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대한민국 일출 나들이 ③가거도

붉게 솟구치는 새해 희망도 저 태양처럼…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 차량을 싣고 갈 수 없고 대중교통도 없어 마을 주민의 트럭을 얻어 타거나 튼튼한 두 다리로 걷는 것이 유일한 여행 방법인 그곳. 국토 최서남단의 섬 가거도로 가는 길은 결코 편치 않지만, 감동적인 비경으로 보상해준다.

‘마지막 해’볼 수 있는 대한민국 최서남단
‘일출→항리마을→불볼락’오감만족 여행길

일출을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1구 대리마을에서 동개해수욕장, 김부연하늘공원, 땅재전망대를 지나 해뜰목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능선조망대, 샛개재를 거쳐 마을로 원점 회귀하는 것. 마을에서 해뜰목까지는 한 시간 거리다. 새벽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방파제에서 일출을 기다리자. 시시각각 달라지는 마을과 항구의 새벽 풍경도 음미할 수 있다. 섬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독실산(해발 639m), 가파른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 공룡의 등뼈를 닮은 섬등반도가 바다를 향해 줄달음치는 풍경은 감동 그 자체다. 

섬 자락과 어우러진
눈부신 아름다움…

가거도 가는 길은 멀다. 하루 한 번, 오전 8시에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한 쾌속선은 비금도, 도초도, 다물도,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 만재도를 거쳐 4시간 만에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에 도착한다.

물론 운이 좋아 날이 쾌청하고 바다가 잔잔할 때 이야기다. 근해의 섬들과 달라 바닷길 사정이 좋지 않으면 네 시간 반이 걸리기도 하고, 기상 악화로 도중에 회항하는 일도 있으며,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결항도 잦다.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KTX나 고속버스로 내려가 목포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 배를 타야 하므로 일정도 최소한 3박4일은 잡아야 한다. 큰맘 먹지 않고는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곳,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만큼 감동적인 풍경으로 보상하는 곳이 가거도다.

일제강점기에 가거도는 ‘소흑산도’로 불리기도 했다. ‘가히 살 만한 섬’이란 뜻의 가거도(可居島)로 불린 것은 1896년부터다. 신안군의 1004개 섬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가거도는 중앙에 해발 639m 독실산이 있고, 22km에 이르는 해안을 따라 아찔한 경사의 절벽과 기암괴석이 즐비해 딱히 어디라 할 것도 없이 섬 전체가 절경이다.

가거도에는 1구 대리, 2구 항리, 3구 대풍리 등 세 마을이 있다. 일출을 보려면 1구 대리마을에 민박을 잡는 것이 좋다. 쾌속선이 입항하는 대리에는 흑산면 가거도출장소, 보건소, 우체국, 파출소, 가거도초등학교와 흑산중학교 가거도분교 등이 모여 있고, 민박과 식당을 겸한 집도 몇 군데 있다. 항리와 대풍리는 채 10가구가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일출 포인트는 마을 앞 방파제와 등산로를 따라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해뜰목이다. 해뜰목 가는 길은 가거도의 네 개 등산 코스 가운데 하나인 1코스의 일부다.

대리마을에서 동개해수욕장, 김부연하늘공원, 땅재전망대를 지나 해뜰목에서 일출을 보고 능선조망대, 샛개재를 거쳐 내려오는 원점 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샛개재에서는 가거도항과 대리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지난여름 태풍에 등산로가 일부 훼손되었으나 걷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날씨다. 구름과 안개가 잦은 겨울철 가거도에서 일출을 구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기상예보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은 필수다.

새벽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방파제에 나가서 일출을 기다리자. 국토 최서남단 섬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는다는 설렘과 밤새 창밖에 어른거리는 조기잡이 배들의 불빛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항구와 마을의 새벽 풍경을 가만히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전날 오후에 들어온 배 10여 척이 새벽 4시경 일제히 출항하면 항구는 다시 어둠에 잠긴다. 오전 6시,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낚시꾼들이 한바탕 출조 준비를 끝내고 출발하면 슬슬 일출을 맞이하러 나갈 채비를 하자.
오전 7시, 방파제에 올라서면 수평선 너머 하늘이 붉은 기운으로 물들면서 주위가 어슴푸레 밝아오기 시작한다.


구름이 많아 온전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이, 짧은 박명이 지나고 구름 사이로 불쑥 밀려 올라오는 아침 해.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사이 빛은 하늘과 바다를 가득 채우고, 마을 쪽을 돌아보면 어느새 환해진 하늘 아래 하루를 시작하는 움직임이 조용히 시작된다.

