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무차별 학대 '아동 잔혹사'

자녀가 심심풀이 땅콩? 손가락 자르고 가죽벨트로 때리고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인천에서 한 계모가 의붓딸에게 엄청난 양의 소금을 밥에 섞어 강제로 먹이고 상습적으로 폭행해 10살인 아이가 결국 쇼크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금 학대사건 발생 2주 전에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3살 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젊은 부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흔히 영혼살인이라고 불리는 아동학대. 그 충격적인 실태를 파헤쳤다.

이른바 '영혼살인'이라 불리는 아동학대. 이 말 속에 숨은 의미는 성인이 돼서도 어릴 때 받은 학대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음을 뜻한다. 이처럼 한 번 곪은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원상복구 되기엔 쉽지 않다. 힘없는 아이들을 학대라는 굴레 속에 무참히 가둬버린 인면수심 어른들. 이들은 왜 아동학대를 자행하고 있는 것일까.

무차별 아동학대
스트레스 해소용?

최근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고 건수만 해도 1만 건에 달하고 아동학대의 가해자 중 친부모가 무려 86%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다. 대표적인 아동학대사건으로는 최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주남저수지 아동 유기사건’이 있는데 이 역시 친모의 소행이었다. 이처럼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는 친족 간에서 무수히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남저수지 영아 유기사건의 피의자인 최모씨의 아동학대는 남편과의 이혼과 육아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씨는 슬하에 3남을 두고 있었으며 셋째 아들 박모군이 “아빠가 보고 싶다”며 보채자 아이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발로 몸을 차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해 아이를 살해했다. 이어 자신의 범행이 숨기려 미리 구입한 가방 속에 아이 시신과 돌을 넣어 저수지에 빠뜨렸다.

며칠 후 한 20대 청년이 낚시를 하다 박군이 담긴 가방을 우연히 발견해 피의자 최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저수지 속 가방에서 발견된 박군의 부검결과 위장에 음식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고, 경찰은 이 점을 미뤄 최씨가 박군에게 사건 당시 밥 한 끼도 주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의 이혼 소송 중 아이가 아빠를 찾으며 울고 보채기에 홧김에 때렸다”고 터무니없는 진술만을 남긴 채 입을 닫았다.


생활고에 시달려 영아 살해·유기 부모 급증
주폭 부모에 상습적 구타당하는 아이들 늘어

약 2년여 전 모 방송에서 갑자기 사라진 자매의 행방에 관련해 보도를 했었다. 이 방송에서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딸을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사람들 눈을 피해 유유자적하고 있는 부부와 자매의 행방을 낱낱이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부부는 어느 날 두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난 뒤 10달이 되도록 행방이 묘연해진다.

시간이 지나 부부의 두 딸은 경기도 포천 여우고개 낭떠러지 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부모의 시신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은박 돗자리에서 부부의 유서로 보이는 듯 한 종이가 자매의 시신 곁에서 발견됐다.

아이들의 엄마인 박모씨는 유서에 “죽으려 시도했는데, 그도 여의치 않네요.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어 용기를 내봅니다. 우리는 산정 호수에 빠져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들의 시신이 잘 거둬지길 바라면서 세상을 떠납니다”라고 남겼다. 유서는 부부가 아이들과 여행을 떠난 후 딱 9일 만에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유서 작성 후 4일 후 은행에 예금을 인출하러 박씨 부부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의정부 한 은행에 다시 나타났다. 그렇게 박씨 부부는 현금을 인출해 농장과 산골 등을 오가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부부의 아이들은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아이들의 생사를 묻는 사람들에게 “호주로 유학을 보냈다”고 둘러대며 자리를 피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이들은 야반도주를 하듯 머무르는 곳을 옮기며 아직도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 동반자살을 결심했다가 아이들만 버리고 자신들만 살아서 유랑생활을 이어나가는 박씨 부부.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못 이겨 동반자살을 선택했지만 결국 죄 없는 아이들만 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주폭 부모, 아동에
구타·앵벌이까지

