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불붙은 2013년 여자프로골퍼 영입 전쟁

미모에 실력까지 갖춘 “빅3 잡아라!”

2012년을 뜨겁게 달군 한국여자골프(KLPGA) 시즌은 끝났지만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바로 2012 시즌 메인 스폰서 회사와 계약이 끝나는 여자 프로골퍼들을 잡기 위한 전쟁이다.

신인 1억원 톱 프로 3억원 기준 깨졌다
뜨거운 스토브리그 ‘스타 모시기’경쟁

올해 여자골프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하다. ‘괴물 아마’ 김효주(17·롯데)가 신인 몸값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5억원 고지를 돌파하면서 톱 골퍼들 몸값이 더 뛰었다.

김효주는 지원금까지 합하면 6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금까지 신인 최고 1억원선, 톱프로 3억원이었던 암묵적인 기준이 깨진 것. 이제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선수라면 연간 1억5000만원, 스타급이라면 3억원을 훌쩍 넘어갈 전망이다.

2012년으로 메인 스폰서와 계약이 만료된 여자골퍼는 대략 50명 정도다. 이들 중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상을 차지한 유소연(22·한화)과 KLPGA 대상을 차지한 양제윤(20·LIG손해보험)을 비롯해 김자영(21·넵스), 양수진(21·넵스), 장하나(20·KT), 이정민(20·KT) 등 대어급 선수들이 줄줄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영입시장 올라온
여자골퍼 50명


2011년 한화그룹과 연간 3억원+α에 계약한 유소연은 지난해 말로 계약이 종료됐다. 2012시즌 1승과 함께 꾸준한 성적을 기록한 유소연이기에 몸값이 어느 정도 올라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2년 KLPGA 투어를 호령했던 김자영과 양제윤, 양수진 등 이른바 ‘빅3’도 소속 구단과 계약이 끝났다. 이들 3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자유의 몸이 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번에 계약이 끝나는 선수들의 공통점은 미모와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골프를 통해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기업들에겐 굉장히 매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김자영은 2012시즌 KLPGA 투어 상반기를 지배한 ‘신데렐라’다. 지난해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김자영은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SBS투어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섰다. 시즌 3승을 올리면서 다승 1위, 상금 3위(4억1790만원), 평균타수 6위(71.84타)로 이번 시즌을 마쳤다. 김자영은 빼어난 외모 덕분에 수많은 ‘삼촌 팬’들을 몰고 다닌다.

정규 투어 2년 차인 양제윤은 KLPGA 투어 후반기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양제윤은 지난해 8월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김자영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양제윤은 대상 포인트 1위, 시즌 2승, 상금 4위(4억639만원), 평균타수 공동 3위(71.74타)에 오르면서 국내여자골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호쾌한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로 많은 팬을 보유한 양수진도 계약 마지막 해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지난 6월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첫 승을 사냥한 양수진은 상금 5위(3억4426만원), 평균타수 공동 3위(71.74타)를 차지하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KLPGA 투어도 야구처럼 스토브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다. 빅3와 계약하기 위한 치열한 ‘머니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빅3의 원 소속구단들은 에이스를 팀에 잔류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KLPGA 간판스타를 데려와 내년 시즌 힘찬 도약을 준비 중인 다른 구단들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골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김자영의 소속팀인 넵스와 양제윤을 후원한 LIG손해보험은 두 선수의 잔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1승 이상을 올린 선수들이 원하는 액수는 계약금 3억원 이상이다. 구단으로선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소속 선수와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협상 중이다.

고급주방가구 업체인 넵스는 골프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넵스는 김자영과 양수진 중 1명은 반드시 잔류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그 뜻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빅3를 뺏어오려는 기업도 만만치 않다. 골프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 확실한 우승 청부사가 필요한 우리투자증권, 이보미를 보유한 정관장 등이 빅3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래저래 여자골퍼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홍보효과 만점’ 거품 부작용 만만찮아
 “계약 빨리 끝내고 체력훈련 전념” 충고

반면 빼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2012시즌 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등 2관왕에 오른 박인비(24)와 일본에서 맹활약한 안선주(25)가 대표적이다.

일본 골프용품업체 스릭슨의 장비 후원을 받고 있는 박인비는 올해 스릭슨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뛰었지만 아직 메인스폰서는 찾지 못했다. 2010∼2011년 2년 연속 일본여자 투어 상금왕에 오른 안선주도 무적(無籍) 신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여자골퍼들 몸값

한 골프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폰서들이 실력으로 선수를 평가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실력보다는 외모로 선수 후원을 결정하는 풍토가 생겼다”고 했다.

최근 일본골프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파나소닉이 일본골프계 최고스타 이시카와 료(21)와의 후원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2008년부터 이시카와의 스폰서로 나섰던 파나소닉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상황이 어려워지자 보증된 흥행카드를 포기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도 언제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여자골퍼들의 몸값이 너무 올랐다. 일부 선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풍성해 보이지만 경기침체 속에 많은 기업이 선수후원 여부 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여자프로골프의 인기는 나날이 많아지는 선수들의 팬클럽과 대회장 구름 갤러리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이쯤 되자 계약을 위한 협상테이블에서는 예년보다 선수들의 목소리가 훨씬 높아진 분위기다. 더욱이 롯데가 지난 10월 ‘여고생’ 김효주(17ㆍ대원외고)에게 연간 5억원(2년 계약)을 안겨주면서 선수들의 눈높이가 부쩍 올라간 상황이다.

