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WBC 습격사건’ 풀스토리

서로 믿은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국민성원의 ‘합작품’

한국 야구대표팀이 제2회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잘했다’는 찬사와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의 선전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구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한 이유로는 김인식 감독의 지도력을 꼽은 응답자가 48.7%로 가장 많았고 ‘선수들의 실력’이 39.9%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일본은 WBC 2연패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506억엔(약 719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인한 수출증대효과도 636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회기간 동안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해봤다.


WBC 경기를 앞두고 한국야구팀은 초반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자인 이승엽, 김동주와 함께 해외파 투수인 박찬호, 김병현, 구대성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승엽은 1회 대회 때 6개의 팀홈런 중 5개의 홈런을 날려 전체 85%의 비중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타점도 26타점 중 10타점을 기록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을 정도다.
투수진 역시 1회 대회 때는 박찬호, 구대성, 김병현 같은 해외파의 이닝비중은 70%대에 가까웠고 평균자책점도 해외파(1.48), 국내파(3.10)로 해외파 투수진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영화로 따지면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톱스타 없는 주연들로만 영화를 제작한 셈이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병현은 여권이 없어서 출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전쟁을 코앞에 두고 추신수의 출전문제 역시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클리블랜드 구단 관계자는 추신수의 MRI 검사결과를 보고 대회출전 여부를 공식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고, 검사에서 약간의 이상이라도 발견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하차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상대팀인 일본은 다르빗슈, 오가사와라 등 일본을 대표하는 톱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출전 요청을 한데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마쓰자카, 조지마, 이치로, 이와무라까지 참여해 막강 전력 팀이 갖춰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 경기 한 경기 치러지면서 선수들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승엽을 대신해 김태균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하고, 게다가 막강한 계투진(정대현, 정현욱, 임창용)의 경이적인 호투는 시합이 더해 갈수록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준결승에서 맞붙은 베네수엘라는 애초 비교자체가 될 수 없었다. 한국 선수들 전체의 몸값이 베네수엘라의 간판선수 1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한국에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추신수 1명밖에 없었지만 베네수엘라는 무려 22명에 달했다. 올 시즌만 비교해 봐도 10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선수가 상당수 포진해 있는 상태였다. 베네수엘라는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 남미국가와는 달리 메이저리거만 216명을 배출한 전통의 야구 강국이다. 대표팀 28명 중 18명이 현역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18명의 연봉 총액은 무려 1억187만 달러(1431억원)에 달한다.
추신수를 포함한 한국대표팀 연봉 총액은 76억7000만원 정도로 베네수엘라 야구팀과 비교하면 19배나 차이가 난다. 더욱이 한국전에 나선 선발 10명의 총연봉은 7910만 달러(1111억원), 한국 주전 10명의 연봉 총액은 29억원으로 베네수엘라와는 무려 38배 차이다.
선발 중 우익수 바비 어브레이유(LA 에인절스)의 연봉은 1600만 달러(224억8000만원)로 최고액이고, 좌익수 매글리오 오도네스가 1576만8000달러(약 211억5000만원)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비해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5억6000만원)가량이다. 선발투수 실바(116억원)와 윤석민(KIA·1억 8000만원)은 연봉차이가 64배였다.
이번 대회에서 총 다섯 번을 맞붙은 일본의 막강전력도 한국야구팀을 충분히 흔들고도 남을 만큼 우수한 선수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선수진도 그렇지만 일본은 야구와 관련된 시장규모나 인프라에서 한국을 월등하게 압도했다.
단순히 연봉으로만 선수들의 진가를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본대표팀의 연봉 총액 역시 무려 1315억원(81억5천200만엔)에 이른다.
최고액은 역시 메이저리그의 타격왕인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로 올해 연봉이 1700만 달러이고 지난 2006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6년 동안 5200만 달러에 계약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연평균 865만 달러다. 또 지난해 시카고컵스에 입단한 후쿠도메 고스케는 700만 달러, 시애틀의 주전포수 조지마 켄지는 630만 달러를 각각 받는다. 일본대표팀 28명의 평균 연봉은 약 47억원으로 한국선수들 보다 대략 17배나 비싼 몸값이다.
여기엔 최근의 환율 폭등도 단단히 한몫했지만 국내 유망주들이 너도나도 해외진출을 노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대표팀은 강했다. 4번 타자 김태균을 비롯한 타자들은 베네수엘라 투수들을 집중 공략해 투수들에게 유리하다는 LA다저스타디움에서 홈런과 장타를 펑펑 터뜨렸다. ‘한국은 스몰볼을 친다’는 선입견은 멕시코전에서 홈런 3방을 날리면서 말끔히 씻었고, 베네수엘라전에서도 홈런 2방을 터뜨리면서 ‘한국야구도 한 방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런 선수들 뒤에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큰 몫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번 썼으면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믿고 맡기는 게 김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였던 것. 이는 적장인 상대팀 감독들과 야구의 본고장 미국의 전문가들도 인정한 부분이다.    
일본이 WBC 2연패를 달성하면서 얻은 경제적 파급 효과는 506억엔(약 7190억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포츠경제 전문가인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교수는 경제뉴스 사이트인 ‘비즈니스 아이’를 통해 처음엔 경제 효과를 506억엔으로 예상했지만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 접전 끝에 일본이 승리한 만큼 경제효과가 당초 추산치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승엽·박찬호·김병현 등 간판스타 빠져 불안한 출발
부진선수도 끝까지 믿는 ‘믿음의 야구’로 세계 놀라게 해

