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전성시대' 비밀 사조직 부활 내막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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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하나회' 박통시대 맞아 꿈틀꿈틀

[일요시사=사회팀] 정부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오히려 정권을 탈취했던 비극의 역사가 있었다. 유신 이후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얻었다. 그때 맛봤던 열매가 달콤했던 탓인지 육군 안에 하나회의 계보를 잇는 또 다른 조직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육사의 전성시대는 지금 막 시작됐다.



지난 1993년 4월, 김동진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에게 '지휘서신1호'를 발송했다. 육군 내 모든 장교의 사조직 가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나회 몰락
나눔회 부각

YS정권은 출범과 함께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정조준했다. 비(非)하나회 출신인 김 총장을 발탁한 건 하나회 해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장성들은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옷을 벗었다.

같은 해 '리틀 하나회'로 불렸던 육군 내 또 다른 사조직 '알자회' 출신 장교들은 차례로 진급에서 누락했다. '서로 알고 지내자'는 말에서 유래한 '알자회'는 육군 내 노른자 보직을 독식해 '알짜회'라는 예명으로 불렸다. 이 모임을 발족한 3명은 모두 크리스천이었는데 이들이 예수의 12제자를 본 떠 기수 당 회원을 12명으로 제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알자회의 명단이 외부로 유출되고, 가입 장교들이 차례로 진급에 실패하면서 알자회는 사실상 와해됐다. 그렇게 육군 내 사조직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을 계기로 지하에 있던 육군 내 사조직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하나회는 사라졌지만 '제2의 하나회'가 현 정권에서 부활했기 때문. 육사 출신인 남재준 국정원장의 귀환은 군내 사조직 의혹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나회 숙청 이후 이름만 바꾼 모임 성행
나눔회 가입인사 급부상…회원 200명 육박

육사 25기인 남 원장은 지난 2004년 일어난 '군 장성 진급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육군 내 새로운 실세로 부각된 '나눔회'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하나회의 후신으로 평가 받는 나눔회는 육군 내 모든 인사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리고 이 나눔회의 원로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남 원장이다.

나눔회의 성장은 하나회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항간에 알려진 대로 하나회는 육사 20기 이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회의 마지막 거물은 육사 19기인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이다.

그래서 하나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던 육사 11기를 시작으로 17기까지가 권력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사 22기를 끝으로 하나회는 사실상 실각했다. 그리고 육군 내 새로운 사조직으로 떠오른 게 바로 나눔회, 이른바 'NN회'라는 설명이다.

4개의 사조직
권력은 단 하나

지난 2004년 11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에 위치한 장교 숙소인 '국방 레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10여 부의 괴문서가 발견됐다. 한 달 전 있었던 육군 장성 진급 심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투고였다.

이에 군 검찰은 군 장성 진급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군 검찰은 육군본부(육본)를 압수수색하는 강수를 택했다. 그리고 육본 인사참모부 캐비닛에서 나눔회와 관련된 비밀 문건을 발견했다.

당시 문건 등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육본의 인사관리처장은 남 원장(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준장 진급 대상자 17명의 서류를 위조했다. 대신 남 원장과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이 대거 진급 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때 드러난 수혜 조직이 바로 나눔회란 설명이다.

수색 과정에서 군 검찰이 입수한 관련 문건에는 모두 4개의 사조직이 기재돼 있었다. 하나회와 알자회, 만나회와 나눔회였다.

하나회와 알자회는 공인된 사조직으로 분류된 반면 만나회와 나눔회는 유령조직으로 분류됐다. 그 실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던 것. 앞서 언급된 적 없는 '만나회'는 나눔회의 상부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만나회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육사 20기를 시작으로 29기에 끝났다는 설과 22기에 시작해 34기에 끝났다는 설. 모두 2가지다. 양 주장이 서로 일치하는 부분은 하나회가 숙청된 뒤 만나회가 YS정부의 군 요직을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하나회를 숙청하기 위해 만나회와 손을 잡았다는 비화가 전해진다.

