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TV광고 속 ‘박근혜 테러범’ 지충호 근황 & 심경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1: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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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저 너무 억울해요! 박근혜가…”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TV광고에는 ‘그날의 상처’가 등장한다. 광고는 박 후보가 그날의 상처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말한다. 이것은 6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면도칼 테러’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날의 범인 지충호씨는 둘도 없는 흉악범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지씨는 ‘교도소 중의 교도소’로 알려진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6년째 수감 중이다. <일요시사>는 선거를 약 2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지씨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 그를 단독 면회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의원과 취재기자 등 지충호씨에 대한 면회신청이 불허된 적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면회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문을 보내 신청서를 작성하고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요시사>는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했다. 변호사는 그러한 절차는 내부지침으로 일반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며, 변호사든 기자든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첩첩산중 면회
정치적 대화 불허   

취재기자를 보자마자 허리가 굽어져라 꾸벅 인사하는 지씨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저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하소연했다.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린 듯했다.

“기자님. 저요. 얼마나 억울한지 몰라요. 저 기자님께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지금 대선후보 박근혜가…”라고 지씨가 말문을 열었다. 무슨 말이라도 쏟아낼 기세였다. 옆에 앉은 교도관이 그를 저지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다. 취재기자는 이미 교도소 측으로부터 “절대 정치적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이야기가 오갈 경우 면회는 바로 중단된다”는 주의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터였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지충호, 면도칼 상해 살인미수 무죄판결 받았다
법원 “생명에 지장 없다” 광고 “죽음의 문턱?”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면회 조건은 단 하나. ‘취재하지 말 것. 안부만 물을 것’.

첩첩산중 같았던 ‘지충호 면회’ 여정은,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됐다.

지씨를 만나기 하루 전. 취재기자는 면회 예약을 하기 위해 서울 남부교도소로 향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담당자에게 서류를 제출하자, 담당자는 지씨와 친인척관계냐고 물었다. 취재기자는  “친인척은 아니며, 주위 아는 분께 지씨 이야기를 들어 안부를 묻고자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쩐 일인지 그는 귀신같이 언론인이라는 것을 맞히며 물었다. 담당자는 “접견은 가능하지만 취재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면회신청 당일 이 같은 내용은 이미 교도소에 전달됐으며, 상부에 보고됐다고 교도소 관계자는 전했다. 갑작스러운 ‘기자의 방문’에 교도소는 마치 ‘비상체제’에 돌입한 분위기였다.

“안부만 물을 것”
“그래도 먼길 온 사람”

취재기자는 12월6일 오전 8시40분 경북 진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12시경. 취재기자는 ‘다급한’ 목소리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했다. 교도소 총무과였다.

목적지인 경북 청송군 진보에 내려 서둘러 해당부서에 전화했다. “접견하기 전에 반드시 총무과에 들르라”는 이야기였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무리 기자라지만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교도소 입구에서 정복을 입은 두 명의 관계자를 만났다. 그들은 접견자가 총무과에 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의아해했다. 그들은 “지씨가 워낙 위험인물이라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기 위해 들르라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총무과 관계자는 ‘면회불허’ 통보 전화였다고 밝혔다. 자칫 헛걸음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면회가 까다로운 이유에 대해 교도소 측은 “그냥, 조금 문제가…. 현재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 된 인물과 관계돼서…. 우리 입장에서 지충호든 조두순이든, 중요하지 않다. 언론에 보도되면 그에 상응한…”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세상 살다 보니 억울한 일 많아 답답하다”
“지난날,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지씨와의 면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상부로부터 받는 압력,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수차례 “대선이 끝나고 정식으로 취재절차를 밟고 다시 오는 것이 어떠냐”고 정중히 제안했다.

그들은 충분히(?) 점잖았다. 그럼에도 덜컥 겁이 났다. 안부는커녕, ‘못 올 데를 왔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청 당시 말했던 ‘안부만 묻는 것’에서 조건이 하나 더 얹혀졌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기사를 쓰지 말 것’이라는 요구조건을 달며 ‘약속문’이라는 제목의 각서에 서명을 제안했다.


사전에 교도소 측이 “제시하는 서류에 서명해줄 수 있겠느냐”라고 물은 것에 취재기자가 “그렇다”고 답한 이유였다. 내용을 확인한 취재기자는 “면회 안 하면 안 했지, 양심에 반하는 서명은 할 수 없다”라고 분명히 거절했다.

“눈, 당뇨 때문에 고생”
“외부 치료 원한다”

두 시간에 가까운 사전면담(?) 끝에 “먼 길 안부를 물으러 온 사람, 되돌려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가까스로 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지씨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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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만났다. 정치적인,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하에 만난 것이다. 대선 관련해서 언급하면 면회가 중지될 것이다.

▲ (하던 말은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 나도 기자님 못 만나는 줄 알았다.


- 안부만 묻겠다. 생활은 잘하고 있는가?

▲ 잘하고 있다.

- 교도소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뭔가?

▲ 지금 많이 아프다. 몸도 너무 힘들다. 눈도 안 좋고, 당뇨가 있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 교도소에서 약을 주고, 치료해주고 있다고 들었다.

▲ 그렇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 외부에서 안과 치료를 받고 싶다.

- 모범수가 되면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 기자님 말씀이 맞다. 당뇨는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인다.

- 예전에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들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해 문제를 일으켰다고 들었다.

▲ 편지가 외부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그랬다. 불만이 쌓이다 보니 폭력을 휘둘렀다.

- 국가인권위원회나 다른 국가기관에 탄원서 형식의 서면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아는데.

▲ 그렇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무슨 일인지 모든 편지가 다시 돌아왔다.

- 누구에게 보내려고 했나?

