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보고 부러워하니 아내도 보고 따라잡기

드라마 <내조의 여왕> 인기비결 <넷>

<내조의 여왕>은 김남주의 드라마다. 김남주가 안방극장에 돌아온 건 <그 여자네 집> 이후 8년 만이다. 그 사이 김남주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아줌마’가 됐다.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내조의 여왕>은 전통적인 ‘아줌마 드라마’에 30~40대 직장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직장 드라마를 접목시켜 남녀 시청자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스크린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들이 사경(?)을 헤매는 사이 안방극장을 접수한 <내조의 여왕>의 인기비결 넷을 꼽아 보았다.

김남주 ‘CF 퀸’서 ‘코믹연기 퀸’으로… 캐릭터 매력과 신선도 높여
천지애 캐릭터 둘러싼 인물들 멋진 조화,  시청률 상승 요인에 한몫



인기비결<하나> 김남주의 변신

‘CF 퀸’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김남주는 <내조의 여왕>을 통해 코믹 배우로 제대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매회 그녀가 빚어내는 유쾌하고 코믹한 모습에 안방극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수십 편의 CF 속에서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선사하던 여배우에게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 때문에 김남주의 색다른 변신은 캐릭터의 매력과 신선도를 배가시키며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다.

<내조의 여왕>의 고동선 PD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남주를 캐스팅할 당시 불안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코믹연기, 눈물연기 등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훌륭한 배우”라며 그녀의 연기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김남주의 성공 전략은 ‘줌마렐라’ 열풍과 톱스타들의 ‘탈신비주의’, 대중과의 눈높이 대화법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김남주는 극중 한때는 잘나갔으나 지금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30대 주부 천지애 역을 맡아 못난 남편의 성공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혈 아줌마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성기 시절의 미모와 인기에 집착하는 대신 자신의 현실과 대중의 현실을 동시에 투영한 결과다. 시청자들은 김남주의 눈높이 연기에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김남주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벗고 변신을 꾀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김남주 본인이 망가짐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가 인기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속사를 옮기고 첫 작품을 선정하면서 많은 고심을 했는데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본인 역시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비결<둘>다양한 캐릭터의 변화

진부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에 질려 있던 시청자들은 천지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천지애는 20대 청춘에서 벗어나 현실에 찌들어 사는 30대 기혼녀들의 현실과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창 시절엔 잘나가는 퀸카였으나 남편 잘못 만나 고생하는 천지애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동질감과 연민을 느낀다. 여고 동창생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우월감과 열등감이 30대에 역전되는 상황도 예리하게 현실을 파고든다.

그러나 천지애의 매력은 무엇보다 당당함에 있다. 천지애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그네틱’을 ‘마그네슘’으로, ‘새옹지마’를 ‘다홍치마’로 헷갈리는 푼수지만 25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을 양봉순 앞에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못난 남편을 성공시키려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지도 히스테리를 부리지도 않는다. 자긍심을 잃지 않으며 오만하지 않으면서도 매사에 당당하다.
천지애가 빛이 나는 것은 이 캐릭터를 둘러싼 인물들이 멋진 조화를 이뤄내기 때문이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더욱 빛이 난다.

콤플렉스를 발판으로 삼아 성공하지만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양봉순(이혜영), 똑똑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지만 사회성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지애의 남편 달수(오지호), 정략결혼한 아내에게서 권태감을 느끼고 아줌마 천지애에게 매력을 느끼는 태준(윤상현), 고교시절 사랑했던 지애를 잊지 못하는 준혁(최철호), 그리고 태준에게서 외면당하고 대학 선배 달수에게 사랑을 느끼는 소현(선우선) 등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며 천지애와 함께 앙상블 효과를 낸다.

인기비결<셋> 시대 반영한 공감대

김남주의 변신이나 캐릭터들의 조화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순간순간 재미를 잃지 않는 대본과 연출 때문이다.
<내조의 여왕>은 온달수(오지호)를 성공시키려는 천지애(김남주)의 코믹한 내조 이야기로 공감과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깊이를 갖췄다. 그것은 물질이 곧 성공이고 원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막장 드라마’의 대안이다.
박지은 작가는 이른바 ‘줌마렐라’식의 황당무계한 성공담이나 ‘아내의 유혹’ 같은 막장 드라마 콘셉트를 철저히 배제하고 세태를 풍자한 코믹극에 초점을 맞췄다.

