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장관

싸웠노라, 이겼노라! ‘그런데 갈 데가 없노라’


고향 전북 전주덕진 재선거서 ‘무소속연대’로 압승
당내 복귀 추진 “돌아간다” 민주당 “누구 맘대로”

정동영 전 장관이 귀환했다. 17대 대선에서 역대 최대 표 차이로 낙선한 데 이어 18대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시고 쫓기듯 미국 유학을 떠났던 그가 4월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여의도 정계 복귀에 성공했다. 정 전 장관은 정치적 고향 전주 덕진 재선거에서 72.3%(5만7423표)의 득표율로 12.9%에 그친 민주당 김근식 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제쳐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배제 결정에 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나서야 했던 설움을 씻어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에게 재선거는 나지막한 언덕을 넘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은 고비와 더 높은 산들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재선거 출마를 위해 뛰쳐나왔던 민주당에 복당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추락한 ‘거물’의 이미지 쇄신과 비주류가 된 자신의 계파 챙기기,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대비도 하나같이 녹록치 않은데다 당권과 대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빠른 걸음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번 재선거에서의 당선이 ‘절반의 승리’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정동영 전 장관이 여의도 정가에 복귀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미국으로 떠났던 정 전 장관은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귀국, 민주당과의 갈등 속에서도 전주 덕진의 금배지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 전 장관은 ‘외로운 승자’다. 미국에서 “13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전주 덕진 4월 재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때부터 시작된 당과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탈당을 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돌아온 정치적 고향 전주
민주당 떠나 외로운 승리

정 전 장관은 출마 당시 자신의 재선거 출마에 대한 당내 반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달게 감수하겠다”고 했다. 공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나는 당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라며 “공천은 사천과 다른 공당의 결정으로 정동영이 들어가 도움이 된다면 공천을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내부적인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자신의 ‘공적’을 생각한다면 쉽게 내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은연중에 서 있었던 것.
하지만 그의 출마에 “선당후사(先黨後私·당이 먼저고 개인이 나중)”라는 말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당은 “당과 나라가 백척간두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죽기를 각오하고 진일보해야만 새 세상이 열릴 것”이라면서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만류했다.


정세균 대표도 “당을 먼저 생각하면 해법이 나온다. 선당의 자세로 하면 답이 나온다”고 거들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백짓장을 맞드는 심정으로 당 지도부를 돕고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봉사할 것”이라는 정 전 장관의 말도 소용없었다.

김부겸·김상희·김동철·백원우·신학용·양승조·우제창·이광재·조정식·최재성 의원 등 386인사들은 물론 친노와 손학규 전 대표측에 이르기까지 당내 계파 대다수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재고해 줄 것을 요구한 것.

최재성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부당성을 호소했으며 오영식·임종석·우상호 전 의원 등 민주당 전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66명도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결국 당 최고위원회는 “민주당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전국정당화 노력에 비춰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정 전 장관에 대한 공천배제를 결정했다.

탈당하면서 복당 약속
이 가는 민주당 “어림없다”

당 대선후보를 지내고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 전략공천됐던 이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호남에서 정계복귀를 시도한다는 것은 민주당을 ‘호남정당’으로 귀착하게 하는 선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당내 비주류의 반발에 정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현 지역구(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쐐기를 박았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정 전 장관은 복당을 약속했다. “잠시 민주당의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할 것”이라며 탈당계를 낸 직후 선거가 펼쳐지고 있는 전주로 내려가 “다시 한 번 ‘전주의 아들’로 키워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전주 재선거에서 ‘무소속연대’를 꾸린 신건 전 국정원장과 복당 신청서를 작성했다. 재선거가 마무리되면 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이벤트 정치의 한 예”라고 비꼬았다. 그는 “탈당은 탈당계만 제출하면 되지만 복당은 개인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하며, 당을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율과 기강을 지켜야 한다”면서 정 전 장관의 복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경 사무총장도 “신 전 국정원장은 재산신고 누락 등으로 당선돼도 재보궐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다”면서 “민주당은 공당으로 마음대로 나가고 들어올 수 없다. 개인의 당이 아니다”라고 복당 불가를 외쳤다.

노영민 대변인은 “지금으로선 탈당한 경우 1년이 지나야 복당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복당을 반대했다.

당내 주류에 속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두고 보라”며 민주당 안마당에서 뒤통수를 친 ‘무소속연대’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당선 직후 전주 완산갑에서 당선된 신 전 국정원장과 전북도당에 복당 신청서를 작성하고 ‘복당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무소속연대를 꾸렸던 신 전 국정원장까지 동반당선된 만큼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것. 그는 당선 소감에서도 “당에 입당해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해 지도부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민주연대도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정 전 장관을 돕고 있다. 민주연대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은 “전주의 민심이 정세균 대표 체제를 탄핵한 만큼 지도부는 겸허히 (복당을) 수용해야 한다”고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정 전 장관이 재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하게 됐지만 손실도 상당하다. 우선 당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재선거에 출마한 데 대해 ‘개인 정치’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배제에 대해 “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천을 주장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게다가 정 전 장관은 현직 지역위원장이었다. 현직 위원장이 이적하는 것은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만약 정 전 장관이 동작 위원장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데 반해 정 전 장관은 당 지도부의 공천 배제에 대해 “민주당은 당권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정 전 장관측은 “무소속 출마로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원내에서 이명박 정권에 맞서 싸우며 어두운 ‘그림자’는 서서히 지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계산서
득보다 실, 실보다 득?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 전 장관도 정치생명줄을 놓고 마음이 급했겠지만 잃은 것이 너무 많지 않냐”면서 “당과의 갈등은 부득이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릇이 작다’는 말은 쉽게 메울 수 없는 큰 틈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큰 정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권을 바라보는 이에게는 치명적”이라며 “주류든 비주류든 당 전체를 끌어안아야 하는 것은 당 지도부만의 과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그의 복당이 힘들어 질 경우 ‘신당 창당’ 등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재선거에서 호남민들은 수도권 탈환을 통해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민주당과 뿌리를 찾아 호남으로 돌아온 정 전 장관 사이에서 정 전 장관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으로 ‘의사’를 밝혔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당의 공천 배제 결정에 무소속 출마로 답했던 것처럼 복당 불가를 외치면 정 전 장관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호남에 기반을 둔 신당을 창당하는 구상도 가능하다는 것.

정 전 장관의 팬클럽 ‘정통들’의 홍성룡 상임대표는 “정 전 장관의 복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복당을 논할 정도였다면 당 지도부가 공천을 안 줄 리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민주당은 더 이상 민주세력의 희망이 될 수 없다. 정 전 장관의 민주당 복당이 어렵다면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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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