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뒤통수 노리는 '반박' 뜨는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04 13: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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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꼬리' 되느니 차라리 '뱀머리' 될 테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정부가 지난달 25일 드디어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새누리당이 국회 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국정드라이브가 기대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당내에서 야당보다 무서운 '반박(반박근혜)'세력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정치권에서도 유명하다. 전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자신의 의견에 이견을 보일 때면 굳은 표정으로 상대방을 빤히 쳐다본다고 한다. 이른바 '박근혜 레이저광선'에 이견을 보이던 인사들도 지레 겁을 먹고 입을 다물기 일쑤다.

그런데 최근 그런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위협받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야당보다 무서운 '반박' 세력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독히도 괴롭혀온 것은 다름 아닌 당내 친박(친박근혜)세력이었다. 비록 소수지만 당내 반박세력의 등장이 심각한 이유다.

지는 친박
뜨는 반박

반박세력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필두로 한 친이(친이명박)세력이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경선룰 갈등으로 박 대통령과 대립한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연일 박 대통령 '딴지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첫 인사로 알려진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가 하면, 박 대통령이 일괄적으로 발표한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일부에 대해서도 자진사퇴를 거론하고 나섰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릴 정도다. 특히 대선 이후 당내에서 비주류로 추락한 친이계는 다가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탈당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 세력은 당초 친박계로 분류되다 다양한 사연으로 반박으로 돌아선 탈박(탈박근혜)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다.

사사건건 이견 표출, 노리는 것은 무엇?
당내 세력화 할까? 반기들다 눌릴까?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심복이지만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박근혜 저격수'로까지 불리고 있다. 유 의원 본인도 박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에 대해 "내가 너무 쓴 소리를 잘해서 그렇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지난 해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당명을 변경하려 하자 "새누리당이란 이름에 가치와 정체성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비대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섰다.

또 인수위 시절에는 박 대통령이 막말 논란을 겪고 있는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임명하자 윤 대변인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며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서 윤 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유 의원이 처음이었다.

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


세 번째는 아직까진 수면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대선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도 인선에서 소외된 세력들이다. 이들 사이에선 선거 승리의 공이 당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그렇잖아도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한 당내 인물들이 너무 많아 논공행상이 어려운 지경인데 박 대통령은 인수위 때부터 이러한 인물들을 대부분 배제하고 외부인사 위주로 인선을 실시해 나갔다. 당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 대선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대선이 끝난 후 버려지다시피 한 외부 영입 인사들은 얼마든지 반박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반박세력으로 분류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같은 당이라고 해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이를 말할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이들과는 달리 야권에선 여권과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표출되지 않고 똘똘 뭉친 모양새다. 게다가 현재 반박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에는 과거에는 당론에 무조건 따르던 이들도 상당수다. 이들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대표적인 반박세력으로 거론되는 이재오, 유승민 두 의원은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지역별 의원들과 가진 식사 모임에 나란히 불참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반박세력의 등장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야권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과 장관 임명 등에 대해 당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다 보니 국민들이 보기에는 박 대통령의 선택에 정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야권의 발목잡기로 몰아가고자 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154석으로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반박세력의 이탈이 치명적이다. 현재 19대 국회는 여대야소라고 하지만 반박세력이 본격적으로 세를 형성해 나간다면 실질적인 여소야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대야소 상황에서도 국정운영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친박계의 득세로 실질적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반박세력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이들이 반박세력을 형성하게 된 것은 '이미 잃을 것이 없다'는 심리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애초부터 박 대통령과 대립관계였던 만큼 이들로선 박 대통령과 관계가 나빠진다고 해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역으로 이제 와서 새 정부에 적극 협조한다고 해서 얻을 것도 없다는 분석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주요 현안마다 반대 목소리를 냄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몸값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냄으로써 소수의 인원으로도 전체의 그림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박 대통령이 당장 반박 다독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박 대통령에 충성하는 친박계보다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반박세력이 새 정부에서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수도 있다.

선제적 방어
"우리 건들지 마"

이 같은 반박세력의 형성이 박근혜 정부하에서 벌어질지도 모르는 정치보복에 대한 선제적 방어 성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보복이 있기 전에 미리 세력을 형성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친이계의 사례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진 친박계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천 학살' 등 정치적 핍박을 받았다. 이에 정치권에선 대선 전부터 "박근혜가 집권하면 문재인보다 더 세게 친이계 보복에 나설 것"이란 추측들이 오갔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가사업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과 한식 세계화사업에 대한 감사 요구안을 각각 의결했다.

따라서 친이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박 대통령과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이란 분석이다. 친이계의 반박세력 형성은 '우리를 건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가 될 수 있다.

야당 보다 무서운 반박, 그들의 정체는?
"날 버린 박근혜, 후회하게 만들겠어"

또 친이계로선 어차피 다음 공천을 보장받을 수 없는 데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할수록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된다. 결국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할 때 박근혜 정부에 협조하는 것보단 자신들만의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분석이다.

다음 총선이 2016년에야 치러진다는 것도 이들이 반박세력을 형성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적어도 그때까진 안전이 보장되는데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은 임기를 고작 1년 남긴 박 대통령과 주변세력이 갖기보단 차기 대권을 노리는 새로운 주자가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권 말이 되면 예외없이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바닥을 쳐왔던 만큼 현 정권과 미리부터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이 다음 총선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자가당착
결자해지

이 같은 반박세력의 가장 훌륭한 롤모델은 누가 뭐래도 과거 이명박 정부하에서의 친박세력일 것이다. 당시 친박세력은 당내 소수임에도 주요 현안에서 이 전 대통령과 정면대결을 펼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었다. 또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한 박 대통령은 대선 경선 패배 후에도 꾸준히 언론에 거론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다음 대선까지 잊혀지지 않고 유력 대선주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러한 친박계의 행보는 박근혜 정부하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반박계의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당내에서 이 전 대통령을 괴롭혔던 박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과연 박 대통령은 이들을 다독이기 위해 어떠한 카드를 내놓을까? 박 대통령은 이들을 끌어안고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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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