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토사구팽 정치'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28 13:38:41
  • 댓글 0개

"사냥철 끝났으니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

[일요시사=정치팀] '대통합'은 지난 18대 대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반대 진영과의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진정성 논란과 잡음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행보 자체는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결국 지난 대선에서 51.6%라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웬일인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는 대통합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박 대통령의 전형적인 '토사구팽 정치'를 살펴봤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그야말로 '종횡무진'이었다. '국민 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경선에서 승리한 다음 날인 지난해 8월21일 기습적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해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겐 최대의 정적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가장 강력한 대선 상대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국민 대통합
극우 대통합

며칠 후에는 역시 대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노동계를 끌어안겠다며 전태일 재단을 방문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강력한 항의로 재단 관계자와 만남을 갖지 못하고 돌아서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당시 박 대통령의 행보 자체는 박수를 받았다.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보단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전통적 취약층인 호남과 2030세대 득표율에서 의외의 선전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박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지역 간, 이념 간, 세대 간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호남눈물 닦아준다더니? 대놓고 호남홀대
선거 끝났으니 '팽' 선진당 관계자 '황당'

그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선지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대통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한 가닥 희망을 품었던 반대진영의 사람들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5일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과 17개 장·차관 및 외청장 인선을 끝으로 사실상 첫 인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4대 권력기관장에 호남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외청장 17명 중 2명이 호남출신으로 분류됐다.

또 지금까지 단행된 17명의 장관 인선 중에서도 호남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다. 호남출신 차관은 전체 20명 중 3명으로 5년 전 이명박 정부 초반 차관인사 때보다도 절반 이상 줄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한 정무직 인사까지 포함하면 호남출신은 총 63명 중 8명에 불과했다. 반면 영남출신은 23명, 서울출신은 15명으로 호남배제, 영남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호남 홀대
MB 뺨치네

박 대통령이 인선에서 지역안배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는 서울 출생이지만 선산이 전북 군산에 있어 매년 선산을 다니는 사람"이라며 선산이 호남에 있으니 호남사람으로 이해해 달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오히려 거센 반발만 불러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호남의 인재들, 아들과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대탕평 인사를 펼치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로는 처음으로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거뒀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호남을 토사구팽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계도 토사구팽 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노동계로부터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노동계를 향해 끊임없이 손을 내밀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박 대통령의 행태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 듯 하다.

요즘 노동계의 분위기는 흉흉하다.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등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이 4~5곳에 이르지만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대통령이 되면 정기적으로 노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취임 후에는 노동계의 목소리에 철저히 귀를 닫고 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과 관련해 '사실상 정책이 없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노동 관련 공약도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 당초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국정과제에서 그 시기가 빠져 버렸다. 사회보험 확대도 비정규직 대책이라기보다는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방안이다. 특수고용직 대책은 '립서비스' 수준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도 '단계적 시행'이라는 표현을 추가해 사실상 임기 내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내각이나 대통령 비서진엔 노동문제를 조언할 전문가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애당초 노동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를 방증하듯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식에서 노동분야와 관련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무대응 일관
답답한 노동계

진보진영과 2030세대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호되게 뒤통수를 맞았다. 우선 진보진영의 경우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국민 대통합을 강조한 만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대탕평 인사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특히 지난 대선이 보수와 진보로 극명히 갈린 채 치러졌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화해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후 돌변해 주변인물들을 극우인사들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 후 첫 인사부터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기용했다. 인수위 수석대변인에 극우논객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임명한 것이다. 그는 야권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라고 비난하는 등 거친 언사로 유명한 극우인사였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정권에 기여했던 인사들의 2세들을 대거 기용했고, 극우적 안보관을 지닌 국방장관과 공안검사 출신의 법무장관을 내정했다. 안보라인을 육사출신 인사들이 독점한 것에 대해서는 군사정권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들린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인선을 두고 국민 대통합이 아니라 극우 대통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2030세대에서도 대선이 끝난 후 '속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난 대선은 세대 간 대결로 치달았지만 박 대통령은 의외로 2030세대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0대에서 33.7%, 30대에서 33.1%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지상파 3사 출구조사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세대별 득표율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실로 의외의 결과였다. 이 또한 박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을 외치며 2030세대와 스킨십을 확대한 결과였다. 

국민 대통합은 어디가고 극우인사 잔뜩
사라진 대탕평 의지…자기 사람 먼저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 2030세대의 가장 대표적인 숙원사업이던 '반값 등록금' 시행은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소득 2분위까지는 등록금 전액, 소득 3~4분위 학생에게는 75%, 소득 5~7분위 학생에게는 절반, 소득 8분위 학생에게는 등록금의 25%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책정된 국가장학금 예산은 2조7750억원. 각 대학들이 부담하는 교내외 장학금은 2조2000억원 정도다. 반면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장학금을 통한 '반값 등록금'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결국 올해 국가장학금은 지원비율을 전체적으로 줄이거나 특정 소득분위 계층만 공약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부는 내년 국가장학금 예산을 4조원으로 늘릴 계획이고, 여기다 대학들의 자체 노력이 더해지면 7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추산에 불과하다. 내년에도 박 대통령의 공약이 시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심지어 대선과정에서 합당한 선진통일당을 사실상 토사구팽 했다는 논란에도 휘말렸다. 새누리당이 대선 직전 선진통일당과의 합당과정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당의 일부 인사들은 대선과정에서 박 대통령 측이 저지른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믿은 내가 바보"
벌써 때늦은 후회

새누리당과 선진당은 지난해 11월 선관위에 합당을 신고했다. 합당 당시 새누리당은 선진당 소속 총 45명의 유급직원 중 26명에 대해 '대선 이후 고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선진당 출신 정치인들은 기존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텃세로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당장 다음 공천에서 선진당 출신들이 대거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사실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을 때부터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며 "모든 사람들을 섭섭함 없이 다 챙긴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대통합 약속을 지키려는 시도는 있었어야 하는데 대선이 끝났으니 모두 끝이라는 무관심한 태도는 전형적인 토사구팽 정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