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장수프로그램들

‘허참’도 가고 ‘신구’도 가고~


봄 개편을 맞아 KBS는 26년 장수한 <가족오락관>과 10년 장수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14년간 장수하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아침드라마 <TV소설>과 <청춘예찬>도 막을 내리기로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장수프로그램에는 수많은 해프닝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장수프로그램들의 아쉬움을 뒤로하며 그동안 일어났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묶어 보았다.  


‘타이틀’만으로 시청자 시선을 잡아끄는 <가족오락관>은 지난 4월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치러진 마지막 녹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84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26년 만에 1237회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1237이란 숫자가 말해주듯 <가족오락관>에는 다양한 진기록들이 즐비하다. 우선 ‘모범 MC’로 손꼽히는 허참은 방송에 딱 한 번 불참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교통사고. 직접 차를 몰고 <가족오락관> 녹화를 오던 도중 가로수를 받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코뼈가 주저앉는 부상을 입고 타고 있던 차량은 반파됐다.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고집을 피워 녹화장으로 갔다. 그러나 얼굴에 심하게 흉터를 입은 허참을 본 제작진은 그를 병원으로 보냈고 그의 빈자리는 당시 여자 MC 정소녀가 채웠다.
허참과 짝을 이룬 <가족오락관> 여자 MC는 21명이다. 여자 1대 MC는 오유경 아나운서였다. 이후 정소녀, 김혜영, 김자영, 김영미, 최영미, 이유리, 전혜진, 장서희, 오현정, 손미나, 변우영, 윤지영, 박주아, 박사임, 이정민, 김새롬 등이 바통을 이으며 <가족오락관> 안방 마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어 축구선수 김남일과의 결혼으로 MC자리를 물러난 김보민에 이어 이선영 아나운서가 21번째 여성 MC를 맡아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정리하게 됐다.
<가족오락관>에서 탄생한 코너의 개수는 무려 451개에 달한다. 유명 코너로는 ‘그림퀴즈’ ‘사구동성’ ‘폭탄퀴즈’‘고요속의 외침’ ‘볼과 볼 사이’ ‘방과 방 사이’ ‘따로 또 같이’ ‘스피드 게임’ 등이 있다. 이 중 ‘고요속의 외침’은 최근 제작진이 실시한 시청자 설문 조사 결과 ‘<가족오락관> 하면 떠오르는 것’ 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가족오락관>에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회상할 만큼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일명 ‘왕XX털’ 사건. 약 20년 전 <가족오락관>은 당대 최고의 인기 코너였던 ‘사구동성’을 진행했다. 전 출연자들이 큰 헤드폰을 끼고 앞사람과 뒷사람에게 4글자의 단어를 설명하는 게임이었다. 당시 여성팀은 ‘왁자지껄’이란 단어를 설명 중이었다.

출연자들은 헤드폰에서 들리는 큰 음악소리 때문에 단어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운 좋게 2번째와 3번째 출연자는 ‘자’와 ‘지’라고 답했다. 하지만 4번째 사람이 ‘껄’을 잘못 들어 ‘털’로 들은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번째 출연진이 ‘왕’이라고 답하면서 단어는 다소 민망(?)하게 조합됐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녹화장은 쑥대밭이 됐다. 당황한 출연진과 제작진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긴장감이 팽팽하게 조성된 순간, 한 방청객이 큰 웃음을 터뜨리자 스튜디오는 웃음바다로 변했다. 물론 그 웃음의 파도는 안방까지 전달돼 ‘왁자지껄’은 최고의 화제를 모았다.
<가족오락관>은 1만여 명에 이르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프로그램을 빛냈으며 남진, 조용필, 유재석, 김혜수, 비 등 현재 스타가 된 연예인들도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들 중 지난 26년간 가장 많이 출연한 게스트로는 비공식 집계로 100회 정도 출연한 가수 서수남. 그는 지난 2일 진행된 <가족오락관> 마지막 녹화에 참여해 프로그램의 피날레를 함께했다.
‘관객 참여형’ 예능 프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가족오락관>은 매주 방송마다 주부 게스트를 초대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1237회 녹화 동안 섭외한 주부 게스트가 무려 11만여 명에 달한다. <가족오락관>이 허참만의 방송이 아닌 ‘국민 예능 프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린 장수 인기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은 신구의 ‘4주 후에 뵙겠습니다’란 유행어를 남기고 지난 17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됐다. 무려 9년6개월을 끌고 온 이 장수 드라마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사랑과 전쟁>은 1999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는 ‘문제부부’를 그려내기 위해 재연 코너를 만든 것이 시초다. 반응이 좋아 드라마 요소를 가미해 지금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그동안 300여 개의 에피소드를 다뤄 불륜 드라마의 ‘아이디어 뱅크’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랑과 전쟁>에 방송, 화제가 됐던 에피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6년 만에 1237회 끝으로 마침표… 여자 MC 21명·451개 코너 탄생
‘사구동성’ 코너에서 일어난 일명 ‘왕XX털’ 사건은 최고의 에피소드


