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마약괴담’<밀착취재>

잠에 취한 연예인들 “나 떨고 있니”

최근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이 신종 마약으로 오남용되고 있는 가운데, 연예인들까지 ‘프로포폴’을 마약처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가 또 다시 ‘마약 괴담’에 술렁이고 있다. SBS는 지난 4월2일 <8뉴스>를 통해 “한 연예인 지망생이 프로포폴 중독으로 인해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한 마취과 전문의로부터 일반 환자들이 맞는 용량으로는 마취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게 중독된 유명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며 “이에 따라 경찰은 강남 지역 프로포폴 오남용 실태에 대해 증거를 확보하고 연예인과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21일 연예인을 꿈꾸던 L(21)씨가 자기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L씨의 옆에는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 약병이 세 가지나 놓여 있었다.
국과수 부검 결과 L씨의 사망 원인은 프로포폴로 인한 약물 중독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L씨가 지난해 12월에도 성형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맞다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응급 치료를 받는 등 프로포폴에 중독돼 있었다고 밝혔다.
프로포폴은 마약처럼 환각 효과와 중독성이 강해 자주 수술을 받거나 피로 회복제처럼 이용하다 중독되는 사례가 연예인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기자 A양은 최근 성형외과에 가는 횟수가 늘었다. 측근에 따르면 A양은 성형수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사를 맞고 싶어서 성형외과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A양이 이상한 주사를 맞으러 강남의 병원을 돌아다닌 지도 벌써 2~3년이 됐다고 말을 덧붙였다.
A양이 주사에 빠져있는 것을 막을 수 없어 걱정이라는 이 측근은 이 주사약은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VIP고객을 비롯해 몇몇 연예인들, 그리고 이 약을 경험해본 일반 환자들 사이에서 쉬쉬하며 퍼져 있다고 전했다. 강남의 일부 성형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에서 전혀 부작용도 없고 피로회복 및 피부미용에 좋다며 주사를 놓고 있다고 한다.
청담동에 위치한 A성형외과의 한 의사는 “강남에 있는 의원들에서 연예인들이 피곤하다고 하면 재워주는 약으로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의사는 “일반 환자들이 맞는 용량으로는 마취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게 중독된 유명 여성 연예인을 목격했다”며 “그 연예인은 너무 오래 맞아서 내성이 생겨 ‘프로포폴’로 마취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독에 빠져 간단한 시술을 핑계로 ‘프로포폴’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의사는 “보톡스 맞겠다고 와서 ‘너무 아프니까 그걸로 재워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내시경 검사나 간단한 수술에 수면마취가 널리 사용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이제 일반인들까지 이 약을 ‘포폴’, ‘하얀 약’이라 부르며 원하고 있다. 일반 병원들은 간단한 시술시 환자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의료 소비자는 전신마취에 비해 수면마취가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수면마취 시술은 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수면마취제는 환자에 맞게 적당량을 사용하면 전신마취에 비해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다고 주장한다. 또한 ‘프로포폴’은 제대로만 사용하면 지금까지 발명된 수면마취제 중 비교적 안전하고 그런 이유에서 세계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이라 설명한다.
반대로 또 다른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은 부작용 발생 시 해독제가 없기 때문에 죽음의 마취제라 지적한다. 덧붙여 ‘프로포폴’은 현행법상 향정신성의약품 품목에는 빠져 있어 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에 오용과 남용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연예인들까지 ‘프로포폴’을 마약처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가 떨고 있다. 대체로 연예인 마약 사건의 경우 사건 당사자와 절친하거나 교류가 깊은 일부 연예인들도 구설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연예인들은 사건 당사자인 또 다른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사건이 불거지면서 연예계에 또 한 번 마약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연예인 마약사건은 지난 1970년대부터 불거졌다. 1970년대 가수 신중현과 조용필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회적 충격을 던져줬다.

 연예인 꿈꾸던 L씨 ‘프로포폴’ 과다 사용으로 약물 중독 사망
환각 효과·중독성 강해 연예인들 피로 회복제로 사용하기도

이후 1980년대 인기그룹 사랑과 평화, 이승철, 들국화, 개그맨 주병진 등이 마약 사건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하는 등 연예계에 마약이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가수 신성우, 이현우, 현진영, 신해철, 영화배우 박중훈 등이 마약사건을 일으킨 대표적 인물이다.
2001년에는 당시 국민드라마 <허준>으로 큰 인기를 끈 황수정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돼 5년여 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또 2002년 가수 싸이의 대마초 사건과 배우 성현아의 엑스터시 사건이 연예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줬다.
2005년 5월에는 남성그룹 ‘듀크’의 멤버 김지훈이 엑스터시와 대마초를 각각 한 차례씩 복용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2006년 5월에는 신세대 연기자 겸 가수 고호경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대마초 복용 혐의)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지난 2007년 1월에는 ‘X파일 4탄’이라는 출처 불명의 연예인 마약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떠돌기도 했다. ‘X파일 4탄 연예인, 재벌가 3세 엑스터시 등 마약 상습복용’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영화배우 A, 댄스그룹 출신 B 등 3명이 엑스터시 등 마약을 상습 복용했다는 혐의를 포착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는 완벽에 가까운 기사체 문장이 등장했다.

 또 ‘이들은 청담동 한 가라오케에서 엑스터시 복용하고 춤추거나 가라오케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B가 D가라오케 지분 일부 소유하고 있어 연예인들이 단골로 드나들었다고 한다’고 적시했다. ‘X파일 4탄’에는 이외에도 유명 재벌가 2,3세의 실명이 거론됐다.
도대체 연예인들은 마약에 왜 손을 대는 것일까.
연예인들이 마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연예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화려한 겉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면적으로는 상당히 고통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모습까지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감춰야만 한다. 연예인들은 이런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또 인기 절정에 있는 경우는 인기 하락에 따른 불안감과 초조감을 해소하기 위해 인기가 없으면 그것에 대한 심한 우울과 스트레스 극복을 이유로 마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대마초를 피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한 가수는 “갑작스럽게 큰 인기를 얻으니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컸다.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초조한 마음에 대마초에 손을 댔다”며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후회했다.
1980년대 마약 사건에 연루됐던 7080 세대의 한 스타도 “콘서트를 마친 후 극심한 허무감이 밀려왔다. 당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그만 마약을 복용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다.
연예계에서는 또 다른 곳에서보다 마약을 접할 기회가 많다. 외국에 나가는 사례가 빈번하고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는 문화 때문에 마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연예인의 직업적인 특수성으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을 이해할 순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마약 복용은 절대 용납 못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는 만큼 연예인들. 해마다 그들의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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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