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운명 쥔 ‘4월 전쟁’ 시나리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21 14: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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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도 새누리도 ‘철수 눈치’ 살피다 날 샌다

[일요시사=정치팀] 폭발 일보직전이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노원병은 작년 18대 대선을 잇는 축소판으로 ‘미니대선’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격전지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김빠진 선거판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야 모두 ‘이제는 거물’인 안 전 교수를 대적할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안 전 교수의 무혈입성을 구경할 수만은 없는 노릇. 질 때 지더라도 용감하게 지기 위한 각 당의 전략을 <일요시사>가 내다봤다.




4·24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정국은 전초전의 기류가 뚜렷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각 당 유력후보자들이 매체를 통해 벌써부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 팽팽한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여야 각 정당들이 겉으론 유력후보인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대항마를 내세우기 위해 고심하는 듯 보이지만, 겉으론 이미 포기한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붙는 척’ 빠지고
‘빠지는 척’ 붙고

각종 매체들은 앞 다퉈 4월 재보선을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이 전쟁에서 가장 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이는 단연 안 전 교수다. 안 전 교수의 등장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실로 깊은 당혹감에 빠졌다.

민주당은 일단 ‘(안철수 전 교수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고, 새누리당은 침묵했다. 반면 노원병 국회의원이었던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안 전 교수에 대해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이 같은 각 당의 반응만 보더라도 오는 노원병에서 치러지는 4월 재보선을 대충은 예측할 수 있다.

일단 민주당은 선거과정에서 안 전 교수와 정면으로 대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월 재보선을 ‘한 몫 챙기는 판’이 아닌 ‘털고 정리하는 판’으로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단지 그 방법을 두고 당내 의견이 갈리고 있을 뿐이다.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만, 정작 내부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출정은 ‘환영’
지원은 ‘글쎄’


들여다보면 민주당의 고민이 가장 깊다. 우선 민주당은 당장 노원병 지역구에 후보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지난 대선 때 안 전 교수가 양보했던 만큼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의견과,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안 전 교수 출마에 공격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노원병에 어떠한 전략으로 접근해 선거를 마무리할 것인지 의견 정리가 안 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노원병지역위원장인 이동섭 전 국민대 교수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위원장이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민주당으로선 나쁘지 않은 전개라는 평이다. 비록 안 전 교수에 비해 이 위원장의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이 위원장의 출마는 안 전 교수와 민주당 모두에게 손해 볼 게 없는 카드다.

이 위원장은 지역 토박이로 안 전 교수에 맞설 명분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경쟁력 있는’ 후보자로 선거운동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진퇴양난 민주당 ‘불임정당’ 오명 벗고, 노원병 당락 결정 피해
5월 전당대회 총력, 10월 재보선?내년 6월 지방선거에 올인

이것 하나로 민주당이 ‘털 수 있는 것’들은 의외로 많다. 첫째로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 전 교수와 맞붙을 선수로 민주당이 당을 대표하는 거물급 인사를 내세울 경우, 자칫하다 노원병을 고스란히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격으로 바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민주당 거물이 선거에서 패할 경우 민주당은 망신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는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완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두 번째는 민주당으로선 이 위원장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소극적으로 하면서 안 전 교수 측을 자극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민주당은 극심한 계파갈등으로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 밖 선거에 여력을 쏟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오는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최대한 ‘안풍’을 피해 전대의 바람이 빠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안 전 교수에게 총공세를 가해 경쟁구도로 가는 것은 오는 전당대회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자제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에게 오는 노원병 재보선이 정치적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최적의 배양조건이 된다는 점이다. 안 전 교수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전국에 알릴 수 있는 점도 그렇고, 젊고 참신한 인재로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가 노원병 재보선이다.

이준석·홍정욱 거부
바람 빠진 새누리

하지만 당 안팎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한다”라는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안 전 교수를 밀어주려면 확실히 밀어주든지, 아니면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워 제대로 한 판 붙어보고 그때 단일화를 해야지. 제1야당답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의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재보선 과정에서도 적잖은 의견대립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사정은 민주당보다 더 심각하다. 표면적으론 거물급을 내세워 안 전 교수와 맞장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마땅히 나서는 후보가 없어 답답한 지경이다. 이를 둘러싸고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노원병에서 ‘버리는 카드’를 쓸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승산 없는 게임에 뛰어들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이동섭 카드’가 있다면 당초 새누리당에도 새내기 ‘이준석 카드’가 있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제2의 손수조’로 안 전 교수의 대항마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궈 노원병 출마 적격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얼마 후 이 위원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새누리당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제2의 손수조 카드에 다소 힘이 빠진 상태다. 새누리당이 이준석의 대타를 찾아낼지는 미지수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 “이기는 카드로 맞서야” VS “제2손수조 카드 써야” 
‘제2의 인재근’ 노회찬 부인 김지선, 안철수 저격수로 나설 듯

반면 노원병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원병이 서울의 유일한 선거지역인 만큼, 여당으로서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원희룡, 나경원 전 의원 등이다.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선규 전 선대위 대변인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외에도 현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던 전직 의원이 자발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거나, 전혀 의외의 인물이 안 전 교수 대항마로 전략공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2의 인재근’으로 불리며 노원병 점령을 선포한 김지선씨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으로, 안 전 교수 공격수를 맡게 될 공산이 크다. 김씨는 안 전 교수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지만, 단일화 협상 막판까지 안 전 교수를 몰아붙이며 노원병 재보선에 흥행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안 전 교수 공격수로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진보정의당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김씨가 노원병에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설령 단일화가 무산돼 진보정의당 후보가 완주하더라도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얼핏 보면 ‘다자구도’
알고 보면 ‘1:1구도’

정치권은 각 당에서 누가 출마하더라도 안 전 교수가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혹시 모를 변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에 의해 안 전 교수에 대한 검증이 재차 진행될 가능성, 그리고 새누리당 후보의 예상외 선전으로 안 전 교수 지지층을 흡수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야권표 분열로 인한 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도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 정치전문가는 “노원병 재보선이 안 전 교수와 새누리당, 민주당, 진보정의당의 ‘다자구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야권이 판을 깨려고 덤비진 않을 것이다. 안 전 교수와 새누리당 ‘1:1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수밖에 없는 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라면서 “작년 지방선거부터 시작된 ‘안철수 현상’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다. 대선을 거쳐 이번 재보선도 안철수 현상 아래 있다. 사실상 선거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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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