만나회의 결성 시점은 노태우 정부 때로 알려져 있다. L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K 당시 육본 인사참모부장과 함께 만나회를 만든 창립 멤버로 꼽힌다. 만나회는 하나회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사조직으로, 하나회 명단을 만들어 배포한 것도 만나회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만나회는 하부 조직이던 나눔회와 통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발견된 나눔회 명단에 만나회 인사가 다수 포함된 점과 만나회가 30기를 전후해 새로운 기수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나눔회로의 흡수 또는 통합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만나회와 나눔회(문서에는 NN회로 표기)에 병행 표기된 인물이 남 원장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장수(27기)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박흥렬(28기) 대통령 경호실장, 김병관(28기) 전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모두 나눔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4명을 포함한 나눔회와 만나회의 회원을 더하면 그 규모만 200여 명에 육박한다. 하나회 회원이 25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숫자다.

군 관계자는 "문민정부 시절 만나회 출신 인사가 인사참모부장에 오른 뒤 나눔회를 키워줬다"며 "L(22기), K(23기), K(24)기, P(24기) 등은 모두 나눔회의 득세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눔회는 육사 30기 이후가 주도세력이며, 지금도 군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조직"이라면서 "힘 좀 쓴다는 보직에는 모두 나눔회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요직 독점
다시 날개 펴나

나눔회는 군 내부 인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면에서는 과거 하나회보다 더 은밀하게 군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눔회는 최근 육사 출신 외에도 가능성 있는 비육사 출신 장교 영입 또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들어 조직의 영향력을 군 안팎으로 팽창시키고 있다는 설명. 그리고 남 원장은 나눔회의 좌장으로 불리며, 육군 내부의 막후 권력으로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군 장성 진급 비리가 불거졌던 2004년, 남 원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인사 비리와 관련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05년, 군 대장급 인사 중 나눔회 관련 장성은 모두 4명으로 확인됐다. 해군을 제외하면 육군 6명 중 4명이나 나눔회가 이름을 올린 것.

김 실장은 이후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장관으로 영전했다. 김 실장이 육군을 떠나 장관에 임명되자 김 실장이 있던 육군참모총장 자리는 박 실장이 물려받았다. 이를 두고 "육사 선배인 김장수가 박흥렬을 밀어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나눔회로 엮여 있는 김 실장과 박 실장은 서로 막역한 사이로 유명하며, 그들은 18대 대선 이후 나란히 청와대에 입성했다.

인사권 쥐고 장교들 쥐락펴락
장성급 인사서 윤곽 드러날듯
'남재준·김장수·박흥렬·김병관…?'

오래 전 예편한 한 육군 장성은 "군 내부에 보이지 않는 라인이 정해져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진급을 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구조라 진급을 둘러싼 말할 수 없는 알력다툼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리 유능한 군인이라도 불러 주는 지휘관이 없으면 전역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들의 라인이 아니면 배척하는 분위기가 장성급 사이에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성은 사조직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즉 사조직이 실재하는지 여부를 확언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병대 관계자의 증언도 비슷했다. 그는 "육군 내 사조직에 대한 감찰 활동이 심해 드러내 놓고 회동을 갖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체가 없는 단순한 친목 모임을 사조직이라고 덧씌우긴 좀 어렵다"고 의견을 전했다.

군 내부 관계자들은 현재 육군 내 존재하는 사조직이 하나회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과거처럼 함께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치는 등 외부에 세를 과시하는 형태가 아닌 개인 간의 안부를 묻는 차원에서 인맥이 형성된다는 것. 즉 생각만큼 사조직의 실체가 거창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 네트워크의 꼭대기에는 반드시 컨트롤 타워가 있을 것이란 추측에 무게가 쏠린다.

국민 여론에
꽁꽁 숨었다

한 국방 전문가는 "국민들의 군대 내 사조직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나눔회가 드러내 놓고 활동할 수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올해 9~10월쯤 있을 장성급 인사를 통해 나눔회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회나 알자회는 확인된 조직이지만 나눔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이 때문에 하나회가 나눔회 얘기를 일부러 흘려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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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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