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훅’ 간다

4월 골프와 이상기온, 그리고 심장질환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4월은 본격적 골프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언제 갑자기 이상기온이 찾아와 운동을 방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열성적으로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돌발변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필드에 나선다. 특히 산악지형에 조성된 골프장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상기온 속의 필드 나들이는 갑작스런 운동량 증가로 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위험군은 40세 이상 남, 45세 이상 여
이른 봄 준비 없이 필드 나가면 ‘악’

지형의 경사가 심한 몇몇 골프장에선 라운드 하던 골퍼가 갑작스런 심장 이상으로 협심증의 고통을 호소하거나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이상기온에는 심장 혈관에 이상이 생기기 쉬운 법이다.
심장 전문의들은 추운날씨에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실내외 온도가 30℃ 이상 차이 날 때는 심혈관 질환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중·장년층 골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신체 적응력이 떨어지는 추운날씨에 피부가 노출되면 협심증이나 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온이 떨어져 체감온도가 낮아지면 심장은 큰 압박을 받는다. 차가운 날씨에 피부가 노출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고 피의 공급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심장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한층 빨리 뛰며 혈압과 맥박수가 급상승한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혈관 벽이 굳으면 이때 심장에 필요한 산소량이 부족해 협심증을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돌연사를 하게 된다.


허혈성 심질환은 대개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나눌 수 있다. 협심증은 심근허혈로 인한 가슴부위의 통증 또는 불편함을 말하며,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의 일부가 완전히 막혀 이하 부위의 심근이 괴사되는 경우를 말한다.

허혈성 심질환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부분 죽상경화로 인한 관상동맥협착이 그 원인이 된다. 흔히 동맥경화로 알려진 죽상경화는 혈관 내에 찌꺼기가 쌓여 동맥의 내경이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죽상동맥경화는 관상동맥, 대동맥, 뇌동맥, 하지동맥 등에서 잘 나타나고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진행한 후에야 협심증, 뇌졸중, 신부전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데, 대개 혈관면적의 70% 이상이 좁아진 후에야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일단 발병한 후 치료하는 것보다 조기에 발견해 그 발작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다행히 동맥경화는 적절한 치료와 위험인자 조절을 통해 그 진행을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다. 이러한 심장질환의 위험군은 40세 이상 남자와 45세 이상 여자로, 고혈압, 당뇨, 고 콜레스테롤 혈증, 비만, 흡연, 운동 부족, 심한 스트레스,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이다.

인생의 황금기인 중년에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돌연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관상동맥의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무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년의 나이에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체크하고 어려움을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와 더불어 반짝 추위 속에서 라운드 할 때는 추위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하며, 라운드 직후 갑자기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는 것도 좋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S’ 숙지하라

봄 골프에서 ‘타수’보다 중요한 것이 ‘부상 방지’다. 라운딩을 앞두고 여유 있게 골프장에 도착해 굳은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겨울에는 유독 강추위가 이어졌다. 주말 골퍼들이 모처럼 찾아온 따뜻한 날씨를 누구보다 반기는 이유다.
하지만 이른 봄 골프장은 여전히 여러 돌발변수를 품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첫 라운드를 시작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몸은 겨우내 움츠러들었고 코스 컨디션도 엉망이다. 오랜만에 라운드를 나와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갈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즐겁게 골프시즌을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봄 라운드 요령 중 ‘3S(스트레칭ㆍ스윙ㆍ스트레스)’는 반드시 알고 나가야 한다.

◆스트레칭=이른 봄 라운드에 스트레칭은 필수다. 겨우내 굳어 있던 근육과 관절 상태를 잊고 마음만 앞서 풀 스윙이라도 한다면 부상을 입고 최악의 경우에는 시즌을 접을 수도 있다.
고수들의 봄 골프 스트레칭 방법을 따라해 보자. 먼저 티오프 1시간 전쯤 여유 있게 골프장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준비는 라커룸부터 시작된다. 옷을 갈아입기 전 뜨거운 물로 짧게 샤워를 한다. 근육과 관절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미리 준비시키는 것이다.
코스에 나간다면 손목ㆍ발목, 무릎ㆍ팔꿈치, 허리, 어깨 등 심장에서 먼 곳부터 천천히 풀어나간다. 체온이 올라가고 약간 땀이 난 듯하면 스윙연습을 시작한다. 이때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짧은 클럽부터 단계적으로 스윙을 하는 것이 좋다.
스윙은 느려도 좋다. 천천히 몸의 리듬감을 찾아가는 것이 포인트다.
라운드 도중에도 몸이 굳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답은 ‘걷기’다. 카트를 자주 타면 체온이 떨어지고 근육, 관절, 혈관이 수축돼 부상 원인이 된다. 또 보온을 위해 땀 흡수가 잘되는 내피와 방한·방풍 효과가 있는 외투를 겹쳐 입고 수시로 벗고 입으며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스윙=이제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섰다. 시즌 첫 라운드의 시작을 알린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천천히’를 되뇌어야 한다. 그리고 스윙 크기와 힘을 모두 평소 3분의 2 수준으로 하면 된다.
‘멀리 날려야지’ ‘핀에 붙여야지’ 하는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샷은 급해지고 스코어는 엉망이 된다. 특히 이른 봄 맨땅이 드러난 페어웨이 공략법을 잘 알아야 한다.
임팩트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스윙 크기를 평소 75% 수준으로 하기 때문에 한 클럽 긴 채를 선택하고 그립은 2인치 정도 내려 잡고 스윙하면 된다.
한 가지 더. 들뜬 기분에 ‘찍어 치는’ 샷을 했다가는 낭패다. 공 방향성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부상까지 당할 수 있다.
우드샷은 물론 아이언샷을 할 때도 ‘쓸어 치는’ 샷이 유리하다. 공이 잔디 위에 떠 있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퍼팅을 할 때는 평소보다 강하게 스트로크하고 모래가 많아 브레이크를 덜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트레스=스트레칭과 샷 요령을 알았다면 즐거운 라운드만 남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감이 좋을 때만 생각한다면 엉뚱한 샷과 망가진 스코어에 실망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스코어에 욕심을 내 무리하기보다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스윙감을 되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버디나 파 욕심을 버리고, 보기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보기와 싸우다 보면 파도 나올 수 있고, 운이 좋다면 행운의 버디를 잡을 수도 있다.
‘올드 맨 파’(Old Man Par)라는 말이 있다. 전설의 아마추어 골퍼인 보비 존스가 처음 쓴 말이다. 골프는 매 홀 ‘파’(par)와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은 프로골퍼나 아마 고수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주말골퍼라면 이를 응용해 ‘올드 맨 보기’(Old Man Bogey)를 생각하면 된다. 매 홀 보기와 싸우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상황이 나쁜 봄철 라운드에서는 존스의 명구가 진가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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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