K방송국에서는 우리나라가 WBC에서 준우승함으로써 국가브랜드가치 향상으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만도 6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월드컵 당시 계산식을 준용할 경우 국가브랜드 상승효과는 약 4억6000만 달러, 우리 돈 약 636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것.
이러한 수치는 야구에 관심이 큰 미주지역에 대한 지난해 수출액 837억 달러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이 지역 시장 점유율이 한일 월드컵 당시 효과의 1/5수준인 0.11%p씩 앞으로 5년간 상승할 것으로 추정해 나온 것. 이와 함께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은 총 65억원이란 거금(상금, 포상금, WBC 이익 배당금 포함)을 받게 됐다.
우승한 일본은 79억원 정도를, 미국대표팀과 대회를 주최한 WBC 등 미국 측은 총 100억원을 챙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준우승까지의 상금만 28억원을 거머쥐게 됐고 대회 수익분배금 27억원(추정)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포상금 10억원도 함께 받게 됐다.
국내 포상금의 경우 KBO가 정한 ‘올림픽 금메달 및 WBC 4강 이상’에 해당하는 포상금이라 포상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상금 310만 달러와 12% 정도 순수익 배당금(36억원)을 일본 몫으로 챙기게 됐다. 그렇지만 일본대표팀은 상금 310만 달러 중 150만 달러를 아마추어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팀과 비슷한 액수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WBC 2연패를 달성한 일본은 전국에 410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을 보유하며 엄청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고교야구팀 수가 55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부지방에서는 건립된 지 40여년이 넘어 개보수를 거듭하고 있지만 협소한 관중석과 열약한 부대시설은 둘째치고라도 안전문제까지 지적당하고 있다.
일본엔 돔구장이 6개가 있다. 198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돔구장인 도쿄돔이 1호다. 프로리그 12개 팀이 있고, 돔구장이 6개라 대략 2개 팀마다 1개꼴이다.
미국은 현재 7개를 쓴다. 1965년 휴스턴 홈구장 애스트로스돔이 최초다. 이후 70년대 후반부터 돔구장 건설 붐이 불어 한때 10개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7개만 쓰고 있다.
야구관계자들은 “돔구장 건설과 관련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중요한 건 국내 프로야구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돔구장 건설 이후 관중들은 우천 등 기상조건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않아도 되고, 선수들은 규칙적인 시즌 일정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 야구의 인프라는 단순한 수치상으로 놓고 볼 때 다윗과 골리앗”이라며 “그런 가운데서도 한일전이 매번 접전이 펼쳐지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구팬들은 WBC를 통해 한국야구계가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면서 돔구장 건립에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돔구장 계획을 백지화한 안산시가 2013년 WBC 유치를 목표로 돔구장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돔구장 건설과 지방도시 야구장 시설 보완 등 야구계의 숙원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한국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돔구장 건설이 해결되면서 다시 한 번 야구 중흥기가 도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식 감독이 걸어온 길
제1회 WBC서 4강 신화 ‘국민감독’

한국 야구를 세계만방에 알린 김인식 WBC 국가대표팀 감독은 1947년 5월생으로 돈암초등학교, 배문중학교. 배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1965년 크라운 맥주에서 투수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69년부터 1972년까지 한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한 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3년부터 1977년까지는 배문고 감독으로, 1978년부터 1980년까지는 상문고 감독, 1982년부터 1985년까지는 동국대에서 감독을 활동했다. 이후 프로팀 지도자로 변신, 1986년부터 1989년까지는 해태 타이거스 수석코치로 활동하다 1990년부터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 베어스를 이끌었다. 이후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맡아 활동 중이다. 지난 2000년에는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며 일본을 꺾고 사상 첫 동메달 따내는데 일조했다. 2002년에는 부산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05년 김인식 감독은 메이저리거들이 거의 모두 출전한 제1회 WBC 대회에서 대한민국 야구를 4강에 올려놓음으로서 ‘국민감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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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