남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는 아내들, 여고 동창생의 지위 역전, 경제불황과 맞물린 보통사람들의 생활고, 직장 내 샐러리맨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부부 사이의 권태감 등 시대를 반영하는 무거운 소재들을 가벼운 코믹 코드로 풀어내 남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내조의 여왕>의 성공은 여성 시청자뿐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까지 끌어들인 결과다. 여러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멜로라인은 전형적인 드라마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기혼남녀들이 흔히 느낄 만한 문제들을 코믹하게 풀어낸 점이 호평받고 있다.
복잡한 멜로라인도 일반적인 도덕관념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 욕구를 자극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는 것도 장점이다. 재미있고 공감도 가는데 유익하기까지 하다니, <내조의 여왕>이 인기를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조의 여왕>의 극중 주인공 천지애(김남주)와 앙숙 양봉순(이혜영)의 대결이 극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패션 대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봄 최고의 트렌드세터인 김남주와 이혜영의 드라마 속 스타일이 불황속에서도 여성들에게 따라 하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천지애 역의 김남주 패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로맨틱이다. 물결치는 갈색 단발머리부터 핑크색 입술까지. 사랑스러운 아이템으로 천방지축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천지애를 표현하고 있다.

경제난에 물불 안 가리는 남편 출세시키기…재미있고 공감 가고 유익하고
김남주 ‘발랄한 캐주얼 할리우드 룩’ vs 이혜영 ‘럭셔리 파리지엥 스타일’

인기비결<넷> 김남주VS이혜영 패션 대결 ‘후끈’


요즘 최고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른바 ‘물결머리’는 이번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 어깨 정도 길이의 굵은 웨이브로 여성스럽고 고전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브라운으로 염색해 경쾌함을 더했다. 발랄한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스타일 덕분에 요즘 미용실마다 ‘김남주 파마’를 해 달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유롭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의상을 직접 만들어 입는다는 설정 탓에 브랜드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명품 의상은 되도록 피한다.
예쁘게만 차려입는 다른 여주인공과는 달리 화사한 파스텔톤 색상으로 활동적이면서도 캐주얼한 모습으로 사랑스럽고 세련된 아줌마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큼직한 플라워 패턴을 사용하고 리본이나 레이스 등의 아이템으로 여성스러움과 발랄한 매력을 더해준다.
숏 팬츠나 배기 팬츠에 컬러풀한 니트 가디건에 얇은 벨트, 디테일이 과하지 않은 심플한 재킷을 걸친다. 원피스 위주보다는 상의와 하의를 적절하게 각 아이템마다 믹스 매치해서 연출하고 있다. 특히 매 신마다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프티 스카프와 가방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다.
반면 여유로운 부장 사모님 양봉순 역 이혜영의 패션은 럭셔리하고 시크한 콘셉트로 주로 원피스에 재킷,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소품과 액세서리로 우아하게 연출한다. 은은한 색상의 옷을 즐겨 입는 김남주와는 대조적으로 강렬한 원색의 광택나는 소재의 옷에다 아찔한 높이의 킬 힐 등으로 화려한 팜므파탈 이미지를 선보인다.
민소매나 어깨선이 넓게 파인 원피스에 큰 벨트 등으로 포인트를 줘 슬림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여성스러운 곡선을 강조하고 있다. 립스틱의 경우 빨간색이나 핫핑크 등 눈에 띄는 화려한 색상을 선택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잡티 하나 드러나지 않는 완벽한 메이크업으로 다른 여성 출연자들과 차별을 꾀한다. 컬러풀한 힐도 필수품. 색깔 역시 화려하다. 원색은 물론이고 고급스런 블랙 드레스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매회마다 선보이고 있어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

<내조의 여왕> 시청자 게시판에는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소감 외에 주인공들이 착용한 의상이나 패션 아이템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 내용과는 별개로 패션 자체도 주요한 관심사”라며 “늘 개성있고 매력적인 스타일을 선보여 온 김남주와 이혜영인 만큼 더욱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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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