지난 2010년 이웃에 의해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는 알코올 의존도가 심한 주폭 아버지에 의한 아동학대였다. 한 피해아동의 아버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아이들을 학대해왔는데, 부인이 가출하고 난 뒤 더 심해진 케이스였다. 그는 사건 당시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마신 채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그는 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수차례 찧게 했으며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쳤을 뿐 아니라 들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 실신하게 만들었다. 결국 아이의 머리는 3군데나 찢어졌고 피해 아동의 언니가 “살려 달라”고 이웃에게 애원하면서 마침내 폭행은 중단됐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구속된 그는 “내가 내 자식 때리는 게 무슨 죄냐”며 “애가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코올 의존 부모의 아동학대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6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했다. 홀로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던 백모씨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무차별 폭행과 욕설을 가했으며, 사건당일에도 술에 잔뜩 취한 채 약 4시간 동안 딸을 향해 욕을 쏟으며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등 강도 높은 폭행을 일삼았다. 백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실토했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그는 1992년에 딸이 태어난 후부터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치부하며 신체·정서적 학대를 해왔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백씨는 자신과 너무 많이 닮아있고 고집이 센 딸이 싫다는 이유를 들어 무차별 폭행을 가했으며, 수시로 자신의 딸에게 “너는 내 자식이 아니라 남의 자식”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의 아동학대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바로 방임이었다. 방임하는 부모들은 빈곤 혹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끼니를 굶기거나 앵벌이를 시키는 등 파렴치한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었다. 간혹 정신분열을 앓아 부득이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 하는 부모도 있지만 일반 부모들에 의해 방치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지난해 어린 형제가 부모에 의해 무차별 폭행에 시달린 후 방치된 사건이 있다. 3살 난 지민(가명)이와 형 지원(5·가명)이는 아빠와 계모랑 같이 살며 상습적인 구타와 방임에 시달려왔다. 지원이는 매번 온몸에 멍이 들 때까지 우산으로 맞았고 지민이는 생후 25개월에 몸무게가 10kg 안팎으로 또래보다 발육 상태가 나쁜 편이었다.

도가니 현실로…
장애아 학대 심각

두 형제는 하루에 제대로 된 한 끼도 먹어본 적이 없었고, 단지 부모의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만 살아가야 했다. 영양실조에 심각한 빈혈까지 앓고 있었던 지민이는 결국 집안 욕실에서 넘어져 뇌사 상태에 빠져 버렸고 형 지원이도 부모의 반복되는 구타로 인해 실신상태까지 가게 됐다.

다른 사례로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아이를 쓰레기 더미에서 키우고 술값을 보태라며 앵벌이를 시킨 모진 엄마의 사례다. 남편과 이혼 후 알코올 중독증세가 더욱 심해진 이모씨는 5살 난 딸에게 온갖 욕설과 구타를 가하며 강제로 앵벌이를 시켰다. 물론 자신의 술값을 대기 위한 것이었다. 이씨는 전기도 끊기고 난방도 안 되는 쓰레기로 덮인 집에 아이를 방치한 뒤, 아이가 앵벌이 해온 돈으로 밖에서 술을 마시며 동네를 누볐다. 반면 이씨의 딸은 먹을 것이 없어 길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생활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은 이씨를 아동학대로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아이는 곧 엄마의 품을 떠나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애아동이 일반아동보다 다양한 유형의 학대를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2011년 12월, 경기도 김포시판 ‘도가니 사건’이 발생했다. 김포시의 모 장애아동복지시설 원장은 수년간 장애아동을 구타하고 굶기는 등 무차별 학대를 해오다 직원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내용인 즉 원장 김모씨는 장애아동들의 뺨과 엉덩이, 손바닥 등을 나무 막대기로 때리고 끼니를 챙겨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오는 날 아이들을 시설 밖으로 내쫓아 장시간 비를 맞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씨는 아이들을 임의적으로 성인생활시설로 보내 학교에 등교시키지 않는 등 이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장애아동들 유형별 학대도구로 전락
미·중 등 선진국 아동학대 상상초월

