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도 안 된 '박근혜 말 바꾸기'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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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일요시사=정치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돼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 공약들이 잇따라 백지화 되거나 후퇴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 측은 '공약은 선거 캠페인일 뿐'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다. 이들은 이토록 당당해도 되는 것일까?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말 바꾸기에 나선 박 대통령의 공약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 6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진 내정자는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대선 공약을 만들고 이후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이를 정책화 한 핵심인물이다. 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컸던 '기초연금'과 '4대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다. 두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지만 대선 승리 후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공약 내용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야당 의원들은 진 내정자에게 공약 내용이 바뀐 경위가 뭐냐고 따졌다.

공약 후퇴?
공약 사기?

그러자 진 내정자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진 내정자는 "대선은 캠페인"이라며 "선거운동과 정책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봐도 공약집에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지급한다고 돼 있는 걸 보면 (노인기초연금을) 다 받게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권 인사들은 "광고할 땐 '전액 보장'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정작 계약서엔 깨알 같은 글씨로 제외 항목들을 줄기차게 나열해 놓는 비열한 보험회사식 상술을 대선공약에 적용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박근혜가 벌써 말을 바꾸네' 공약 줄줄이 후퇴
진영, 공약 말 바꾸기 지적에 "대선은 캠페인?"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사용했던 '박근혜가 바꾸네'란 선거 캐치프레이즈에 빗대 '박근혜가 벌써 말을 바꾸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였음도 복지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특이한 케이스다. 하지만 대선 기간 때부터 박 대통령 측이 내세운 파격적인 복지공약들의 재정을 확보할 방안이 미흡한데다, 과거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식 자율경제를 신봉하던 박 대통령이 과연 복지공약을 실현시킬 의지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한 문제제기는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복지공약의 후퇴로 현실이 됐다.

박근혜가 바꾸네
말을 바꾸네

그중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노인기초연금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에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인수위가 밝힌 국정과제에서는 내년 7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을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매월 4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박 대통령 측은 대선기간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연금이 차등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렸음으로 말 바꾸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공약집에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라는 문구가 분명하게 적혀있다. '모든 어르신에게'라는 문구를 공약집에 분명히 적어놓고 나중에 보도자료로 해명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태도는 분명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이 공약은 대선기간 새누리당이 노인층의 표를 끌어오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던 공약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원을 위해 경로당을 찾아 '임기 내 어르신들의 기초노령연금을 2배로 올려드리겠다'는 민주당의 대선공약을 설명하다가 "박근혜 후보는 당장 20만원 준다"는 한 할머니의 지적에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일화는 당시 새누리당의 노인기초연금 공약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랜 투병생활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서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 역시 크게 후퇴했다.


박 대통령 측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비급여를 포함한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당초 공약을 2016년까지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만 100% 급여화하고 상급 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비급여 대상은 실태조사를 통해 환자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대 중증질환의 경우 상급 병실료와 선택진료비가 총진료비의 49%를 차지하며,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해선 지금도 약 90%가 보장된다. 이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공약을 실현한다고 해도 수혜자 입장에선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공약 수정이 아니라 대선 때부터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보험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대선기간 4대 중증질환 공약에 대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외에 환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은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 실천해도
효용성 없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12월16일 3차 TV토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4대 중증질환 재원에 대해 "간병비도 보험대상이냐. 선택 진료비까지 보험급여로 전환하면 1조5000억원으로는 어려울 텐데 충당 가능하냐"고 묻자 "가능하다"고 답하며 또 한번 논란을 자초했다. 새누리당은 다음 날 해명자료를 통해 이를 바로 잡았지만 당연히 잘 알려지진 않았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4대 중증질환 진료비는 국가가 전액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선거에 임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인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도 대폭 후퇴했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2014년부터 시행될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정책을 우선 '75살 이상 노인의 어금니 2개'를 대상으로 시작한 뒤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당초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는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이라고만 쓰여 있어 그동안 이 공약의 적용대상이 일반적인 노인의 기준인 '65세 이상'으로 알려졌으나, 인수위를 거치며 적용대상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 또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못한 국민들의 실수라면 실수지만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노인 임플란트 적용대상이 75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그 효용성 논란도 일고 있다. 75세 이상이면 대부분 잇몸뼈가 부실해 임플란트를 하기가 쉽지 않고, 대신 뼈 이식을 통해 하려면 그 비용은 엄청나게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75세 이상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공약은 서민계층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경제민주화 빠진 국정목표에 비난 여론
공약 믿고 찍은 국민 "믿은 내가 바보다"

박 대통령이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 광화문 유세에서 즉석으로 발표한 군복무 단축 공약은 중장기과제로 넘어가며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군복무 단축 공약은 당초 대선공약집에는 없었지만 이날 유세현장에서 갑자기 발표됐다.

국방부는 이 공약에 대해 인수위 시절부터 병역자원 부족, 전투력 약화를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박 대통령은 임기 내 이행이 가능하다며 밀어붙였었다. 그 후 박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군복무 단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추진 시한이 명시되지 않아 향후 5년 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월 급여 130만원 미만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 100% 지원 공약은 사회보험료 50% 지원으로 축소됐다. 대선 때 핵심과제로 제시됐던 '경제민주화'는 아예 사라졌다. 경제민주화란 일방적인 성장보다 경제주체 간 균형있는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며 중도층의 표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인수위가 발표한 5대 국정목표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아예 사라졌다. 국정목표의 첫 번째 자리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차지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목표가 결국 부의 분배에서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애매한 화법
농락당한 국민

또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던 박 대통령이 인선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나 조원동 경제수석 등은 친시장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반면 대선기간 경제민주화 이슈를 주도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과 강석훈,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등은 청와대 인선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지만 박 대통령의 사례는 애매한 화법으로 국민들을 농락한 수준"이라며 "지금이라도 이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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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