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마지막 특사'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2: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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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하겠다는데 누가 말려? "나 이래봬도 MB야!"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구하기'에 직접 나섰다. 역대 정권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당초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설은 정치권 주변에서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그 방법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대통합 명목으로 실시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엄청난 비난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이유를 낱낱이 추적해봤다.

청와대는 지난 9일 "설(2월10일)을 전후해 재임 중 마지막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종교계를 비롯해 경제계, 정치권 등 각계에서 특별사면 탄원이 많아 이를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기와 대상은 백지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마지막 특별사면이 '측근 구하기'로 점철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마지막 특별사면
'측근 구하기?'

사실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은 정치권에선 이미 예견되고 있던 일이다. 그동안 무죄를 주장해오던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지난달 갑자기 줄줄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검찰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상고를 포기했다.

이번에 상고를 포기한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세무조사 무마청탁 건으로 2년형을 선고받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SLS구명 로비건으로 3년6월을 선고받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부 차관, 파이시티 로비 건으로 2년6월을 선고받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다.

이들은 2심까지만 해도 무죄를 주장하거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이들이 갑자기 상고를 포기한 것은 결국 사면과 관련한 모종의 언질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별사면대상은 형이 확정돼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지내는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교도소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편하다. 또 피고인만 항소를 할 경우 새로운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항소하는 과정에서 형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라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무조건 대법원까지 항소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상 대통령 고유권한 "한다면 막을 방법 없어"
'특별사면 검토 철회하라' 여야 간만에 한 목소리

특히 병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이 얼마 전 다시 감옥으로 복귀한 점도 특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사가 되기 위해선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1심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오는 24일 선고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이 같은 공판일정은 통상적인 사례와 비교해 매우 빠른 것이다. 선고 이후 본인과 검찰이 전부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된다면 특사 대상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이처럼 이 대통령 측근들의 사면은 이미 계획된 일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측근 구하기에 나선 것은 다소 예상 밖이란 지적이다. 당초 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사면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대통합 명목으로 실시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직접 사면은 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대통령 측근 특사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대통령 아들이나 형이 관련된 것은 다음 정권에서 특사로 풀려난 전례가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 비리를 저지른 자신의 친인척을 직접 사면한 전례는 없다"며 "대통합이라는 말을 쓰는데 대통합은 '적'을 풀어줄 때 쓰는 말이지 '자기 식구' 풀어줄 때 쓰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셀프 사면
박근혜는 침묵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은 친인척 비리에 대해 자신이 직접 특사 혜택을 준 전례가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는 아버지의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97년 5월에 구속됐지만, 김대중 정부인 1999년 8월에 풀려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도 2002년 6월에 구속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8월에 특사를 받았다. 각각 다음 대통령이 사면했고, 2~3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만약 이 대통령이 이번 특별사면에서 대대적인 측근 사면에 나선다면 사상초유의 '셀프 사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이 같은 부담을 무릅쓰고 측근 구하기에 직접 나서려는 것일까?

가장 유력한 것은 박 당선인과의 교섭 실패설이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매우 불편한 관계였지만 지난해 9월2일 양자 단독회동 이후론 부쩍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단독회동 과정에서 모종의 밀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을 정도다.

이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무려 1시간40여 분간이나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분명 이 대통령 측근들의 특사 문제 또한 거론됐을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수차례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약속하고, 대통령 특권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 부탁에 난색을 표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측근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이번 특사계획이 박 당선인의 암묵적 동의에 따른 '공동작품'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박 당선인이 취임 후 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해 사면을 실시하면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으로선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이 그동안 아무리 이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해왔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의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은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당적을 유지한 채 퇴임하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하면 차라리 이 대통령이 직접 특사를 실시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므로 대통령이 하겠다고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은 없다.

따라서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을 외곽에서 비판하며 거리두기 하는 것만으로도 후폭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야권이 박 당선인을 싸잡아 비판하려 해도 박 당선인 측이 "우리도 이 대통령의 특사는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말릴 방법이 없었다"라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할 말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 새누리당은 청와대 특사설에 대해 야권과 한 목소리를 내며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 조차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도 없이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측근과 친인척을 대상으로 특별사면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국민감정으로 받아들이기 매우 힘들다"며 특사 검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MB와 선긋기
'풀튀' 대책 없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사면권 행사 후 15일 후면 퇴임한다. 지금은 아무리 측근 특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팽배해도 정권교체와 함께 비판여론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당선인 측으로서는 지금 당장은 이 대통령의 특사 조처가 곤혹스럽겠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암묵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특별사면을 차기 정부로 넘길 경우 사실상 형을 다 채우고 나오는 격이라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당선인이 취임 후 특사를 단행한다 해도 아무리 빨라야 오는 8월15일 광복절 특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선고받은 형량은 대략 2~3년 사이. 재판과정에서 벌써 형기의 절반 가량을 채운 인사도 있다. 또 현재 수감 중인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모두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임기 내 사면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 대통령이 측근 사면에 이토록 목을 매고 있는 이유가 측근들의 폭로를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남다른 분석도 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의 경우 재판과정에서 정권의 뇌관과도 같은 대선자금을 잇따라 언급했다가 부인하는 행동을 했다.

MB, 박근혜 특사 반대론에 진짜 뿔났다?
비난여론보다 훨씬 무서운 건 측근 폭로?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로부터 받은 8억원을 지난 대선의 한나라당 경선용 필요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가 파장이 일자 이를 번복하고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는 단순 뇌물수수보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형량이 더 낮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챙겨주지 않는 청와대와 여권을 향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최 전 위원장은 구치소에서도 '자신은 곧 특별사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현재 수감 중인 측근들이 불만을 품고 이 대통령과 관련한 사안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면 이 대통령으로선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 차라리 특별사면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감내하는 쪽이 낫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현재 측근 특별사면을 기정사실화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자에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측근 특별사면을 적극 검토 중인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잊혀진 약속
답답한 국민


한 정치 전문가는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간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 이미 시작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누가 보더라도 떳떳한 범위 안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같은 약속을 부디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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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