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스물아홉 천재화가 김지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22 20: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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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며 그림처럼 살아요"

[일요시사=사회팀] 화가 김지희는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가 어릴 때 생각했던 화가는 멋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왠지 가난할 것 같고, 불행하게 살다 병들어 죽을 것만 같은 느낌. 그러나 그림이 가진 '불멸의 가치'에 매료된 '소녀'는 화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만 스물아홉. 화가 김지희 작가는 국내 신진 여류화가 중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욕, 도쿄, 런던, 베이징 등을 포함한 국내외 전시회만 모두 100여 차례. 마이애미 아트아시아아트페어, 뉴욕 레드닷아트페어 등 명망 높은 국제 아트페어에도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화장품 브랜드 미샤(MISSHA)와의 콜라보(MISSHA with Kim Jihee), 걸그룹 '소녀시대'와의 콜라보(GG X Kim Jihee) 등으로 자신의 활동 영역 또한 넓히고 있다.

소녀시대와 협업

2007년 일본 전일전 예술상을 통해 가능성을 알린 김 작가가 본격적인 미술 작업을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다. 20대 대부분을 국내와 해외를 오고가며 숨 가쁘게 살았던 그였기에 조금은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김 작가는 다음 작업에 대한 고민에 한창이었다.

"생각해보면 늘 바빴어요.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대학원에서 조교를 했는데 새벽에 나가서 그림 그리고, 곧바로 출근하고, 일 끝나면 또 작업하고…. 그러다보니 주말도 없었어요. 20대 내내 그런 생활이 이어졌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하지만 언제나 관심사는 그림이었어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머릿속의 2%는 항상 작업에 대한 모티브를 고민해요. 꼭 거창한 모티브가 아니어도 일상적으로 놓인 시각적 경험에서도 영감을 얻어요."

김 작가는 풍경이 아닌 사람을 담아내는 작가다.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그리다보니 자연스레 '현대인의 가면성'에 주목하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 미술시간에 삐에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어요. 삐에로가 관객이 가득한 무대 위에 홀로 앉아 공을 끌어안고 우는 그림이었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고독일텐데요. 어떻게 보면 이중성이죠. 세상이 말하는 것들에 맞추기 위해 살고 그러다 점점 소통이 어려워지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막연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그게 뭔지 몰랐지만 대학에 와서 다양한 걸 그리다 보니 결국 제 길을 찾게 됐죠."

김 작가는 자신의 회화 작업을 "메시지를 이미지로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때로 이미지를 메시지화하기도 한다.

"어느 날 홍대 앞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일렬로 서있는 거예요. 저는 호기심에 그걸 보고 있었는데 할리데이비슨 문신을 한 사람이 눈에 띄었죠. 그 사람에게 할리데이비슨은 너무나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할리데이비슨을 타면 ‘나는 자유롭고 와일드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브랜드에 일체화시키는 기분이 들었어요. 사람이 만든 브랜드가 사람의 판단을 마비시키는 걸 보고 재밌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순간순간 떠오른 생각들을 제 작업 모티브로 활용하기도 해요."

김 작가는 인터뷰 도중 '25시'의 작가 게오르규(Virgil Gheorghiu)가 썼던 한 구절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예술가는 잠수함 속의 토끼 같은 존재다'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잠수함 속에 토끼를 놔두면 그 안의 공기가 이상한지를 토끼가 미리 감지한대요. 이처럼 예술가도 사회의 감춰진 단면에 대해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작가는 늘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다. 2011년 제너럴아이디어의 최범석 디자이너와 함께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티셔츠' 디자인을 한 건 자신의 재능을 사회를 위해 활용한 좋은 예다. 그 다음해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문화·예술 분야 20대 리더로 선정돼 스위스에서 150여개국의 글로벌 쉐이퍼들을 만났다.

"다보스 본사에서 1주일 동안 있었는데 저한테는 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었어요. 세계 각지의 리더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잠시였지만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저도 그들처럼 글로벌한 꿈을 품게 됐죠. 5년 동안 정말 재밌게 활동할 거예요."


2007년 입상 후 세계 유수 아트페어 출전
"예술가는 잠수함 속 토끼…사회변화 민감하게 감지해야"  

김 작가의 활발한 사회 참여가 혹여 예술가로서의 행로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김 작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갤러리 밖을 벗어난 일들을 많이 했어요. 유니세프에 재능기부했던 것도 그렇고. 하지만 소수 컬렉터만 예술을 누릴 것이 아니라 대중들도 함께 문화적 감수성을 누려야 한다고 봐요. 예술가는 대중과 소통해야 하구요. 그게 제 예술가로서의 비전입니다."

인터뷰 말미, 김 작가는 화가를 꿈꾸는 예비 화가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는 운이 좀 좋았어요. 예전 같았으면 20대 때 어디서 명함도 내밀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러나 요즘은 젊은 작가들을 수혈하는 분위기가 있고, 갤러리도 늘어났고요. 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그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주위를 보면 그림이 싫어서 그림을 그만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 길에 대한 걱정이 먼저 앞서는 거죠. 저는 젊은 작가들이 조금만 더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이것도 일종의 사회 공헌이겠죠."

현대인 가면성 주목

김 작가는 "'가치'가 맞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사회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예술가가 사람과 사회를 매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가 쓴 자필 에세이를 받아 들었다. <그림처럼 사는>이란 제목이었다. 말 그대로 그림처럼 살아온 '인간 김지희'의 다음 '그림'이 무척 궁금해졌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김지희 작가는?

▲2007년 일본 전일전 예술상
▲2011년 제6회 청작미술상
▲2012년 MISSHA with Kim Jihee 런칭
▲2013년 GG X Kim Jihee 발표
▲‘마이애미 아트아시아 아트페어’외 다수 기획전
▲‘Sealed Smile’외 다수 개인전
▲세계경제포럼 문화, 예술분야 20대 리더 글로벌 쉐이퍼(Global Shaper) 선정 ASIA 문화·예술분야 20대 리더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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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