구불구불 산길 따라
여기 저기에 볼거리

가거도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차량도 싣고 들어갈 수도 없으므로 섬을 둘러보려면 민박집 트럭을 얻어 타거나 걷거나 둘 중 하나다. 도로는 두 개가 있다. 1구 대리마을에서 샛개재를 지나 2구 항리마을까지, 샛개재에서 독실산 정상 바로 앞 삼거리까지다. 3구 대풍리마을은 삼거리에서 2.5km 가량 산길을 걷거나 마을 주민의 고깃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산길 구간은 지난여름 폭우와 태풍에 많은 피해를 당했다. 가거도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길이 아니라서 당장 복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하니, 꼭 가보고 싶다면 배편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독실산 정상은 삼거리에서 20여 분 거리다. 민박집 트럭을 이용할 거라면 삼거리 위 초소 앞까지 데려다달라고 하자. 초소에서 정상까지 5분이면 올라간다.

정상에서는 480고지∼백년등대∼신선봉∼2구 항리마을로 이어지는 긴 코스와 바로 항리마을로 내려오는 서너 시간짜리 짧은 코스가 있다.

항리마을은 대다수 등산객과 여행객이 가거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곳이다. 공룡의 등뼈를 닮은 섬등반도가 바다 쪽으로 줄달음치고, 가파른 해안 절벽 아래로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섬등반도에 오르면 항리마을과 오래된 폐교, 1구로 넘어가는 갈 지(之)자 형상의 구불구불한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아일랜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항리마을은 20년 전만 해도 운동회 날이면 만국기가 펄럭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이 들어찰 만큼 가구 수도, 인구도 많았지만 지금은 여덟 가구가 남았다. 그중 두 집이 민박을 운영한다. 봄이 오면 이 광활한 땅은 푸르른 초원으로 변하고, 따스한 햇살 아래 겨울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섬 여행에서 생선회를 빼놓으면 서운하다. 그런데 의외로 식당 차림표에서 생선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방법은 오후 4∼5시경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조기잡이 배에서 횟감을 구하는 것. 조기와 함께 잡힌 광어, 우럭, 병어 등을 구입해 식당에 회를 떠달라고 부탁한다.

가거도 식당들은 대개 민박을 겸하며, 주인에게 미리 이야기하면 직접 구해주기도 한다. 낚시꾼들이 잡아 올린 감성돔이 민박집 저녁 밥상에 올라 여행객을 감동시키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운이 따라야 한다.

가거도에서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생선은 불볼락이다. ‘열기’라고도 불리는 이 생선은 염장해 바닷바람에 말려서 구워 먹으면 담백하고, 매운탕을 끓이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1박2일 코스
첫째 날 : 목포 출발, 가거도 도착 → 점심 식사 후 등산로 1코스 트레킹
둘째 날 : 일출 감상 → 아침 식사 후 2구 항리마을과 섬등반도 트레킹

2박3일 코스
첫째 날 : 목포 출발, 가거도 도착 → 점심 식사 후 등산로 1코스 트레킹
둘째 날 : 일출 감상 → 아침 식사 후 독실산 정상 거쳐 2구 항리마을과 섬등반도 트레킹
셋째 날 : 1구 대리마을 산책, 오후 1시10분 가거도 출발

관련 웹사이트
신안군 문화관광 http://tour.shinan.go.kr
가보고 싶은 섬 http://island.haewoon.co.kr

문의전화
흑산면사무소 가거도출장소 061)240-8620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061)240-6060
동양고속훼리 061)243-2111 
남해고속 061)244-9915

대중교통
버스   
센트럴터미널에서 목포종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24회 운행(첫차 5:30, 막차 24:00), 4시간 소요
※문의 :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기차   
용산역에서 목포역까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하루 20회 운행(첫차 5:20, 막차 23:10), 3시간10분~5시간 소요
※문의 : 목포역 1544-7788
선박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가거도까지 동양고속훼리(홀수 날)와 남해고속(짝수 날)이 번갈아 하루 1회씩 쾌속선 운항. 목포-가거도 8:10 출발, 가거도-목포 13:00 출발, 4시간~4시간30분 소요
※문의 :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061)240-6060
동양고속훼리 061)243-2111, www.ihongdo.co.kr
남해고속 061)244-9915, www.namhaegosok.co.kr

숙박
제일펜션 : 흑산면 가거도길, 061)246-3437
가거도한보관광민박 : 흑산면 가거도길, 061)246-3413, www.hanbo.co1.kr
둥구횟집민박 : 흑산면 가거도길, 061)246-3292, www.둥구횟집민박.kr
까꿍이네민박식당 : 흑산면 가거도길, 061)246-5252
다희네민박 : 흑산면 가거도길, 061)246-5513, www.gageodo.kr

식당
까꿍이네민박식당 : 매운탕, 흑산면 가거도길, 061)246-5252
동해장식당 : 생선구이백반, 흑산면 가거도길, 061)246-5056
둥구횟집민박 : 활어회, 흑산면 가거도길, 061)246-3292, www.둥구횟집민박.kr

주변 볼거리
흑산도(정약전 유배지, S자형 일주도로 등), 홍도(홍도 33경, 홍도등대, 깃대봉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