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900호 특집>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특별대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11 09: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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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입당?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

[일요시사=정치팀]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그야말로 ‘비상’이다. 계파 갈등의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민주당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문 위원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4·24 노원병 선거를 마무리 짓고 열흘 후 열리는 전당대회를 순조롭게 치러야 한다. 정치적 난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구멍 난 청와대 인선 등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며 의제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그의 몫이다. 게다가 북한 핵 문제로 인한 남북관계까지 악화되며, 문 위원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지령900호를 맞이한 <일요시사>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문 위원장을 만나 여러 현안과 관련한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지난 1월 출범한 ‘문희상호’의 항해가 벌써 90여 일을 넘기고 있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는 참으로 다사다난 했던 90여 일이었다. 연일 빠듯한 일정이 계속되지만, 막바지에 이를수록 더 바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민주당이 당면한 과제들을 수장으로서 어떻게 마무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지 궁금하다.
다음은 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1일 민주당의 종편 출연 금지 당론을 사실상 해제하고 처음으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종편 출연을 금지했던 이유와 다시 해제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출연했습니다. 권력과 정치는 자신의 의제를 알리고 이를 왜곡되지 않게 전달할 책임을 갖고 있지요. 앞으로 우리의 생각을 종편을 통해서도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변화된 방송 환경에 당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의총에서 논의했어요. 언론과 정치는 경쟁관계입니다. 서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덮어 놓고 갈등 구조로만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갈등이 더 심해질 우려도 있는데 계파갈등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 ‘우리만 옳다. 우리끼리 하자’는 계파주의가 당을 죽이고, 대선 패배를 불렀습니다. 선공후사, 선당후사의 정신보다 계파끼리 공천권을 쥔 채, 우리끼리 다 해먹자고 독점하고 전횡하는 게 문제예요. 그러나 그 모든 책임을 ‘친노’에게만 지우는 것은 또 다른 계파주의라고 생각해요.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고 무한책임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 안철수 후보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오랜 기간 밤낮으로 심사숙고했어요. 고충이 많았지요. 하지만 국민들께선 왜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았는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일으키고 지켜온 ‘야권’ 전체의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안철수 후보와 진보정의당 양쪽에 신세도 갚고, 야권연대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 아프지만 무공천으로 결정했습니다.

- 무공천 결정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내 인사들과 지지자들의 의견 합치가 이루어진 결정이었습니까?

▲ 격론이 있었지만 결국 만장일치가 됐어요. 유력한 후보였던 이동섭 지역위원장을 붙잡고 같이 울다가 비대위원들과 모여 밤새도록 토론했죠.

- 노원병 선거 판세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 박근혜 정부의 한심하고 심각한 한 달을 지켜본 국민들께서 커다란 ‘반전’을 일으킬 거예요. 재보선 전에 민주당 혁신의 모습을 보여드려 ‘시너지효과’가 배가 되게 만들 겁니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선패배 책임, 친노에게만 지우는 건 계파주의”
“노원병 무공천, 이동섭 붙잡고 밤새 울어”

- 안철수 후보의 신당 창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하지만 새 정치를 위해서는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 안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밀어주는 순간 민주당과 공동운명체가 됐습니다. ‘신당 창당이 새 정치다, 신당이 생기면 민주당 의원들이 쏜살같이 달려갈 거다’는 얘기도 있었죠. 하지만 그건 낭만소설에 불과합니다. 안 후보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신당 논의는 ‘새로운 파이’를 하나 더 키운다는 관점에서 봐야합니다. 안 후보는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공생하는 수밖에 없어요.

-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입니다. 함부로 예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비록 지금 민주당이 민둥산일지언정 혁신해서 울창하게 숲을 가꿔 놓으면 봉황이건 잡새건 다 와서 깃들 것이라고 봅니다.

-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낙마한 인사가 벌써 11명에 달합니다. 낙마자로 축구팀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비아냥도 들리는데, 인선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사전 인사검증 시스템이 있으면 인선에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하기 힘들고, 더욱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되죠.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청와대 인사시스템, 인사라인을 확 바꿔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하기를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 일각에선 마녀 사냥식 인사청문회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인사청문회 방식에 문제점은 없습니까?

▲ 인사청문회법은 2000년 6월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일 때 만들어졌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로서 인사청문회 대상을 장관 후보자까지 확대시킨 장본인입니다. 저 역시 기본적으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에는 반대해요.

그러나 탈세를 한 사람이 경제부총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닙니까? 이것은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닙니다. 선진국 같으면 인사청문회도 못 오를 부적격 인물을 내정하는 게 문제죠. 따라서 인사청문회 제도는 오히려 강화되는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미국식 사전검증제도, 인사 청문 기간 확대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향후 이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민주당이 ‘원세훈 게이트’ 특위까지 구성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란 비관론도 있는데요.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과 대선 시기 댓글공작은 ‘헌정파괴, 국기문란 중대범죄’란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국가안보의 첨병이 돼야 할 국정원이 정권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국민을 우롱한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처사죠. 박근혜 대통령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해야 합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협조해야 하고요. 우리 민주당은 원 전 원장을 고소했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한 만큼 검찰의 수사의지를 우선 지켜볼 것입니다. 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규명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박근혜정부 방송장악 꼼수,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                                                   "북한 '벼랑 끝 전술'은 '벼랑 끝 추락'으로 끝난다"

- 국회에서 52일 동안이나 논란을 겪다 통과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타결로 박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여야 모두 ‘윈-윈(Win-Win)’했다고 평가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화와 타협의 ‘상생정치’이며,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은 조직개편안과 관련 방송장악을 가장 크게 우려했습니다.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십니까?

▲ 그 부분에 대해 여야 간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의 박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습니다. 미래부가 직제 개편 등을 통해 방통위 업무를 조금씩 침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두 눈 부릅뜨고 박근혜정부의 방송장악 꼼수를 지켜볼 것입니다.

- 북한의 대남 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대북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벼랑 끝 추락’이란 비극을 맞이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7천만 겨레를 볼모로 한 전쟁 위협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아울러 개성공단까지 위협의 볼모로 삼아선 안 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자.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박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남북한 신뢰구축’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았습니다.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고, 환영의 뜻을 표합니다. 다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계획을 서둘러 실천해야 합니다. 대화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미뤄선 안 됩니다. 민주당이 적극 돕겠습니다.

- 8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대표였고, 문 위원장은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지금과는 정반대의 입장이었습니다. 이제는 서로 입장이 바뀌었죠. 향후 박근혜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실 것인지요?

▲ 박근혜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났는데, 사실 허송세월이었어요. 정부조직법 몽니에 인사 참사로 시간만 버렸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41%까지 떨어졌다던데, 이는 민주화 이후 역대 최악의 성적표입니다. 정권 출범 후 100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동력으로 출범 1년 안에 개혁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집권 5년의 개혁 구상을 1년 내 대부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안보와 민생에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도울 건 돕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강력한 선명야당 역할을 제대로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정치는 모래성입니다. 민주당 비대위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사즉생의 각오로 혁신하고 있습니다. 대선평가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임무를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성숙하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흑과 백을 가르는 도식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정치, 생활정치, 현장정치를 실현하는데 전력을 쏟을 것입니다. 민주당을 믿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 국회정보위원장
▲ 열린우리당 의장
▲ 민주당 도시주거복지기획단 위원
▲ 진보개혁모임 공동대표
▲ 제18대 국회부의장
▲ 제14·16·17·18·19대 국회의원(경기도 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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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