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의 ‘얌체상혼’ <백태>

“우리 손실은 고객님이 부담하셔야죠?”

신용카드사들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기 불황을 틈타 각종 수수료를 올리고 부가서비스는 축소한 탓이다. 카드사들은 금융위기로 수익이 줄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에게 손실을 떠넘긴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용카드사들의 ‘얌체상혼’을 파헤쳐 봤다.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줄줄이 인상
부가서비스 축소·신용공여기간 단축…고객혜택 줄여
카드사 “불황으로 수익성 악화돼 어쩔 수 없다”
소비자  “자정 노력 없이 고객에게 손실 떠넘겨”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잇따라 연회비와 각종 수수료율을 높이는가 하면 기존 광고에서 내세웠던 부가서비스와 할인혜택을 축소, 폐지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의 이러한 행동은 불황으로 카드사용 실적 성장세가 급락하고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고객들은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이 몸집을 줄이는 등의 자정 노력을 하지 않고 고객 서비스만 줄이는 것에 대해 비난을 하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신용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인상하고 있다.
외환카드는 지난 1일부터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종전 0.5%에서 0.55%로 0.05% 인상했다. 현금서비스로 100만원을 받으면 기존에는 5000원의 취급수수료가 부과됐지만 이젠 55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카드수수료 인상 ‘팍팍’
부가서비스 혜택 ‘싹뚝’

삼성카드는 은행 영업시간 기준 현금지급기 서비스 건당 이용수수료를 600원에서 800원으로 33%나 올렸다. 현대카드도 지난해 12월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0.5%에서 0.59%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11일부터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수수료율을 동시에 올렸다.
롯데카드 등 다른 전업 카드사와 대구은행·부산은행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0.05~0.1% 수준에서 상향 조정했다. 국민은행과 대구·전북·경남 등 지방은행들도 지난 9일 전업계 카드사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35~40% 인상키로 했다.
전업계 신용카드사들은 고객 결제계좌에서 결제대금이 인출될 시 인출건별로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또 지방은행들은 기존에 없던 ‘자동이체 변경 수수료’를 신설, 건당 15원씩 전업계 신용카드사들에 부과키로 결정했다.

신용카드사들은 또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 결제대금 청구에 대한 기준으로 삼는 신용카드 이용기간인 신용공여 기간과 한도도 줄이고 있다.
BC카드 가맹 카드사들은 자사 고객에 대해 오는 5월 결제분부터 일시불 및 할부판매의 신용공여기한을 3일씩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씨 회원사인 우리은행이 자사 카드 고객의 신용공여기한을 기존 최장 47일에서 44일로 줄이고, 농협도 BC 가맹 농협카드에 대해 신용공여기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기업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도 5월 결제분부터 자사의 BC 가맹 신용카드에 대해 3일씩 일괄 신용공여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앞서 당초 최장 45일이던 신용공여기간을 신용판매에 대해 42일로 앞당겼다. 신한카드도 3일씩 해당 기간을 감축했다. 롯데카드는 신용판매 신용공여기간을 2일 줄였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고객들의 결제대금 정산이 빨라져 신용카드사의 자금 부담이 줄어든다”면서 “반면 고객들은 결제대금 정산이 빨라지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신용카드사들은 더욱이 할인혜택 등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연회비를 인상하는 행태를 보여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 1월1일부터 ‘현대카드 M·V·H’ 신규 회원의 연회비를 5000원 인상했다. 더욱이 SK오일백 현대카드의 연회비는 5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3배 인상됐다. 또한 오는 6월5일부터는 전월 실적에서 주유이용금액을 제외하기로 했다.
현대카드H의 경우에는 전월 실적 기준으로 변경했다. 또 학원에서 결제한 금액에 대해서는 전월 실적에 포함시켰지만 할인 받은 결제금액은 전월 실적 산정에서 제외시켰다. 일부 가맹점이 할인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제공되던 치과, 한의원(한방병원은 할인 대상 유지) 할인 서비스는 중단했다.

불황으로 수익성 악화
자금난 타개할 자구책 

연회비 100만원짜리 카드인 ‘더 블랙(The Black)’도 연회비를 100% 안팎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기존 회원의 보유카드의 경우 유효기간 내에는 기존 연회비가 유지된다. 더욱이 현대카드는 올해부터 전가맹점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중교통 100원 할인서비스로 인기를 모은 하나카드의 ‘하나 마이웨이’ 카드는 영화·외식·놀이공원 등의 서비스 이용 자격요건을 지난 2월1일부터 ‘월 이용금액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강화했다. 또한 홈에버 주중 5%, 주말 7% 할인 서비스는 중단했다.  
삼성카드는 기존에는 월 평균 카드 사용액이 10만원 이상이면 놀이공원과 한국민속촌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 4월부터는 직전 3개월 월평균 실적 10만원 이상에서 월평균 20만원 이상 사용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주요 백화점과 가전제품 매장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도 중단했다. 지난 15일부터는 S-OIL 주유 시 적립되는 보너스포인트 적립기준을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에서 직전 3개월 월평균 30만원 이상으로 강화했다.
KB카드는 포인트 적립 기준을 신용카드 매출금액의 0.2%, 체크카드 매출금액의 0.5%를 포인트로 적립하던 기존 방식에서 내달 15일부터 신용카드 매출금액의 0.1%, 체크카드 매출금액의 0.2%로 포인트 적립률을 축소시켰다. 일부 카드를 제외하고 무이자 할부에 대해서는 포인트 적립을 해주지 않는다.
롯데카드는 지난 2월15일부터 3개월 동안 한 달 평균 30만원 이상을 사용하지 않으면 포인트 적립률을 0.1%로 축소했다. 주유할인은 월평균 10만원 사용 요건을 채워야 가능하다.

