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아버지는 CEO 아들은 부하직원

총수 자녀 그룹 계열사 입사 후 경영권 승계 수업 절차 
CEO 자녀 경쟁 뚫고 입사…자기만의 영역 구축 나서

재벌그룹 총수와 혈연으로 맺어진 자녀 등이 그룹의 계열사에 입사하는 것은 오래된 재계의 풍속도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그렇고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도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1995년부터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도 여기에 속한다. 이렇듯 대다수의 재벌그룹 총수의 자녀들은 그룹의 계열사에서 근무를 하며 ‘경영권 승계 수업’을 받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 최고경영자(CEO)의 자녀가 부친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한솥밥을 먹는 CEO와 자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1년 상무보,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로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지만 경영 수업을 차근차근 밟고 있는 모습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도 지난 1995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복지재단에서 대리로 출발했다. 이후 1998년 삼성전자 과장으로 일했고 2001년부터 호텔신라에서 일하면서 부장 3년, 상무보 1년, 상무 4년을 거쳐 지난 1월 전무로 승진했다.


재벌총수 자녀들
부친 회사서 시작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1995년 상무로 화려하게 입성했다. 지난 2000년에는 부사장, 2006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사보 4월호에 실린 ‘만나고 싶었습니다’란 코너에서 “전지역 1번점, 우리나라 최대 백화점, 국민의 지지를 받는 최고의 백화점, 모든 협력사의 지지를 받는 백화점이 돼야 한다”고 포부를 밟히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지난 2000년 현대자동차 이사로 경영에 참여한 뒤 2001년 전무, 2003년 현대모비스 부사장, 2005년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사장은 아버지 정 회장의 경영스타일에 따라 현장경영을 통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는 지난 2004년 10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부팀장(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6년에 차장에서 상무보로 진급했고, 2007년에는 상무B로 승진한 데 이어 2008년 상무A로 올라서는 등 승진을 거듭했다.
재벌그룹 ‘황태자’들인 이들은 모두 ‘아버지의 울타리’인 그룹의 계열사에 입사해 ‘아버지와 한솥밥’을 먹으며 ‘경영권 승계’라는 똑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재벌그룹 ‘황태자’들은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평균 31세에 임원이 돼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후 평균 28개월에 한 단계씩 진급하며 ‘경영권 승계’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 이는 일반 임원의 평균 승진 기간인 43개월에 비해 15개월이나 빠른 속도다.
CEO의 자녀들은 그러나 재벌그룹 황태자들과는 달리 아버지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CEO의 자녀들이 많아 보인다. 더욱이 연예계나 스포츠계에 입문해 스타로 부상한 인물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인물이 탤런트 윤태영이다. 그의 아버지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탤런트 차인표의 아버지도 CEO다. 바로 지난 1974년 우성해운을 창업한 차수웅 회장이다. 탤런트 김정은은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조카딸이다. 이수그룹 김준성 명예회장이 그녀의 작은 외할아버지다.
영화배우 강동원의 아버지는 경남 통영에 위치한 조선회사 SPP의 부사장이다. 영화배우 이성재는 전 삼성종합건설 이강태 사장의 아들이다. 또 영화배우 한재석은 한승준 전 기아자동차 부회장의 아들이다.
스포츠 스타 중에도 기업인을 아버지로 둔 이들이 많다. 프로골퍼 박지은 선수의 아버지는 박수남 삼호물산 사장이다. 역시 프로골퍼인 한희원 선수는 한영관 삼화수지 사장의 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CEO와 자녀·친족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삼성전자에서 확연이 나타나고 있다. CEO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그룹 황태자’와는 달리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아버지가 그랬듯이 자신들도 현장에서 땀 흘리며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아들은 삼성전자 해외마케팅 파트에 근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만드는 데 초석을 다진 인물.


아버지와 아들
CEO와 부하직원

기흥공장장으로 일하던 지난 1980년대 중반 일본 업체의 덤핑공세와 반도체 경기침체기에도 과감하게 256K D램과 1메가 D램 양산 체제를 갖춰 삼성반도체의 신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지난 1968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1977년부터 삼성전자에서 근무했으며 처음부터 삼성반도체 생산과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삼성반도체통신 이사, 상무이사 겸 반도체 기흥공장장을 지냈다. 특히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메모리 사업에 진출한 1983년 이후 고전을 했던 5년여를 고스란히 메모리 공장에서 연구에 바치기도 했다.
이후 1992년에는 메모리 사업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1994년부터 반도체 총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으며, 현재까지 15년째 대표이사로 재직해왔다. 그런 아버지를 따라 아들도 삼성전자에 입사해 ‘하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DMC 부문장(사장)의 아들도 최근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부문 휴대폰 상품기획 일본파트로 배치됐다. 아버지가 수장을 맡고 있는 사업부문의 최전선에서 아들이 뛰고 있는 것이다.
최지성 사장은 지난 2006년 ‘보르도TV’로 삼성전자를 세계 디지털TV시장 1위의 반석에 올려놓았고, 지난 2007년에는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던 휴대폰 사업을 맡아 ‘제2의 애니콜 신화’를 쓴 인물이다.
최 사장은 1951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최 사장은 반도체 메모리수출담당 사업부장과 비서실 전략1팀장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2000년 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 2004년 디지털미디어 사장, 2007년부터는 정보통신 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최 사장은 마케팅 능력과 기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과 영업을 모두 이해하는 CEO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러한 아버지의 이력을 뛰어넘기 위해 아들도 DMC부문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의 딸은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부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순봉 사장은 경영혁신 전문가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16년간 다양한 분야의 연구 활동을 수행했고 그룹 홍보업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이런 윤 사장의 딸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으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황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아들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이윤우·윤순봉·황창규 자녀들 삼성 계열사 근무 
자본주의 사회 신분의 꽃인 CEO 향해 현장에서 구슬땀


CEO를 향해
현장에서 구슬땀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전사 부문)의 차남도 삼성전자 일본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학서 부회장도 사회생활의 첫발을 삼성전자 경리과에서 시작한 만큼 부자가 모두 전-현직 ‘삼성맨’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1972년 삼성그룹 공채 13기로 입사했다. 이후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 과장, 제일모직 경리과장, 도쿄지점 관리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 19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장으로 영입되면서 유통업에 발을 내디뎠고 1999년 신세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후 지난 2006년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LG그룹 쪽에서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의 사위가 휴대폰(MC) 사업본부 경영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남 부회장은 LG텔레콤(LGT)과 LG전자를 거치며 12년째 CEO를 지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LGT 사장 재직 당시 포화상태인 이동통신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 650만명을 돌파하며 업계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듯 아버지인 CEO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펼치며 그룹 내에서 입지를 굳혔다. 이런 CEO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자녀들도 걷기 위해 아버지의 근무처에 당당히 발을 들여 놓고 있는 것.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CEO가 된 아버지가 자신의 활약으로 그 자리에 오른 만큼 부정을 개입시키기보단 혹독한 훈련을 통해 자녀 스스로가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CEO의 자녀들도 아버지의 마음을 십분 받아들여 월급쟁이들 꿈의 정점이자, 자본주의 사회 신분의 꽃인 CEO를 향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