부산 모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을 소재로 삼아 25.2%의 높은 시청률을 얻은 190화 ‘단체관광의 최후’는 <사랑과 전쟁> 애청자들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꼽힌다.
부산의 아파트 단지 아줌마들이 일본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한국의 남자들하고 단체로 놀아난 이야기다. 그 중 한 여자가 성병에 걸려 알려졌다는 소문이 있다.
398화 ‘시어머니는 남자’는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트렌스젠더 시어머니가 등장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한 며느리가 목욕도 같이 하고 침대에서 손 붙잡고 같이 잠을 잤던 ‘시어머니’가 사실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성전환수술을 받은 시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362화 ‘가짜아내’는 사기 결혼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다. 한 여자가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신분을 속인 채 한 남자와 결혼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자는 이미 두 차례의 결혼을 통해 세 아이를 둔 데다 나이도 남편보다 아홉 살이나 많았다는 이야기다.

20화 ‘성 그리고 거짓말’은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넘은 작품이다. 처음으로 남자의 자위장면을 묘사해서 충격을 주었다. 남편의 잠자리 요구가 부쩍 줄어들자 남편을 의심하는 중년 부인의 이야기다.
399화 ‘씨받이 신부’는 한국 시청자들을 무안하게 만든 드라마였다. 아들을 못 얻는 부부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순진한 처녀를 속여 대리모 삼는 이야기. 아이를 빼앗기 위해 알리바이를 꾸미고 우즈베스키스탄 여자를 감옥에 넣는 결말이 충격적이다. 국제결혼을 기존과 다르게 외국 신부의 입장에서 다뤄 화제가 됐다.
358화 ‘여왕벌의 외출’은 모 지방 대학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각색했다. 한 여자의 엽기 행각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있는 미모의 유부녀가 일과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남자를 농락하다가 남편에게 발각돼 문어발식 행각이 들통나는 내용이다.
309화 ‘스폰서 카페’는 부유층 남성들이 스폰서 카페라는 장소를 통해 젊은 여성들과 사랑 없는 성관계를 맺고 젊은 여성들은 선물이나 경제적 도움을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존재한다는 스폰서 카페를 소재로 해 젊은 여성들의 달라진 인생관을 보여줬던 작품이다.
이외에도 탈북 귀순자가 우리 사회에 고생하는 모습을 눈물겹게 그린 262화 ‘귀순스타 룡호씨’, 중년 부부가 재미 삼아 스와핑을 시도했다가 점점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로 25.2%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210화 ‘체인징 파트너’, 노인들의 사랑과 성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155화 ‘황혼의 아우성’ 등 <사랑과 전쟁>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화제의 연속이었다.
한편 <사랑과 전쟁>은 그동안 수많은 인기스타들이 거쳐갔다. 탤런트 윤정희, 이필모, 김희정 등이 출연했었고, 가수 장윤정과 박현빈도 무명시절에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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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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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