또 지난 1월부터 인터넷통신 제휴카드인 ‘XPEED 롯데카드’와 ‘메가패스 롯데카드’의 10% 할인 서비스를 최근 3개월 동안 이용실적 30만원 이상인 회원에 한해 제공하도록 변경했다. 아울러 포인트 적립 기준을 최근 3개월 동안 30만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0.2%, 30만원 미만이면 0.1%를 적립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외환카드는 부가서비스 혜택 기준을 오는 5월1일부로 상향 조정한다. 주유할인은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 놀이공원ㆍ외식할인은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 월1회, 연6회, 영화할인은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 월2회, 연12회(최대 24매)로 기존의 실적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또한 통신할인의 경우 최근 90일간 신용구매 금액 30만원 이상(1년 간 1000원)ㆍ50만원 이상(1년 간 2000원)에서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6개월 간 2000원 할인)으로 조정했다.
우리V카드는 오는 7월1일부터 국내 가맹점 이용액의 포인트 적립을 0.2%에서 0.1%로 변경(무이자 할부 이용액은 적립에서 제외)하고,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 면제(전월 30만원 이상 이용 회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신한카드는 특정 잡지 정기 구독 시 할인, 벅스 홈페이지에서 5000원 결제 시 MP3 1곡 무료 제공, 뷰티 살롱 30% 할인 서비스 등 제휴사와의 계약 만기로 인해 종료되는 개별 서비스를 조정했다. 서비스 변경 부문은 이가자 헤어서비스 전 카드 15% 할인(판매 제품은 제외)에서 전 카드 15% 할인(커트·드라이 및 판매 제품은 제외)으로 지난 2월부로 변경했다.

또 오는 7월1일부터 직전 3개월 이용 금액이 월 10만원 이상이던 카드 할인 서비스 조건을 전월 20만원 이상 사용으로 올리기로 했다. ‘아침愛카드’의 유명 해장국집 10~20% 할인서비스는 오는 5월1일부터 중단하는 등 일부 서비스를 그만하기로 했다.

“카드사들 자정노력 없이
소비자에게만 희생 강요”

신용카드사들은 혜택을 축소하는 것을 수익성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사의 주장대로 지난해 말 경기침체가 본격화되자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증가세로 돌아섰고 카드 사용금액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의 신용판매승인실적(체크ㆍ선불카드 포함)은 27조152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9.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통틀어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금융위기가 본격화 됐던 지난해 10~12월 판매승인실적 증가율은 각각 15.23%, 9.80%, 9.09%로 매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1~9월 전년 동기 대비 판매승인실적 평균증가율이 20.08%였던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10월부터 상당히 둔화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5.9%로 정점을 보인 뒤 8월 5.6%, 9월 5.1%, 10월 4.8%, 11월 4.5% 등으로 5개월 연속 둔화됐다.

더욱이 올해 1분기(1~3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연도별 1분기 카드사용액 증감률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저치다.
올 1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은 75조4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9% 늘어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년동기 대비 1분기 카드사용액 증감률은 카드사태 직후인 지난 2004년 마이너스(-) 8.46%를 기록한 뒤 ▲2005년 13.64% ▲2006년 18.40% ▲2007년 13.25% ▲2008년 21.66%로 비교적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전년동기 대비 월별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2008년 9월까지 20%대를 기록하다가 10월 15.23%, 11월 9.80%, 12월 9.09%대까지 떨어졌다. 올들어서도 1월 3.89%, 2월 6.67%, 3월 6.22%의 한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용액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반면 연체율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 등 5개 전업계 카드사의 지난해말 연체율은 3.43%로 지난해 9월말보다 0.15% 포인트 올랐다. 이러한 이유로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와 포인트 적립률을 줄이고, 카드 이용한도와 연체 관리는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고객들은 그러나  자정 노력을 하지 않고 서비스만 줄이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카드사들간 과열 경쟁을 하면서 스스로 수익성을 악화시킨 채 그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카드사들의 이중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A씨는 “카드를 발급할 때는 여러 가지 의사를 물어보고 가입시키더니 카드 발급 후에는 일방적인 통보로 서비스 축소를 알려와 카드사가 소비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자사의 손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부분이 관행처럼 이루어져 왔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제재를 하거나 현행법상 할 수 없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보완을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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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