A기업은 2011시즌 선수후원으로 최대 60억원의 홍보효과를 누린 것으로 자체파악하고 있다. 이 기업이 후원한 한 선수는 지난 시즌을 계기로 KLPGA투어 대표스타로 떠올랐다. 이 기업 관계자는 13일 “방송노출 등을 광고비로 환산하면 그 선수 한 명으로 50억~60억원의 효과를 봤다”며 “기업 이미지 제고와 직원들의 사기진작까지 따지면 실로 어마어마한 효과”라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소속 선수를 후원하려면 그만큼 통 큰 투자가 필요하지만 국내 투어는 상대적으로 작은 액수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긴다.

지난해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한화가 자사 경제연구원을 통해 조사한 개인ㆍ브랜드ㆍ국가 홍보효과는 최소 2000억원. 초청선수로 나갔던 유소연은 덜컥 우승하면서 일약 ‘메이저 퀸’ 반열에 올랐다. 당시 유소연에게 연간 3억원 정도를 투자했던 한화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일부 선수들은 용품사와 서브스폰서 계약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김하늘(24·BC카드)은 혼마와 클럽사용계약을 한 데 이어 골프공과 골프화 등 별도 계약을 추진 중이다. 메인 스폰서만은 못하지만 용품을 합치면 연 1억원 이상의 추가 수입이 예상된다.

여고생과 5억원 계약
롯데, 과감한 투자

기업들이 이처럼 선수들에게 거액을 베팅하는 것은 투자한 만큼 ‘마케팅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회기간에 카메라가 실시간 따라 붙으며 선수들에게 부착한 로고가 자연스럽게 시청자에게 노출된다. 우승이라도 한다면 효과는 배가되고 프로암대회나 기업행사에 선수들이 참여하면 고객관리효과까지 덤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 몸값이 매년 치솟는 가운데 재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새롭게 여자골프구단을 만들고 싶어 하는 회사 관계자들은 너무 높아진 몸값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12시즌에는 이슈 메이커였던 김효주가 프로 전향을 선언하며 롯데그룹에서 무려 5억원을 받아 톱 골퍼들 간 자존심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긴 하지만 “아직 증명이 안 된 신인인 김효주도 그 정도 받는데 이미 인정받은 우리도 그에 합당하는 대우를 받아야겠다”며 스폰서들을 압박할 정도다.


한 기업 임원은 “재계약을 하거나 새롭게 선수 영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선수들 몸값이 터무니없게 치솟아 깜짝 놀랐다”며 “회사 측 안을 선수 쪽에서 너무 낮다며 거절하는 사례가 많아 자칫하면 새해엔 골프 마케팅을 포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선수들은 지금쯤이면 스폰서를 정하고 달콤한 휴식을 만끽할 것 같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따뜻한 곳을 찾아 1월 동계훈련을 나가려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선수들이 하고 있는 건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강화훈련이다. 선수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체력을 소진한다. 특히 하반기에는 매주 대회가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은 겨우 시합을 뛰기에 급급하다. 시즌 중 시간을 내서 체력훈련을 한다고 해도 체력강화가 아니라 체력유지가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비시즌이 시작되면 자신이 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몸의 균형과 근력강화를 위한 체력훈련이 필수적이다. 동계훈련을 떠나서도 계속해서 훈련을 하지만, 막상 필드에 서게 되면 스윙과 스코어를 내는 데 주력하게 되기 때문에, 체력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예전에는 단순히 웨이트트레이닝이 전부였는데, 요즘은 체력강화훈련이 매우 다각화됐다. 기존 근력훈련 외에도 코어 근육을 강화시키는 필라테스와 균형감각을 키우는 전문프로그램, 그리고 유연성을 위한 스트레칭클래스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선수들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택해서 집중해야 한다.

또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선수들은 스폰서 계약에 분주하다. 의류, 용품, 그리고 메인스폰서까지 다시 셋업하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을 때까지 선수들에게는 이 과정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스폰서는 선수가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계약을 하면서 조건을 따지는 것은 선수들의 성적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사실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다 보니 최상의 조건만을 찾게 되고, 조건을 협상하다가 지체되면 서로 애가 타고 힘든 입장에 처하게 된다.

체력강화 훈련으로
자신과의 싸움 시작

마지막으로 모든 선수들이 동계훈련을 떠날 때 가장 향상시키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 바로 쇼트게임이다. 그린을 미스했을 때 프로로서 가능한 한 파 세이브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열정이 선수들로 하여금 쇼트게임 훈련에 매진하게 만든다. 그러나 완벽해질 수는 없다. 계속해서 연습하며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의 감각을 더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가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이라면 비시즌훈련은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의 시간이다. 안팎으로 자신을 단련해야만 다가오는 시즌에 더 자신있게 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자료출처 : <월간골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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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