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도지사의 ‘현장경영’

현장 목소리 들으러 민생 속으로 GO! GO!



택시기사로 4번 변신…어려운 서민경제 몸소 체험
‘무한돌봄 상담사’로 나서 사연 듣고 눈물 흘리기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현장경영’이 연일 화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김 지사가 직접 발로 뛰고 있는 것. 그는 지난 16일 군포시에서 ‘무한돌봄 1일 상담사’로 나섰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듣기 위해서다. 이날 어려움에 빠진 도민들의 고통스런 목소리를 직접 들은 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앞서 지난 1월27일, 2월15일, 21일에 수원, 의정부, 성남에서 1일 택시기사 체험을 했다. 심각한 경제난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발걸음이 바쁘다. 김 지사는 지난 16일, 경기도 ‘무한돌봄 사업 1일 상담사’로 나섰다. 취약계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무한돌봄 사업은 경제난으로 어려움에 빠진 어린이, 노약자, 환자 등을 돕는 취약계층 지원책이다. 도내 각 동 단위까지 손길을 뻗쳐 벼랑에 선 위기가정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취약계층 목소리 경청

가장 큰 특징은 현장의 사회복지사에게 모든 권한을 줘 직접 상담하고 즉시 지원책을 마련해 준다는 점. 김 지사는 이날 군포시 광정동 주민센터를 찾아 무한돌봄 민원상담과 지원가정 방문을 통해 위기에 신음하는 도민들을 직접 만났다.

상담장에 나온 한 여성은 “오래전 남편과 이혼한 후 군포시 산본동 반지하 주택에서 고등학생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 신장에 7cm의 혹이 있어 수술을 앞두고 있고,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무릎까지 좋지 않아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이 이러니 도움 받고 싶다”면서 “우리 아이가 3년 있음 성인이 되니 그때 나라에 세금도 내고 내가 받는 거 그때 돌려주겠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김 지사는 이 여성의 하소연을 듣고는 끝내 눈물을 흘렸고 “우선 건강문제부터 해결하자. 꼭 도와주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신청자들에게 직접 연락처를 적은 명함을 쥐어주며 “꼭 도와드리겠다. 도저히 스스로 해결해 나갈 방법이 없으면 연락하시라”며 두 손을 꼭 잡았다.

상담을 마친 김 지사는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생생하고 정확하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나와서 듣고 보면 얼마나 어려운 시민들이 많은지 실감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앞서 지난 15일에는 현장의 생생한 민심을 듣기 위해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벌써 네 번째 1일 택시기사 체험이다. 김 지사는 지난 1월27일, 2월15일, 21일에 수원, 의정부, 성남에서 1일 택시기사 체험을 했다.

이날은 새벽 5시부터 12시간 동안 고양시 곳곳을 돌며 1일 택시기사로 나섰다. 더욱이 전날인 14일 투자유치를 위해 5박7일간 미국을 방문하고 난 뒤 곧바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만큼 김 지사는 도민들과의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먼저 김 지사는 새벽 4시경 수원에서 출발해 5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한 운수회사에서 배차를 받아 미터기 조작, 운행준수사항 및 장작동법을 숙지하고 운행에 나섰다.

김 지사는 이번에도 택시기사들의 주 교대시간인 새벽 시간대부터 운행에 나서 현장의 생생한 민심을 들었다. 김 지사는 손님과의 대화는 물론, 새벽운행을 마치고 난 아침식사 시간과 오전 운행을 끝낸 점심시간 등에도 택시기사들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손에서 수첩을 놓지 않았다.


택시기사들은 “택시는 경기의 영향을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받는다”며 “요즘엔 손님들이 거의 없고 예전 같으면 손님이 몰리던 시간에도 지금은 거의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 하루벌이조차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한 달에 200만원은 벌어야 생활이 유지되는데 하루에 15시간을 일해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활고를 호소했다.

김문수 지사도 “이날 운행이 네 번째인데 이번에도 사납금을 채울 수 있을지가 걱정일 만큼 손님이 너무 없었다”면서 “택시기사 1일체험을 할수록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위로했다. 이어 “손님이 없어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도 많다”며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급하게 운행에 나섰다”고 공감을 표했다.

한편 김 지사가 택시 운전대를 잡고 ‘민심탐방’에 나서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경기도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가 본청 및 사업소 직원을 대상으로 ‘1일 택시운전 체험’ 참가 희망자를 모집한 결과 82명의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은 오는 13일과 27일 필기시험, 14~15일 운수종사자 교육 및 LGP 사용 운전자교육(2일 22시간), 운전정밀검사(수시, 3시간) 등 교육을 마치고 각자 공휴일 또는 주말 중 하루를 택해 1일 택시운전 체험을 하게 된다. 체험을 마치면 생생한 도민 목소리를 담은 체험 보고서도 제출하게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신청서 접수 사유로는 도민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시책 발굴 등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호응으로 오는 12월까지 수시로 희망자를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심 듣기 위한 운전

운수업체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1일 택시체험에 사용되는 차량이 ‘쉬는 차’인데다가 업무시간, 보험 등도 현직 기사들과 똑같이 적용되고, 1일 기사들의 운송수입금 전액을 택시업체에 기부하기 때문. 경기도는 지난 11일 창진상사(주), 광일운수(합), 대성운수(주) 조흥운수(주) 등 4개 택시회사와 1일체험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운전체험에 그치지 않고 택시 1일체험에 참여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택시학습 동아리’를 만들어 택시산업발전을 위한 지원시책 발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터미네이터’와 만난 사연
김문수 경기지사가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만나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한 교류협력을 약속했다. 지난 11일 김 지사는 LA에 소재한 주지사 집무실에서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만나 30여 분간 면담을 하며 양 지역간 협력방안을 나눴다. 김 지사와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먼저 최근의 경제동향 이야기로 면담을 시작한 뒤, 서로의 관심 분야인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을 중심으로 한 양 지역간 교류협력을 약속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올 가을쯤 한국방문 의사를 밝혔고 김 지사는 LA 인근에 경기도 사무소 개설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슈워제너거 주지사는 “그린테크놀러지, 태양광, 풍력 등 분야에서 파트너십 강화를 원한다”며 “소득 증대와 고용창출이 그린테크놀러지와 이어지는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국경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것”이라며 “한국에 진출한 캘리포니아 기업, 캘리포니아에 진출한 경기도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이에 “텔리오 솔라, 스테메디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경기도에 진출했거나 추진 중인 캘리포니아 기업이 많고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 연구를 위해 경기도의 학생과 공무원들도 캘리포니아에 많이 오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양 지역간 협력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조속한 시일 내에 방한했으면 한다”고 제안하자, 주지사는 “복제인간이 가능하면 지금 바로 한국에 나를 한 명 보내고 싶다”며 “오는 가을쯤 한국방문 일정을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김 지사는 “올해 내에 캘리포니아주에 경기도 사무소를 설치하려 하는데 많은 도움 부탁한다”고 밝혔고 이에 주지사는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밖에 김 지사는 “가을쯤 한국에 오면 남북분단의 현장인 판문점과 DMZ를 꼭 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인사를 나누고, 향후 교류협력 MOU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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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