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가 4인이 본 4월 재보선 기상도

집안단속 잘못하면 돌아오려던 민심도 등돌린다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분열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재보선에서 승산이 없다." 정치전문가들은 4·29 재보선은 집안단속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당내 갈등이 4월 재보선까지 계속되면 그 정당에 대한 민심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정치전문가는 "당내 갈등 문제를 밖으로 표출시키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재보선은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다. 각 지역별로 다른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재보선에서 각 당은 목표 의석수를 얻을 수 있을까. 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정치전문가 4인(이경헌 포스 커뮤니케이션 대표, 유창선 평론가, 김능구 e-윈컴 사장, 황인상 피앤씨(P&C) 정책개발원 대표)에게 재보선 전망과 남은 기간 정국을 강타할 이슈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2월 임시국회가 끝남과 동시에 정치권은 4월 재보선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각 당은 선거전략을 짜느라 분주히 움직여 왔지만 별다른 정책이슈는 내놓지 못한 채 당내 계파 다툼이나 상대 당을 향한 네거티브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50%가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던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위기론’ 등으로 인해 30%대의 지지율에서 허덕이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정당지지도는 여전히 민주당에 비해 크게 앞서 있지만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확정됨에 따라 계파갈등이 본격화될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대안정당을 부르짖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로 공천파동을 겪고 있는 데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서 ‘이명박 정부 중간 평가’라는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헌 포스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재보선 특성상 이슈·후보 대결로 봐야한다”며 “지역구는 적지만 이명박 정부 2년차 중간평가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인천 부평을, 시흥시장 등 수도권 2곳에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능구 e-윈컴 대표는 “중간평가가 지방선거라 할지라도 (재보선은) 지난 촛불파동과 경제위기 정국이 있은 다음의 일로 사실상 이번 재보선이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정 전 장관의 문제로 인해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 심판 동력을 사실상 상실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영·호남 등은 지역색이 강한 곳이고, 수도권 지역이 많으면 이명박 중간평가로 볼 수 있다”면서도 “수도권 지역이 적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있다”고 분석했다.
황인상 피엔씨(P&C) 대표는 “친박-친이 대결 양상 구도를 지니고 있는 만큼 각 계파간의 대결 성격을 띠고 있다. 인천 부평을의 경우 유동성이 많은 지역인 탓에 여당이 패배할 경우 이명박 중간 평가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각 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몇 석이나 얻을 수 있을까. 한나라당 내에서는 호남지역(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승산이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나 요즘은 “1석이라도 차지했으면…”하는 ‘엄살’까지 들려온다. 한나라당은 인천 부평을을 잡기 위해 전략공천으로 ‘경제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울산 북구, 경북 경주를 잡기 위해서도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친박-친이 대결이 펼쳐지는 경북 경주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눈빛이다.
이경헌 대표는 “민주당은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로 내부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가장 큰 악재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재보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한나라당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박희태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해 전략공천 구도를 어느 정도 희석시켰다. 또한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경제 살리기’ 전략을 내세움에 따라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후폭풍은 거세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여권이 무난히 승리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능구 대표 역시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고, 젊은층이 투표를 하지 않는다. 때문에 보수성향을 띤 한나라당이 유리하다”며 “반MB 연합전선을 통해 재보선 열기를 띄워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 전 장관의 문제로 인해 ‘정세균 체제의 심판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된다는 분위기가 앞선 것으로 알려져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인천 부평을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재보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유창선 평론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를 잡으려면 울산 북구, 경북 경주, 인천 부평을을 선점해야 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라고.
그는 “경북 경주는 친이-친박 대결이 펼쳐지고 있고, 인천 부평은 여야가 전략공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향후 승패를 알 수 없다”며 “4월 재보선에서 여야가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요동치는 민심이 한나라당을 지지해줄지 여부가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황인상 대표는 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쫓기는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호남을 제외한 인천 부평을 등 제3의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적잖은 후폭풍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례로 경북 경주의 친박계 정수성 후보가 승리를 한다면 당내 계파간의 싸움을 펼침과 동시에 한나라당이 패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경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게 최대 고민이다. 그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 표면화’, ‘전략 전술 부족’ 등을 꼽는다. 리더 기근 현상으로 인해 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없어졌고,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이 때문일까. 전문가들 역시 대체적으로 호남지역에서는 압승하더라도 나머지 지역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내 갈등, 이른바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를 하루 빨리 봉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도권 2곳. 이명박 중간 평가로 봐야 한다"
박희태 불출마, 여야 재보선 전략 차질 빚을 듯
정동영 출마 내홍…재보선 최대 악재로 작용
 "경주, 박근혜 측면 지원 철저히 차단해야"
  

상황이 이런 가운데 재보선의 최대 관심지역은 단연 경북 경주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돌풍이 일어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측면지원을 하고 있는 정수성 예비역 장성이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을 3대 1 정도로 앞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경주에서 꼭 승리해야 된다는 게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경헌 대표는 “당협위원장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은 채 잠복되어 있는 상태다. 이를 최대한 잠재울 필요가 있다”며 “친이계에서는 박 전 대표의 측면 지원을 막아야 될 필요가 있다. 경주에서 한나라당이 꼭 이겨야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경주지역에서 패배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창선 평론가는 “박 전 대표가 정당이 다른 정 예비역 장성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능구 대표는 “정 예비장성이 친박 연대에 노크를 했다. 차라리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했어야 했다”면서도 “그가 승리하더라도 박 전 대표에게는 독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일 뿐 아니라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입지는 부각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상득-박근혜간의 연대설이 나돌고 있고, 입법전쟁에서 보여줬던 박 전 대표의 위력을 맛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에서는 쉽게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재보선의 최대 변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민심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시에 한나라당에서는 경제 살리기에 힘을 써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경헌 대표는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1분기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실업대란 등은 이미 공식화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경제 살리기’ 전략이 유지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각 당에서 경제 전문가 등을 전략 공천한다고는 하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이명박 정부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야당에 힘을 실어줄지는 유권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 재보선 이상기류 <내막>
 "야당 후보 지지해야 한다"

4월 재보선으로 인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여야에서는 ‘경제 살리기’, ‘이명박 정부 중간 심판론’으로 팽팽히 맞서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3월15~3월21일까지 국민들의 여론동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기관에 따르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를 위해서라도 야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50.3%, ‘경제위기 등 어려운 시기인 만큼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32.0%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기관의 한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은 선거이고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적 성격이 큰 선거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경제위기 심화, 대통령 지지도가 30% 중반대를 나타내면서 안정화되고 있지만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고 전제했다.
그렇지만 투표율이 관건이다. 재보선에 대한 투표율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경헌 포스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재보선 투표율은 20% 중반에서 30% 중반대로 매우 낮다”며 “경주의 경우 최대 50%에 가까운 투표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