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연루비리·병역비리·연예기획사 횡령 및 조세포탈 비리 등 다양
“공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팬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것”
연예계에는 뇌물 수수나 성상납 외에도 조폭 연루 비리, 병역비리, 연예기획사의 횡령 및 조세포탈 비리 등 다양한 사고가 터지고 있다.
연예계와 조직폭력의 유착은 어찌 보면 세계적으로 뿌리 깊은 현상이다. 지난 197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조폭들은 일부 인기가수들의 유흥업소 출연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연예계에 기생해 왔다. 폭력 조직원 출신들이 1인 매니저 겸 보디가드로 일하며 밤무대 출연 및 지방 행사를 주선해주고 출연료와 사례비를 소속 가수들과 나눠 갖거나 활동비 명목삼아 모두 착복하는 게 당시 연예계의 뒷모습이었다.
이 가운데 부를 축적한 일부 조폭 출신 매니저들은 거대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연예 관련 기획사를 차려 연예계의 ‘큰손’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연예인과 조직폭력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수면 아래로 깊이 잠수,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간혹 연예인과 관련된 폭력사건에 조폭들이 개입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합법적인 관계로 모습을 바꿨다.
조직폭력의 개입이 가장 자주 물의를 빚은 부분은 공연 관련 사업. 특히 지방공연과 관련된 이권에는 여전히 조폭들이 관련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가수 J씨의 부산 공연 뒤풀이 때 공연기획사와 J씨 측근이 각각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시비를 벌인 사건도 상징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만 해도 영화나 음반의 유통·판매와 관련된 실질적인 이권을 폭력배들이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런 관련 사업이 대형화되면서 거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기획사나 투자자들이 ‘우리 뒤에 아무개가 있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는 경우는 여전히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0년대 말 일본으로부터 불어닥치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사업 다각화를 꿈꾸던 조폭들의 연예계 침투 폭을 넓혀준 결정적 계기였다. 사업가로 변신한 조폭 세력들이 연예계의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건 ‘스타=돈’이라는 공식 때문이다.
최근엔 한류로 파이가 커진 만큼 관심사 역시 큰돈이 되는 쪽으로 옮겨지고 있는 추세다. 조폭들은 수십억원의 자금을 통해 연예인 관련 주식으로 시세차익을 올리거나 영화와 드라마 제작을 꾀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가 오가고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권상우의 경우처럼 조폭들이 해외 팬미팅이나 사인회 등에 개입해 배후 조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배용준·이병헌 등 대표적인 한류 스타들도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늘 조폭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배용준의 한 측근은 “이곳저곳에서 각종 사업 제안이 오는데 이중 조폭들의 제안도 섞여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걸러내려고 노력하지만 교묘하게 위장돼 있어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일본 내 한국 드라마와 연기자의 인기가 동반 급등하면서 이들의 대상은 가수에서 배우로 다양해졌다.
쇼비즈니스의 생리상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을 비롯해 가까운 일본과 홍콩에도 연예인이 폭력조직으로부터 협박당하고 이용당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그만큼 조폭과 연예인의 커넥션이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다는 걸 의미한다.
일례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여가수 B는 야쿠자의 물밑 지원에 힘입어 스타덤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고 홍콩 영화계는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 현지 최대 폭력조직인 삼합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근 폭력조직은 기획사에 침투해 얻은 연예인의 사생활 정보를 악용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하지만 정작 연예인들은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보복이 두려워 조폭의 협박을 선뜻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예계에서 횡령이나 조세포탈 등의 범죄는 새삼스럽지 않다. 톱스타 K씨는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H씨도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S씨는 세금 1억9500여 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2003년에는 모 엔터테인먼트 대표 L씨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회사 공금 11억여 원을 빼내 증자 대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바 있다.
병역비리도 연예계의 고질병이다. 이재진은 2006년 여의도에 위치한 게임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분류, 대체 복무했다. 하지만 연예인 병역특례비리조사에서 부실 복무 혐의를 받고 재입대했다.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싸이도 병역특례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했지만 지정업무에 종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현역으로 복무중이다. 이외에 한재석, 장혁 등도 병역비리에 연루되면서 다시 현역으로 군대에 입대해야 했다.
한 연예관계자는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연예인들이 다시 버젓이 활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법적·도덕적 관념 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다시 활동해서 인기를 얻으니까 다른 연예인들도 이런 비리를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공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팬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