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비부비는 기본, 눈 맞으면 ‘한 이불’

연예인 클럽 찾는 이유<현장르포>


클럽도 VIP룸 따로 마련…보안유지 철저히 가능
요란한 조명·음악·형광봉은 환각 작용 극대화

배우 주지훈 및 일부 연예인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투약한 장소가 ‘클럽’이었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지면서 클럽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왜 공공장소인 클럽을 활용했을까. 일요시사 취재진은 왜 클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클럽에서는 또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집중 취재해 보았다.
 
클럽은 사람들과 몸을 맞대고 춤과 노래를 즐기는 장소다. 보안 유지가 잘되는 곳으로 알려진 노래방과 룸살롱도 있는데 왜 하필 클럽일까.
이유는 클럽도 고급 노래방이나 룸살롱과 같이 VIP룸이 따로 마련돼 있어 보안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연예인의 매니저는 “연예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며 “그 중 밀폐된 공간인 고급 노래방이나 룸살롱 등을 주로 이용하지만 최근에는 클럽과 같은 공공장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환각제는 클럽에서
최대 효과 발휘(?)

취재 결과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클럽들은 VIP룸이 따로 마련돼 있다. A클럽의 경우 무대 옆에 있는 VIP룸이 미로처럼 돼 있어 출입이 쉽지 않다.
최근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B클럽의 경우 VIP룸이 2층에 따로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보안 요원들이 있고, 출입증을 소지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VIP룸에는 화장실 등도 따로 있어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다.
주지훈 등이 투약한 ‘파티용 알약’인 엑스터시 및 케타민과 같은 환각제는 클럽 등에서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요란한 조명과 음악, 그리고 형광봉 등은 환각 작용을 극대화시킨다”고 전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연예인들이 클럽에서 마약을 즐긴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며 “클럽이 ‘연예인들의 잘못된 해방구’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로라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클럽을 즐겨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연예인들 대부분이 건전하게 즐기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마치 클럽에서 불건전하게 놀고 가는 것처럼 오해를 받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클럽은 요즘 스타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그 어디에서도 데이트하는 모습이 디카나 핸드폰에 찍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클럽은 예외다. 주위 시선을 피하고 싶은 연예인 커플에게 클럽은 데이트 장소로 적합하다. 은밀하면서도 공개적인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병풍용’ 동료나 매니저를 내세워 당당히 입장하기만 하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다. 선글라스나 모자로 중무장하지 않아도 완벽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
트렌드세터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연예인 커플의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들이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여러 명이 함께 입장한 뒤 2층 또는 구석에 위치한 룸에서 단둘만의 시간을 오붓하게 보낼 수 있다.

A클럽의 한 관계자는 “우리 클럽에는 내로라하는 영화배우, 가수, 탤런트, 모델, 스포츠스타들이 즐겨 찾는다. 톱스타급인 J군, L군, S군, K양, L양도 온다. 연예인들도 클럽에 오면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한다. 춤도 추고 이성 교제도 하고 그런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클럽의 경우 VIP룸 안쪽에 또 다른 스페셜 룸을 마련해 연예인 커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결별한 C군과 Y양은 이곳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들러 사랑을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커플 L군과 K양도 대표적인 클럽 러버들이다.
뜨거운 하룻밤을 위해 클럽을 찾는 연예인들도 있다. 몇몇 연예인들은 룸이 아닌 오픈된 테이블을 선호한다.

연예인 커플 데이트 장소…둘만의 오붓한 시간
‘물 좋은 상대’ 즉석 만남…쿨하게 원나잇스탠드


J군, L군, S군, K양, L양 등
춤도 추고, 이성교제도 하고

연예인이 홀에 앉는 이유는 ‘물 좋은’ 여자를 자연스럽게 만나기 위해서라는 게 ‘선수’들의 귀띔이다. 풋풋하고 물 좋은 ‘일반 여성’을 만날 기회이기 때문이다.
A클럽의 한 관계자는 “연기자 O는 자주 이 클럽을 찾는 단골 중 한 명이다. 연예인도 일반인들과 똑같이 춤을 추고 논다”고 말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이곳에서 눈이 맞으면 근처에 연예인이 운영하는 포장마차로 자리를 이동해 2차를 이어간다고 한다. 2차까지 갔다면 대부분 성공률이 95% 이상으로 간주한다. 그 다음에는 스타의 집이나 차, 호텔 등 다양한 곳에서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
실제로 가수 G는 이곳에서 연예인 지망생을 만나 인근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겨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뒤 진짜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G는 요즘 여자친구와 A클럽을 찾기도 하고 홍익대 인근을 찾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A클럽을 자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출입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덜하다. 일정 수준의 외모와 재력, 이후에 연연하지 않는 ‘쿨’한 원나잇스탠드가 가능하다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 있다.

‘룸’을 잡아라
예약 경쟁 치열

실제 연예 관계자들과 연예인들이 많이 찾아 단순히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기기 위한 곳이 아니라 사교의 장으로 활용된다. 방음 시설을 갖춘 VVIP룸이 따로 마련돼 있어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연예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A클럽의 한 관계자는 “이곳에 돈 많고 스타일 괜찮은 사람들이 온다는 소문을 듣고 연예인들도 발걸음을 자주 하게 된다. 또 연예인들이 자주 온다는 소문에 돈 있고 괜찮은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공식 부킹은 없지만 돈 있는 사람들이 클럽 매니저에게 연예인 누가 왔냐고 물어보고 맘에 드는 연예인이 있으면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해 만남이 이뤄진다”며 “반대로 연예인들도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올려 보내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클럽은 손꼽아 다섯 군데 정도다. 대표 인기클럽인 써클은 연예인들이 많이 오기로 유명하다. 연예가 대표 트렌드세터들이 한 번씩 들르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고 굵직한 파티로 인지도를 올렸다.
할리우드 ‘파티걸’ 패리스 힐튼이 지난해 내한했을 때 노홍철 등 국내 연예인들과 이곳에서 파티를 했다. 이외에 앤써나 매스 등 서울 이태원과 강남 등지의 클럽들에서 연예인 커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요즘 뜨는 클럽 중 하나인 볼륨의 경우 연예인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 애초 연예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썼다. 클럽 곳곳에 정장을 입은 보안 요원들을 배치시켰고 직원들에게 보안 교육도 철저히 시켜 연예인과 관련된 질문에는 함구토록 했다.
룸의 이용료는 꽤 비싼 편이다. 보통 4명 기준으로 기본 37만원 정도, 5명일 경우 기본 57만원 정도다. 여기에 안주 및 술까지 주문하면 하루에 수백만원을 쓰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도 룸이 없어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