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앵커 교체를 둘러싼 MBC의 내홍이 점차 커지고 있다. 130여 명의 일선 기자들이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제작거부를 하였으며 기자들은 보도국장 불신임안을 가결, 회사의 인사권과 정면 대결하고 있어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13일 오후 신경민 앵커는 <뉴스데스크>에서 자신의 마지막 클로징멘트로 시청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 “회사 결정에 따라서 오늘자로 물러난다. 지난 일 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석구석과 매일 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는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클로징멘트 이후, MBC <뉴스데스크> 시청자 게시판에는 신 앵커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쇄도했다. “수고 많으셨다” “신경민 앵커의 생각과 원칙을 지지한다” “앞으로도 계속 MBC를 지켜달라”라는 글이 이어졌다.
MBC 경영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함께 폭주하고 있다. 13일 오전 엄기영 MBC 사장이 담화문을 통해 “앵커 교체는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후임 앵커는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선발토록 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 일부 시청자들은 “신경민 앵커가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냐” “비민주적으로 하차시킨 앵커 자리를 민주적으로 선발한다니 말이 되나”라며 엄 사장의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MBC 내부적으로도 경영진과 보도국 기자들의 정면충돌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MBC 평기자회는 신경민 앵커의 교체가 확정되자 총회를 통해 제작 거부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전영배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벌여 압도적인 표차로 불신임을 가결시켰다. 이들은 전 보도국장의 불공정 보도 사례를 공개하면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도 성명을 내고 “사측이 오늘 앵커 교체를 강행한 것은 공영방송 MBC를 부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보도국장 퇴진과 엄기영 사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기자 이어 앵커도 제작 거부…노조도 동참 태세
노사 입장 ‘평행선’…방송 파행 속 여론 촉각도
13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간 MBC 기자회는 “그동안 뉴스 파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작현장에 남아있던 편집부 기자, 앵커들도 제작을 거부하는 등 사측의 입장 변화가 있기까지 계속 투쟁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14일에는 <뉴스24>의 김주하 앵커를 비롯한 일부 앵커들이 신경민 앵커 교체에 항의하며 제작거부 대열에 합류했다. 김 앵커와 <뉴스투데이>의 박상권, 현원섭 앵커 등의 빈 자리는 아나운서들로 임시 대체됐다.
MBC 노조도 14일부터 경영센터 10층 임원실 앞 복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기자회의 투쟁에 합류해 앞으로 노조 차원의 파업으로 사태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15일 오전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노조 등 사원대표들이 만나 연 공정방송협의회도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친 자리였다. 엄 사장은 기자들에게 빠른 시간 내에 제작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종용했고 사원들은 “보도국장 퇴진”을 계속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엄 사장은 “공정방송을 훼손하는 사례는 나도 참을 수 없는 만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니 기자들은 나를 믿고 돌아 오라”며 “보도국장 경질 등 인사권을 가지고 계속 힘들게 몰아가면 내가 MBC에 있을 필요가 없고 일신과 관련된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역시 이번 싸움의 주체는 기자회가 되어야 하기에 노조는 전면적으로 나서긴 어렵지만 보도국장이 물러나고 사장이 사과하는 것을 기자회와 함께 요구하고 있어 공동 투쟁으로 봐도 된다”며 “15일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노조도 협의를 거쳐 지금보다 높은 차원으로 투쟁을 격상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16일에는 9일부터 제작을 거부해 온 MBC 기자들이 현업에 복귀했다.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총회를 열어 제작거부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기자들이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단축 방송을 하는 등 차질을 빚은 뉴스 프로그램들은 이날부터 정상화됐다.
비대위는 총회 뒤 발표한 성명에서 “제작 복귀 결단은 우리가 얻어낸 성과를 앞으로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천명이자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의 표현이다”라고 제작 거부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경영진이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거나, 공정보도를 훼손할 경우 언제든 다시 전면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임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