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암투] 서초구청에 무슨 일이…

툭 하면 쌈질…바람 잘 날 없는 ‘부자구청’

 [일요시사=사회팀] 서초구청이 시끄럽다. 최근 청원경찰 사인을 놓고 허준혁 전 서울시의원(서초구)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성중 전 구청장과 진익철 현 구청장 간 공천갈등도 다시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서초구 사태. 청원경찰 사인 뒤에 숨겨진 이면을 들춰봤다.


2013년 1월10일 오전 10시. 서초구청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던 이모(47)씨가 주차장 내 번호판 교체장소에 쪼그려 앞에 앉아 있었다. 이를 발견한 구청 직원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이씨 쪽으로 다가갔다. 이씨는 호흡곤란 상태였고, 직원은 바로 구급차를 불러 인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호송했다. 이씨는 당시 급성심근경색 증상을 보여 즉시 시술을 받았지만 결국 오후 3시경에 급성심근경색에 따른 심장 쇼크사 및 폐부종으로 생을 마감했다.

온라인서 공방 열전
구청 측 변명 급급

지난달 10일 발생한 서초구청 청경 사망사건이다. 청경 이씨는 22년째 근무해온 우수 근속자였다. 그는 1월2일 시무식이 시행된 날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탄 관용차를 지각 안내했다는 이유로 9일, 영하 11.7도,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날씨에 해당 구청으로부터 24시간 야외근무를 지시받았다. 이씨를 포함해 같이 근무를 하던 주차장 근무 직원 3명이 시무식을 마친 후 구청으로 돌아오던 진 구청장의 관용차가 들어옴에도 지각대응한 점, 혼잡했던 주차장 상황을 미처 살피지 못하고 초소에 들어가 잡담을 하며 민원차량 주차안내 등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한 비공식 징벌이었다.

당시 진 구청장과 동승했던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은 그들에게 근무상태 불량을 지적하며 옥외초소 문을 잠근 뒤 “주차장 혼잡 시 모두 초소에 들어가 있을 생각하지 말고 교대로 초소 앞에서 근무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의 야외근무는 단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9일 이씨는 주간근무에 이어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당직근무를 섰다. 즉 영하의 날씨에 24시간 동안 야외에서 근무한 셈이다.

이씨는 오전 9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동료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한 뒤 9시30분경에 초소로 복귀했다. 이후 10시쯤 심장에 무리가 온 듯 청경 이씨는 초소 앞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쪼그려 앉았고, 이를 지켜보던 동료 직원들이 동료 직원들이 병원으로 호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물론 이씨의 사인이 동사가 아닌 급성심근경색이었고, 야외근무를 지시한 지 일주일이 지난 후 사망한 사건이라 구청 측에 책임을 운운하긴 어렵지만 구청장 관용차량 지각안내에 따른 과도한 문책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문제임에 틀림없었다.


‘돌연사’청원경찰 사인 두고 구청장·의회 충돌
“혹한에 가혹근무로 죽었다”vs“평소 지병 때문”

이윽고 청경죽음이 구청에서 내린 징벌과 연관성이 짙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진 구청장에 대한 해임과 형사처벌(구속)하라는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서초구청은 진 구청장을 감싸는 반박기사를 내는데 급급했다. 진 구청장과 동승했던 조 행정지원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 총무과에 열쇠를 맡기며 교대로 초소를 이용하게끔 근무교육을 시키라고만 했는데 실무팀에서는 3일 오후 1시를 훌쩍 넘어 초소문을 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영하의 날씨에 청경들은 초소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야외근무를 섰으며 28시간 만에 난방기가 설치된 초소문이 열린 셈이 된다.

반면 서초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청경을 24시간 야외근무 시켰다는 주장은 물론 진 구청장 관용차량의 주차안내가 늦었다는 이유로 부당징벌 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다. 최근 청경이 사망한 것은 맞지만 동사가 아닌 고지혈증과 당뇨를 오랜 기간 앓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청원경찰은 바깥 근무를 할 때, 1시간 근무 후 2시간 휴식을 원칙으로 하루에 총 세 시간의 근무를 선다. 동절기에 야외에서 근무하는 청경들을 위해 오리털 파카, 방한용품 등을 지급, 휴식시간에는 환풍기와 온돌판넬이 설치된 구청사 10층 청경 휴게실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현 구청장
공천갈등 연장전?

서초구청 측의 거듭된 해명에도 청원경찰 사인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현재 3000여 명에 달하는 누리꾼들이 ‘서초구청장 구속 청원’에 동참했는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 사건과 관련된 검색어가 꽤 오랫동안 1∼2위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곧바로 지워져 구청 측의 직접적인 개입의혹이 잇따랐다. 또 허준혁 전 시의원이 본인의 블로그에 “구청장님 관용차 주차가 늦었다고 사람을 얼려죽이다니…”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청원경찰 사인에 진 구청장의 책임이 크다고 일갈한 바 있어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에 서초구의회도 청경 돌연사 의혹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김익태 진상 조사위원장을 포함한 구의원 8명으로 구성된 ‘서초구 청원경찰 조사특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열리기도 했다.

