의 미래, 어떻게 전망하는가? 또한 민주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보시는지?

▲ 계파패권의 해체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친노니 비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명찰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오직 민주통합당이라는 명찰을 달고 모두 뭉쳐 독하게 혁신해야 한다.


- 만약 민주당 대표가 되신다면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현안은 무엇인가?

▲ 당대표의 제1역할은 역시 선거 승리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최우선적 과제일 것이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 민주당 대표로서의 최우선 과제라 여긴다.

- 박근혜정부 5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 출범 이후 지난 50여 일 동안 보여준 박근혜정부의 태도는 기대 이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태도변화 없이 지금처럼 국정을 운영한다면, 앞으로 5년, 한 치 앞이 안 보일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은 대한민국 국민의 성공이다. 제1야당으로서 협조할 것은 하겠지만, 잘못한다면 존재감을 확실히 보일 것이다.

- 마지막으로 야권 지지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민주당은 지금 존망의 위기에 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할 혁신을 기필코 이뤄낼 것이다. 혁신은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견뎌 내야 한다.

김한길은 나 자신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중요할 뿐이다. 혁신의 과정에서 김한길이가 망가지고 상처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대표의 자리에서 김한길이 꽃피는 것이 아니라 김한길은 거름이 되고 민주당이란 꽃을 피워 마침내 2017년 대선 승리라는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김한길 의원 프로필>

▲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한국일보> 미주지사 기자, <중앙일보> 미주지사 편집국장·지사장
▲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 명지대학교 초빙교수
▲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대변인
▲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기획특보
▲ 제16?17대 총선 기획단장·본부장
▲ 제17대 건설교통위원장, 국회운영위원장
▲ 제37대 문화관광부 장관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국회 문화방송체육통신위원회 위원
▲ 15·16·17·19대(4선, 광진갑)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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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