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을 사랑한 세무사 기막힌 사연

80억 재력남 등친 술집 요정녀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1일 명문 사립대 여대생이라고 속이고 80억 상당의 재력가인 내연남에게 위암 치료비 명목으로 2억1680만원을 갈취한 한 요정(고급술집) 종업원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의자 A씨는 진짜 애인이 따로 있음에도 재력남의 스폰(후원)을 포기할 수 없어 위암에 걸린 척 위장해 치료비와 생활비 등을 수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서울 서대문구 소재의 모 요정에서 일하던 여성 종업원 A(당시 28세)씨는 같은 해 5월 말, 손님으로 온 세무사 B(당시 49세)씨와 처음 만났다. A씨는 상당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B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명문 사립대에 다니는 여대생이라고 속이며 처음부터 스폰을 받기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어필했다. B씨 역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A씨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고, 두 사람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스폰서? 애인?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술집과 모텔 등을 전전하며 뜨거운 관계를 이어나갔고,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B씨는 A씨에게 사랑을 느끼게 됐다. 당시 기혼이었던 B씨는 A씨와의 깊은 내연관계를 유지하면서 내연녀가 술집에서 일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이윽고 그는 내연녀 A씨에게 “현재 다니고 있는 요정 일을 당장 그만둬라. 생활비는 내가 넉넉하게 보내주겠다”며 3년간 800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챙겨줬다.

B씨의 아낌없는 스폰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이에 B씨로부터 생활비를 비롯한 각종 스폰을 정기적으로 받아온 A씨는 굳이 일하지 않고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재력가의 스폰을 받아 걱정 없이 살 것만 같던 A씨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숨겨져 있었다. 당시 그는 B씨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남편까지 있었던 기혼여성이었던 것.

A씨는 B씨와의 내연관계가 깊어질수록 현 남편과 아기도 낳고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은 소망이 간절해짐과 동시에 내연남과 남편, 두 사람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내연관계정리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잠시 뿐이었다. A씨는 내연관계를 정리하려는 찰나 B씨의 후원을 포기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에게 거액의 생활비와 명품백 등 고가의 액세서리를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80억 상당의 재력을 보유했던 B씨와 달리 A씨의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점, 오랜 시간동안 요정 일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커졌던 씀씀이 등이 A씨가 스폰을 포기할 수 없었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그는 내연남의 돈만 갈취할 목적으로 B씨에게 급성위암에 걸렸다고 속여 수차례에 걸쳐 병원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A씨는 2009년 6월경 수원의 한 모텔에서 내연남 B씨에게 “급성위암에 걸려 영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영국병원에서 치료할 암 치료비를 보내달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위중한 병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B씨는 자금이 마련되는 대로 A씨의 계좌에 병원비를 입금했다. B씨는 위암소식을 들은 첫날에는 1000만원, 그로부터 6일 뒤엔 2000만원, 11일 뒤엔 300만원을 오로지 치료비로만 추가 입금했다.

남편·자녀 둔 미시 호스티스에 수억원 뜯겨
치료비·생활비 요구…부인이 꼬리 잡아 고소

사람의 욕심은 끝을 모른다고 했던가. 병원비만 3000여만원을 챙긴 A씨는 이즈음에서 만족하지 못했고 오히려 더 뻔뻔해지고 대담해졌다. 그는 내연남 B씨에게 “비행기 값 카드결제를 못 했다” “임상시험 치료 실패로 인한 개복 수술비를 빌려 달라” “간병인 비용을 3개월 치나 내지 못했다. 대신 좀 내달라” 등 온갖 핑계를 대며 노골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내연녀의 말만 믿고 거액의 돈을 입금한 B씨는 A씨가 건강하게 돌아오기 만을 기다렸다. 반면 내연남의 감정을 이용한 A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B씨를 속여 3년간 77회에 걸쳐 총 2억1680만원을 갈취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A씨의 범행은 남편의 계좌에서 수시로 거액이 빠져나가는 점을 수상히 여긴 B씨 부인이 A씨의 블로그를 필사적으로 찾아낸 후, 이미지와 게시글을 조합해보면서 덜미가 잡혔다.

부인의 지속된 추궁 끝에 B씨는 A씨와의 내연관계를 실토했고, 이후 부인이 찾은 블로그를 확인하면서 내연녀 A씨가 애초에 영국에 가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이미 결혼해 남편과 아이까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알게 됐다. 억울함을 호소한 B씨가 A씨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함에 따라 A씨가 명문 사립대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도 뒤이어 드러났다. B씨 내외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한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붙잡히며 사건은 종결됐다. 

서울북부지법은 “내연남에게서 수년간 수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죄)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사기죄로 받은 돈을 변제하거나 공탁한 점, 어린 아들을 부양해야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오빠 돈 좀 줘”

버젓이 남편과 자식이 있음에도 재력가 스폰이라는 검은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사기죄로 덜미가 잡혀버린 A씨. 가족과 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했던 그의 탐욕은 내연남의 돈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가족마저 잃게 되는 재앙을 불러왔다. 이 사건은 ‘자신의 이익만 돌보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다’는 말처럼 과욕을 삼가고 분수를 지켜야함을 상기시키는 대표적 사례로 인식될 전망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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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