특위 주재자인 김 의원은 “구청의 해명대로 이씨가 1시간만 근무하고 2시간은 휴게실에서 쉬었다면 8층에 있는 휴게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맞다. 그러나 지난 28일 CCTV를 확인한 결과 엘리베이터 CCTV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며 “초소 문을 잠근 당일인 2일 영상이 남아있지 않다. 의도적으로 이를 훼손한 게 아니냐”고 구청의 자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총무과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없앤 건 아니다. 관리회사에 문의하니 복구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구청장 차량 안내 늦어서 징벌?
영하 16도 외부서 24시간 근무?

항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단순 청원경찰 돌연사로 치부하기보다 ‘전-현 구청장 간 공천후유증’이라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진 구청장 측이 “최근 발생한 청원경찰 돌연사를 빌미로 차기 서초구청장을 노리는 몇몇 인사가 짜고 현 구청장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 벌인 비겁한 언론 플레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세력을 비난하면서 공천갈등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또한 서초구청 측이 개인 블로그에 현 구청장을 공개 디스한 허 전 시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두 사람의 공천갈등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추측된다. 

진 구청장 측은 “허 전 시의원은 진 구청장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서초구청장 공천을 신청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공천 갈등이 사건의 배후라는 점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진 구청장은 허 전 시의원을 고소하기에 앞서 최근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박 전 구청장이 재직 당시인 지난 2009년 5000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당시 진 구청장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관련 공무원 실명으로 투서가 수차례 들어와 박 전 구청장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며 “부서원에 돌아갈 돈을 박 전 구청장이 착복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전 구청장은 “터무니없는 혐의다. 만약 1만원이라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구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무고로 고소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마권발매소
교회 인허가

사실 진 구청장과 박 전 구청장의 갈등은 진 구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계속됐다. 그들의 악연은 공천이라는 굴레에서 먼저 시작됐다. 진 구청장과 박 전 구청장은 경남고 선후배 사이지만 행정고시 23회 동기다. 먼저 서초구청장을 지낸 박 전 구청장은 지난 2010년 재선에 나서려 했다. 박 전 구청장은 열정적인 청장으로 평판이 자자했지만 주민들과의 잦은 마찰로 진 구청장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구청 주변에서는 행시 23기동기인 고승덕(당시 한나라당·서초을) 전 의원이 진 구청장을 밀어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박 전 구청장은 2012년 총선에서 서초을 공천을 다시 한 번 노렸으나 고 전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터뜨리며 또 실패했다. 박 전 구청장 측은 분을 삼키지 못하고 “고 전 의원과 진 구청장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초구 의원들은 공천을 앞두고 서로를 물고 뜯는 진흙탕 싸움을 전통관례처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010년 박 전 구청장이 재선을 노릴 당시 공천의혹이 있었다. 박 전 구청장은 사랑의 교회 측에 신축부지 옆 참나리길 공공도로 지하 땅 1077.98㎡(약 326평), 즉 불법특혜를 내주면서 공천과 관련한 사전결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사랑의 교회는 도로지하 점용허가에 대한 당위성 및 근거확보를 위해 서초구청과 기부채납 계약을 했고, 하루 만에 ‘도로지하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은 후 건축허가를 신청하라’ 조건부 승인이 났다. 승인의 조건이 된 ‘도로지하에 대한 점용허가’가 15일 만에 났다는 점도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을만한 사안이었다. 한편 사랑의 교회 신축공사에 들어갈 비용은 총 22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구청장 해묵은 감정표출 지적
공천 의혹 등 진흙탕 싸움 수면 위로

다음해 2011년에는 진 구청장의 공천 의혹이었다. 그는 거액의 돈을 받고 마권장외발매소 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마권장외발행소 설립은 지난 2009년 마사회의 설립 계획이 발표된 이후, 서초구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온 서초구 최대 지역현안 중 하나다. 결국 무혐의로 마무리됐지만 진 구청장 측은 의혹을 제기한 발원지를 박 전 구청장으로 보고 있다. 박 전 구청장 측은 “박 전 구청장이 박근혜 당선자 대선캠프에서 일했는데 혹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 들어갈까봐 이를 막기 위해 진 구청장 측이 말도 안 되는 혐의로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진 구청장의 지나친 MB사랑이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키는데 한몫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서울시 문화관광국장과 환경국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MB맨이다. 그런 그가 내곡동 사저 인근에 테니스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 이대통령을 의식한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진 구청장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특별교부금 15억원 중 4억6000만원을 내곡동 생활체육시설 건립에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사용도 위법성 논란에 휩싸였고, 이 땅은 서초구 소유로 이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곳과는 1.5㎞, 이상득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땅과는 불과 1.7㎞ 가량 떨어져 있어 청와대와 사전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진 구청장은 내곡동 1-16번지 유휴지에 8370㎡ 규모의 테니스장 6면과 다목적구장(1000㎡), 주말농장 및 쉼터(1300㎡) 등을 갖춘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10월12일 착공식을 했다.

구청장 공천비리
썩은내 진동

청원경찰 돌연사가 서초구 의원들 간 공천비리의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 됐다. 민심을 뒤로한 채 밥그릇 싸움에만 전전긍긍하는 서초구 의원들의 추악한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최호정 서초구 시의원은 “강남?서초 지역은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으로 여기니 공천을 둘러싸고 각종 마타도어가 판친다”며 “다른 자치구에서는 주민들 이목이 부끄러워서라도 이렇게까지 못한다”고 혀를 찼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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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