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금지옥엽' 재벌 딸 구설스토리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1.09 09: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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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메이커 공주님…뒷목 잡은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국내 굴지의 재벌가에 망신살이 뻗쳤다. 이런저런 말썽을 일으킨 딸들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어서다. 한두 집안이 아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애지중지 키운 '공주님'때문에 뒷목 잡은 재벌가 사연을 담아봤다.

 

대기업 재벌가 '따님'들의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뻔뻔하게 남의 돈을 떼먹는가 하면 어이없게 파산신청을 한 재벌녀. 마약에 손을 대거나 입학 비리로 망신을 당한 재벌녀도 있다. 그동안 숨겨온 사생활이 드러나 진땀을 흘리는 재벌녀까지 있다.

스캔들… 스캔들…

넥센타이어는 오너의 딸이 남의 돈을 갚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의 차녀 강모씨는 2010년 12월 한 경호 용역업체를 찾았다. 그리고 이듬해 1월까지 약 2개월간 업체 직원 송모씨를 고용, 전 남편의 사생활을 캐달라는 의뢰를 했다. 둘은 과거 국내외에서 송씨가 강씨를 경호한 인연이 있었다.

강씨는 계약 기간이 끝나자 안면을 바꿨다. 당초 약속한 돈을 달라는 송씨의 요청을 묵살했다. 강씨는 차일피일 시간만 질질 끌다가 급기야 연락까지 끊었다. 한달 넘게 그랬다. 화가 난 송씨는 서울 서초구에 사는 강씨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미수대금 1500만원을 요구했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도저히 돈을 받아낼 수 없게 된 송씨는 보름 뒤 결국 강씨를 상대로 용역비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송씨는 "강씨가 자신을 고용하는 대가로 15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 지난해 1월 1심 재판이 끝났다. 결과는 송씨의 완승. 법원은 "강씨는 송씨에게 1500만원과 이에 대해 2011년 7월1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강씨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그래도 강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럴싸한 변호사를 내세워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한 번도 재판장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회사 연매출이 수조원에 달하는 데다 부친과 친척들의 재산이 재계에서 손에 꼽힐 만큼 부자 집안의 딸 수중에 1500만원도 없다는 점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남승우 풀무원 사장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역시 딸 때문이다. 한 사기 사건에 전 사위가 연루되면서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딸의 이혼 사실이 알려진 것.

뻔뻔하게 남의 돈 떼먹고 오리발
채무 소송 당하자 돌연 파산신청

검찰은 지난해 4월 가장납부(장부상으로만 자금을 회사에 내는 것)를 통한 유상증자로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린 코스닥 기업 펜타마이크로 대표 이모씨와 금감원 직원, 사채업자 등을 구속했다. 여기에 남 사장의 전 사위였던 박모씨가 끼어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9년 10월 박씨가 펜타마이크로를 인수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린 뒤 305억원 규모의 가장납부 유상증자를 했다. 박씨가 남 사장의 사위인 점을 이용한 것이다. 박씨가 펜타마이크로를 인수한 이후 이씨와 박씨는 각각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200억원과 105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팔아 거액의 이익을 챙겼다. 펜타마이크로는 주가가 폭락해 2010년 말 상장폐지됐다.

남 사장의 장녀 남모씨는 2000년대 초 박씨와 결혼해 2010년 1월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둘의 이혼설이 나왔지만 확인된 것은 박씨가 연루된 사건을 통해서다.


이 사건 이후 두문불출했던 남씨는 최근 또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엔 갑자기 '파산신청'을 해서다. 남씨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일도 전 남편 박씨와 무관치 않다. 남씨는 박씨와 함께 2010년 4월 지인 소개로 만난 정모씨로부터 40억원을 빌렸다. 박씨가 운영했던 코스닥업체 네이쳐글로벌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명목이었다. 네이쳐글로벌은 그해 8월 횡령·배임 사건이 터졌고, 4개월 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거쳐 상장폐지됐다.

이후 부부가 이자 등 채무 변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정씨는 사기 혐의로 두 사람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남씨가 조용히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2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중견그룹 오너의 자녀가 "수중에 한 푼도 없다"고 한 것은 쉽게 납득이 안 된다. 막대한 수임료가 들어가는 국내 대형로펌인 태평양을 통해 파산신청을 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딸의 '중년 이혼'사실이 드러난 재벌가도 있다. 최현열 NK그룹 회장의 막내딸 최모씨와 남편 김모씨는 지난 6월 비밀리에 이혼했다. 두 사람은 불화설이 돌더니 2008년부터 별거에 들어갔고, 급기야 최씨가 김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이 3년간 지루한 공방 끝에 마무리되면서 결국 '남남'이 됐다.

둘의 이혼 배경엔 경제적인 문제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씨의 사업 부진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김씨는 최씨와 함께 건축자재업체를 운영했지만 빚더미에 앉았고 사실상 폐업한 상태다.

최씨의 모친은 신정숙씨다. 신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 다시 말해 최씨는 신 회장의 조카다. 최씨는 2명의 언니가 있는데 모두 잘 풀렸다. 둘 다 내로라하는 재벌가로 시집갔다. 큰언니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다. 최 회장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3남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 현재 한진해운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작은언니 은정씨는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익 KCC 사장과 결혼해 내조에 전념하고 있다.

중년 이혼 사실 드러날라 초긴장
대마초 피우다 경찰에 걸려 망신
외국인학교 부정 입학 사건 연루

딸이 지저분한 사건에 연루된 재벌가도 있다. 현대가와 금호가다. 두 집안은 요즘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해 8월 말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대학생인 현대가 방계 3세 정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 10월 말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된 이 사건은 얼마 전 뒤늦게 알려졌다.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8남)의 딸인 정씨는 성북구 자택 근처 차량 안에서 한 외국인 남성으로부터 대마초를 넘겨받아 함께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대마초를 피운 며칠 뒤 국외로 출국했지만 보름 뒤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대마초 흡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공항에 잠복해 있다가 입국하는 정씨를 체포한 것. 경찰은 체포 직후 정씨의 머리카락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물 분석 감정을 의뢰한 결과 대마초 양성반응이 나왔다.

금호가는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에 휘말렸다. 지난해 8월 수사를 시작한 인천지검 외사부는 지난해 11월 위조 서류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 47명을 적발했다. 1명은 구속, 나머지는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5000만∼1억원 가량의 돈을 주고 입학 서류를 위조한 뒤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 입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학부모는 재벌가 4명, 상장사 임원 4명, 중견기업체 경영 21명, 의사 7명 등 대부분 부유층이었다. 특히 대기업 총수 가족도 포함돼 시선을 모았다. 바로 금호가였다.


가문의 미꾸라지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딸 박모씨는 다른 학부모와 마찬가지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중남미 국가의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가짜서류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박 전 회장의 3녀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의 부인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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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