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돌아온 '친박' 서청원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47:55
  • 댓글 0개

죽다 살아난 '풍운아'…여당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친박원로'서청원이 돌아왔다. 5년 만이다. 상임고문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란 말처럼 국민들 시야에서 사라졌던 왕년의 정계 거물이 보란 듯이 컴백했다. 수차례 고비를 넘긴 그의 롤러코스터 정치인생과 역할론을 짚어봤다.



'원조 친박계'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서 고문의 당 복귀는 5년 만이다.

당 들락날락
5년 만에 복귀

1943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서 고문은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언론계 출신 정치인이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전국총학생연합회 위원장 출신으로 정치권의 대표적인 6·3 세대다. 6·3사태(1964년 6월3일 박정희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진압한 사건) 주도 혐의로 100일간 투옥되기도 했다.

1969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한 서 고문은 1980년 광주항쟁 때 '광주사태 특파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5·18 특파원 리포트>란 단행본을 발간했다. 같은해 민주한국당 선전분과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 1981년 11대 총선(서울 동작구)에서 민한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12대 총선에서 낙마한 그는 같은 지역구 13·14·15·16대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당적이 '민한당→통일민주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상임위원을 계기로 '상도동계'에 들어간 그는 민주당에서 대변인(1989년),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1989년) 등을 지냈다. 신한국당 때엔 원내총무(1996년) 등을 맡으면서 199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반 이회창'기치를 내건 정치발전협의회를 주도, 이수성 전 총리를 지지했으나 야당이 된 뒤 이회창 후보와 YS와의 관계 정상화에 노력했다.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고는 사무총장(1998년), 대표최고위원(2002년),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장(2002년) 등을 역임했다.

서 고문의 정치인생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당도 들락날락했다.


서 고문은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당시 대선 직전 한화그룹과 썬앤문그룹에서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04년 1월 구속됐다가 열흘 뒤 국회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풀려났다.

두 달 뒤 국회 회기가 끝나 재수감된 서 고문은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된 불법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당의 대표였던 제가 그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5개월 뒤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2억원을 선고받고 풀려난 서 고문은 재판 끝에 2005년 형이 확정됐지만 이듬해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탈당·복당 반복 '롤러코스터 정치인생'
'검은돈'받고 수감-사면-복권 기사회생

이후 잠시 여의도를 떠나 있었던 서 고문은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와 손을 잡으면서 부활을 알렸다. '박근혜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맡은 것. 그때부터 '친박계 어른'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떨어졌고, 서 고문의 정치인생도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곧바로 이어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이계에 밀려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 인사들이 줄줄이 낙천되자 또 다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서 고문은 홍사덕, 이규택 등과 함께 친박연대를 출범시켜 대표를 맡았다. 영남권 위주로 후보를 낸 결과 14석(지역구6석+비례대표 8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서 고문도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차 6선이 됐다. 정치권에선 '역시 서청원'이란 말이 회자됐다.

이도 잠시. 위기는 계속됐다. 총선을 앞두고 김노식·양정례 전 의원에게 32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 고문은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1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수감됐다. 물론 의원직도 잃었다. 서 고문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은 부당하다. 명백한 정치적 탄압과 잔인한 보복의 결과"라며 옥중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가 고초를 겪는 동안 친박연대 의원들은 대부분 복당했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를 비롯한 탈당한 친박계 인사들의 복당을 불허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명박-박근혜 회동 후 불허 방침을 철회했다. 물의를 일으킨 서 고문은 복당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꺼질 뻔한 서 고문의 정치인생에 서광이 비친 것은 2010년 8월. 청와대는 서 고문을 8·15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해 남은 형기 중 6개월을 감형키로 결정했다. 당시 서 고문은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 기간이었으나 재수감을 자청해 교소도로 들어갔다. 그전까지 건강상의 이유로 수형생활과 형집행정지를 반복했었다.

역경 이긴 오뚝이?
물 흐린 미꾸라지?

정치권에선 가석방을 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행법상 전체 형기의 3분의 1 이상만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법무부가 형기의 70% 이상 복역하지 않으면 가석방이 어렵다는 내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서 고문은 이미 수형생활을 한 5개월과 감형된 형기를 제외하고 7개월 형기가 남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가석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은 적중했다. 서 고문은 2010년 말 성탄절특사 가석방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자유의 몸'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화해무드'가 유효했다는 평이다. 서 고문의 세 번째 정계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쉽게 나서지 않았다. 감형 직후 "(앞으로)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가석방으로 풀려나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계 복귀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랬던 그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지난 대선 때다.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외곽에서 '박근혜 지원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마다 '해결사'였다고 한다. 특히 박근혜 캠프의 동서화합과 대탕평 회심작이었던 호남인사 영입과정 등에서 대활약했다는 후문이다.

서 고문은 때를 기다린 듯이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대선이 그의 의도대로 끝나고, 지난 1월 MB정부 마지막 사면의 혜택을 받아 복권됐다. 그리고 이번에 상임고문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오래전부터 박근혜 정치멘토
향후 행보는?…역할론 부상

정치권에선 서 고문이 향후 어떤 정치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 고문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상임고문직은 최고위원회 자문 기능을 가진다. 또 주요 현안에 관한 여론 전달 및 의견 개진도 할 수 있다. 상임고문 회의는 대표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상임고문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소집된다. 서 고문까지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모두 36명이다.



액면상으론 그 역할이 한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 당의 상임고문은 막후에서 '숨은 조력자'노릇을 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

친박계는 서 고문의 복당을 환영하는 분위기. 박근혜 대통령 '수족'들의 입각으로 약해진 친박계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서 고문이 흔들리고 있는 친박계의 중심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만약 4·24 재보선 부산 영도에 출마한 '친박계 좌장'김무성 후보까지 가세한다면 친박계 파워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서 고문과 김 후보는 당내 권력지형의 변수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으로선 든든한 우군이 생긴 셈이다. 서 고문은 박 대통령에게 오래전부터 정치적 조언을 해온 많지 않은 측근 중 1명으로 꼽힌다. 6선에 당대표까지 지낸 정치적 역량과 경륜 등을 들어 서 고문이 어떤 형태로든 박 대통령 노선에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새정부 출범 초부터 청문회 등을 두고 엇박자가 나는 상태. 서 고문이 중간에서 이를 다잡는 역할도 배제할 수 없다. 당-청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 고문이 친박계 뿐만 아니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중진 의원들까지 결집해 영향력을 키울지도 관심거리다.

친박 결속력 강화?
'막후 조력자'노릇?
당청 연결고리 역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 고문은 절대로 뒷짐 지고 구경만 할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당에서 할 일이 있지 않겠냐. 아마 없어도 만들어서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장 서 고문의 역할론을 얘기하긴 이르지만 박 대통령에겐 도움이 될 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서 고문은 '독오른'여론을 의식해선지 일단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내가 봐도 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상임고문으로서 역할에 대해선 "뭐를 드러내 놓고 할 생각은 없다. 단지 후배 의원들에게 필요하면 정치적 조언을 해주려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서 고문 컴백에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전후해 당명까지 바꾸며 공천개혁을 약속했던 새누리당의 쇄신이 결국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눈속임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판명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서 고문이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친박 핵심 인사란 점에서 대통령을 의식한 재입당 의결이 아닌지 의심했다.


김무성 가세하면…
야 "모종의 의도"

민주당은 "최근 대통령의 인사난맥상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 고문의) 귀환이 당을 친박실세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면 이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가뜩이나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있는 새누리당이 더욱 식물정당화돼 18대 국회 때처럼 거수기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