하지만 김씨는 경찰조사 도중 “재활교사 또한 장애아동들에게 학대와 폭언을 일삼는다”고 폭로했다. 재활교사들은 단순한 체벌일 뿐 학대는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조사가 깊숙이 들어가면서 재활교사들의 파렴치한 행위들도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재활교사들은 아동들에게 수시로 야간 시간 동안 2시간이 넘는 벌을 세웠으며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호소한 여아에게는 서서 소변을 보라고 나무랐다. 또한 하반신에 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의 엉덩이를 발로 차며 빨리 가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너 참 싸가지 없이 행동한다” 등의 매서운 폭언도 멈추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 강력한 사법체계와 복지혜택이 잘 마련된 선진국에서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인하고 끔찍한 아동학대가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친부모 혹은 계부모, 베이비시터 등이다.

대표적인 아동학대 살인사건으로 ‘브리아나 로페즈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아동은 생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친부모와 삼촌으로부터 무차별 폭행과 성적 치욕을 당했고 끝내 숨지고 말았다. 미국과 영국 전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브리아나 사건을 간단히 정리했다.

이유 불문
해외 아동학대

브리아나 로페즈는 지난 2002년 밸런타인 데이날 태어난 귀여운 여자아이로 첫돌이 되기 전부터 친부모와 삼촌에게 온갖 학대를 받아왔다. 브리아나의 친모와 친부, 삼촌은 재미로 아이를 하늘로 집어던져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었고 아이가 울 때마다 온몸을 물어뜯어 상처를 냈다. 더 충격적인 점은 아이의 친부와 삼촌이 수십 차례에 걸쳐 100일도 안 된 브리아나를 강간한 것이다. 그러나 브리아나 친부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브리아나의 기저귀를 갈아준다는 핑계로 물티슈를 손가락에 감아 아이의 항문에 집어넣기까지 했다. 이후 브리아나는 세 어른들에 의해 매일 수차례나 천장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지는 고통을 받아야 했으며, 이 학대로 인해 갈비뼈 2개가 부러지고 두개골이 골절됐다. 또한 아이의 팔과 다리도 모두 골절됐고 시신경과 뇌 주변은 피로 흥건했다. 결국 브리아나는 태어난 지 반년도 안 돼 온갖 수모를 겪으며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전역의 시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 하고 가해자들을 향해 “짐승만도 못한 악마”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판사 출신 아버지가 장애를 가진 친딸에게 가죽벨트를 이용해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욕설을 퍼붓는 사건도 있었다. 장애 여아는 성인이 된 뒤 이 같은 고통을 미국 전역에 알렸고, 텍사스 시민들은 분노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생후 17개월 된 남아를 친모와 계부가 무차별 폭행을 가해 척추뼈를 부러뜨리고 안면을 가격해 이를 먹게 했으며, 펜치로 손톱을 빼고 손가락을 자르는 엽기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버젓이 자행됐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아이를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 쇠사슬로 아이 목을 묶어 벌을 세우거나 줄을 목에 묶어 끌고 다니는 등 몰상식한 학대행위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방임행위,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는 그 아동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혀 성장 후에도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아동학대는 가장 야만적이고 비열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는 아동수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

아동학대의 영향은 한 세대로 그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폭언과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중·고교에 진학하면 폭력성을 띠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즉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 최근 경제난에 서민가정이 무너지고 미혼모 가정이 늘면서 아동학대율은 증가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이 미흡한 상황이라 죄 없는 아동들은 어른들의 검은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도 학대를 받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학대 피해자가
훗날 가해자로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 아동 격리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과 함께 심리 치료를 시행함과 동시에 아동학대 전문 취급기관과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 관심과 역량이 시급한 때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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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