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탄] 스타벅스 ‘명품커피’

‘별다방’ 커피에 낀 ‘거품계산서’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커피들은 왜 이리 비싼 것일까.’ 흔히 ‘별다방’으로 불리는 스타벅스에 들른 고객이라면 무심코 한번쯤 떠올릴 만한 의문이다. 가격 거품 논란이 그것. 중저가 커피브랜드들이 속속 세상에 나오는 요즘 이런 의구심은 더하다. ‘커피의 제왕’이란 수식어답게 이름값일까. 아니면 뭔가 특별한 재료를 쓰는 탓일까.

3300원 원가 1950원?

스타벅스 커피값 논쟁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설전과 비판이 뒤엉켜 반복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뜨거운 감자’다. 이때마다 초점은 ‘커피 한 잔의 원가’에 모아지지만 사실 커피 종류, 유통구조, 국가·지역 편차 등의 변수를 이유로 적정선 산출이 쉽지 않다.

스타벅스도 원가 등 가격 구조에 대해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같이 상품의 원가 공개는 불가능하다”며 “비싸기 때문에 원가 공개를 하라는 건 자본주의 논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다른 나라와 비교 ▲매출과 로열티 분석 ▲통상적인 유통 마진 ▲전문가 또는 관련단체 발표 등 간접적인 수치를 토대로 가격 구조를 어느 정도 가늠할 뿐이다. 우선 스타벅스 가격 논란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수면 위로 불거진다. 국내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진출한 45개국 국가별 가격으로 물가를 비교하는 이른바 ‘스타벅스 지수’는 환율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가격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나라에 비해 비싼 편에 속했다. 당시 달러 환율이 1000원선일 때 얘기다.

국내 상륙 10년 3백호 ‘눈앞’ 매출 2천억 ‘코앞’
커피값·로열티 과다논란 반복 “한국 고객은 봉?”

원화가 하락하고 외환이 상승한 최근 사정은 다르다. 스타벅스의 대표 메뉴인 ‘아메리카노’(톨 사이즈·355㎖)를 기준으로 지난달 22일 현재 환율(1달러=1348원)을 감안하면 한국 3300원, 미국 3370원(2.5달러)이다. 일본(1엔=1371원)과 중국(1위안=197원)의 경우도 원화로 환산하면 각각 4798원(350엔), 4137원(21위안)에 달해 국내보다 비싸다. 결국 스타벅스 지수는 거품 논란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원가는 어떨까. 통상적으로 커피전문점에 공급되는 고급형 원두는 1㎏당 약 3만원 정도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 잔에 들어가는 적절 원두량이 6∼8g, 최대 10g으로 계산해도 한 잔당 원두 가격은 300원 안팎이다.

일부에선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원가가 90원’이란 주장도 있었지만 원두를 산지 가격으로 산정해 터무니없다는 게 스타벅스 측의 반론이다.

회사 관계자는 덧붙여 “커피 한 잔엔 원두와 함께 가격의 30∼40%인 매장임대료와 종업원 인건비, 10% 내외의 우유와 컵 등 부재료비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원두값이 300원이든, 90원이든 이를 뺀 나머지가 모두 회사의 이익이란 식으로 원가를 해석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항변을 곧이곧대로 계산기에 옮기면 아메리카노 가격 3300원에서 원두값 300원, 매장임대료와 인건비 1320원, 부재료비 330원 등을 빼고 남은 약 1350원가량이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결과가 나온다.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트도 책에서 “스타벅스의 마진율이 약 150%”라며 “2.5달러(337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의 원가가 커피원액, 자릿세, 우유값, 전기료, 종이컵, 인건비 등을 다 합쳐도 1달러(1348원) 미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세금 등까지 제외하면 순이익은 더 빠진다. 스타벅스 측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수준인 10% 밑으로 이익률을 잡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 가격 구조에서 빠져선 안 될 목록이 있다. 바로 ‘로열티’부분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그룹과 미국 스타벅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국내의 점포 개설 및 운영과 상표이용 대가로 국내 매출액의 5%를 미국 본사에 지급하고 있다. 3300원 가운데 165원이 미국으로 새는 꼴로, 일각에서 ‘외화 유출’이란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신세계그룹 ‘황태자’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스타벅스는 한국상륙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불황 여파로 미국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시장에선 펄펄 날고 있다.

매년 로열티 ‘눈덩이’

현재 스타벅스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전국 매장수는 292개로, 당장 300호점이 눈앞이다. 1999년 1호점이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이래 2004년 100호점을, 2007년 200호점을 돌파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중국에 이어 세계 6위며 국내 2위인 ‘할리스’(185개)에 비해선 2배 가까이 된다.

이익도 이에 비례한다. 매년 20∼30%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2000년 86억원이던 매출액은 2005년 1000억원을 넘더니 지난해 전년(1343억원) 대비 27% 상승한 17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같은 수준의 신장률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로열티도 눈덩이처럼 불어 2000년 4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85억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지금까지 스타벅스가 미국 본사에 송금한 로열티는 10년 동안 300억원이 넘는다. 2006년부턴 매년 10∼30억원의 배당금까지 보냈다. 1999년 국내 스타벅스에 100억원을 출자한 미국 본사가 한국 진출 10년 만에 투자비의 4배 정도를 벌어들인 것이다.

반면 스타벅스는 ‘쥐꼬리 기부’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07년 스타벅스의 기부금은 매출액의 0.07%인 8824만원에 불과했다. 업계에서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 몰라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우리나라 전체 커피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커피전문점 시장이 5000억원 정도를 차지한다. 스타벅스·커피빈·파스쿠찌 등의 외국브랜드가 60% 가까이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할리스·엔제리너스·탐앤탐스 등 토종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위는 단연 스타벅스로 시장점유율이 한때 50%대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30%대로 주저앉았다. ‘맥카페’ ‘던킨도너츠’ ‘밀스톤’ ‘에잇어클락’등 중저가 커피브랜드의 부상 탓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자바커피), 대상그룹(로즈버드), 두산그룹(란떼), 한화그룹(빈스엔 베리), SPC그룹(파스구찌), 이랜드그룹(더카페) 등 대기업들이 커피시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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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