▲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이영훈 목사님께 편지를 보내려고 했다. 간증도 받고, 회개도 하고…. 지난날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싶다.

- 이영훈 목사는 어떻게 알게 됐나?

▲ 테이프와 책을 통해 말씀을 접했다. 목사님을 통해 반성했다. 그리고 목사님께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분과 서신을 주고받길 원한다. 나가면 교도소 관계자분들께 꼭 말씀해 달라. 

- 전하도록 하겠다.

▲ 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다. 답답하다. 세상 살다 보니 너무 억울한 일이 많아서 면도칼로 그만…. 죽이려고 했다거나 절대 그런 게 아니다. 믿어 달라. 참으로 어리석었다. 

- 이것만 확실히 하자. 억울하든 뭐든, 그때 일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나.

▲ 그렇다. 다 내가 잘못한 일이다.

- 폭력은 안 된다. 어떤 이유든 지탄받아 마땅하다.

▲ 항상 기억하겠다.

- 사면이나 가석방 대상이 되려면 반듯하게 생활해야 할 텐데.

▲ 마땅하다. 새사람 되려고 한다. 말로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 교도소 안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친구는 있나?

▲ 없다. 하지만 지충호라고 하면 다 안다.

- 교도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 맞다. 저도 (옆에 입회한 관계자를 가리키며) 여기 계신 교도관님들이 ‘지충호 이제 다르다. 사람 됐다’ 이런 생각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겨울인데 건강하게 생활 잘하시길 바란다.

▲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어떻게 예전처럼 살 수 있겠나. 너무 감사하다. 겨울 따뜻하게 잘 보내시고, 새해 인사 미리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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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 아니다”

지충호씨는 지난 2007년 1월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공직선거법위반, 공갈미수, 공용물건손상 등의 죄에 대해 1심에서 1년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기소한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상해가 아닌 점, 더 이상의 상해를 시도한 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박 후보의 그날의 상처를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상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씨는 박 후보를 죽음의 문턱으로 몬 인물로 알려진 채 쓸쓸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씨는 사면이나 가석방이 없는 한, 나이 60이 다 돼서야 교도소 정문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청송=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테러범' 국선변호사들이 말하는 '그때 그 사건'

 

A변호사

“석궁테러까지…법원, 테러에 예민했나?”

 

- 당시 사건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 지충호로서는 엄청나게 억울한 사건이다. 변론하면서 배후도 전혀 없고 살인미수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살인미수가 무죄란 말인데, 형량을 보면 이거 사람이 기절할 정도다.

- 형량에 문제가 있었나.

▲ 처음에 살인미수 10년이었는데, 폭처법으로 8년을 선고했다. 보통 살인미수가 인정돼도  7~8년이면 많이 나오는 건데…. 무죄가 났는데 그대로 폭처법에 반영시킨 건 무슨 경우인지.

- 중요인물에게 상해를 입혔는데.

▲ 처음에 박근혜를 상대로 해서 간 것도 아니다. 지충호가 거기 간 것은 전에 보호감호 갔다 온 사건이 너무 억울하고, 또 그 안에서 교도관에게 맞아서 눈이 실명된 게 너무 억울해서 이것을 사회에 알리고 싶어서…. 분명 실명은 맞는데 교도관에게 맞은 것은 확인이 안 됐다. 그건 지충호 말일 뿐.

- 처음 계획이라면.

▲ 당시 목표는 오세훈 후보였던 것으로 안다. 연단 옆 계단, 거기서 오세훈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런데 오세훈이가 젊은 사람이어서, 계단으로 안 가고 중간에서 연단으로 갑자기 뛰어 올라가는 바람에 포기한 거지.

- 그런데 왜 박 대표를 공격했나.

▲ 방송에서 박근혜가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고 한다. 마침 박근혜가 그 앞으로 와서 칼을 꺼냈는데, 한쪽 눈이 실명돼서 원근감이 없었던 지충호가 그만…. 내가 변론에서 왜 이렇게 엉뚱한 짓을 했는지 배경을 다 이야기했다. 보호감호 가게 된 것도, 지충호가 억울한 것은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치정관계로 남편이 고소한 사건인데 딱 그거 하나 실형 선고하면서 보호감호로 보내 버린 거였다.

- 형량이 과한 이유라도 있었나.

▲ 그 부분에 법원이 왜 그렇게 세게 선고했을까 한참 생각했다. 그때 마침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석궁사건’이 있었다. 법원 판사도 테러를 당했다고. 테러에 대해 엄청 예민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닌가. 그땐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당시 사건이 박 후보의 TV 광고에 나오고 있는데.

▲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마음을 넓게 써서 지충호를 사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량은 분명히 지나쳤었다. 

 

B변호사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사방에 끌려 다녀!”

 

-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배후설이 있었는데.

▲ 그것 때문에 그분(지충호)을 불쌍하게 봤었다. 우발적 사건은 맞는데,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끌려 다니면서 이런저런 혐의 다 받았었다. 특히 조직범죄, 이를테면 야당의 계획적 테러라는…. 수괴가 누구냐. 이것을 계속 추궁 받았다. 다행히 배후가 없다고 밝혀졌다.

- 지충호씨는 어땠나.

▲ 내가 그분을 만났을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다. “나는 정말로 억울한 사정 하소연하려고 했을 뿐인데, 왜 나를 조직범죄의 수괴로 몰고 가느냐” 이것에 대한 불만이 굉장했다. 검찰에서 당연히 규명해야 할 부분이니까 수사하는 건 당연한데 피고인으로서는 답답한 거다. 가뜩이나 불안한데…. 어쩌다 정치판에 껴들게 돼서, 참 불쌍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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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