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 카페베네 빛과 그림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03 12: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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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숲 못보고 ‘눈앞’ 나무만 본다

[일요시사=경제1팀] 바퀴벌레 만큼이나 매장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의미로 일명 ‘바퀴베네’로 불리고 있는 카페베네. 론칭 4년 만에 전국에 800여개의 매장을 개설한 카페베네의 단기 성장률은 가히 ‘서프라이즈’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장기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매출과 가맹점과의 상생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베네의 고속성장과 그 이면을 집중 조명했다.

1년 만에 100여개, 2년만엔 400개 돌파, 4년 만에 800개 이상 매장 증가.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 ‘카페베네’의 초고속 성장속도다. 오죽하면 일각에선 카페베네의 ‘무서운 번식력’을 바퀴벌레에 빗대 ‘바퀴베네’라 부를 정도다.
 
“많아도 너무 많아”
베네의 무서운 번식력

카페베네는 브랜드를 통해 커피, 와플, 젤라또, 베이커리류, 기타 커피관련 제품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는 프랜차이즈 전문 업체. 2008년 4월 직영 1호점 매장을 오픈할 때만해도 ‘카페베네’가 해외브랜드인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높은 벽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확장전략과 스타마케팅을 발판으로 카페베네는 론칭 4년만에 전국에 800여개의 매장을 개설,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우뚝 올라섰다.

올 들어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직영 1호점을 개장한데 이어 중국에 3개 매장을 동시 오픈하고, 동남아지역은 물론 중동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출시한 제2브랜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는 론칭한 지 채 1년도 안 돼 약 50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올 연말까지 80곳, 2013년 연말까지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난 8월 초에는 세 번째 브랜드인 드러그 스토어 ‘디셈버24’ 1호점을 오픈했고 최근에는 네 번째 브랜드로 베이커리를 선택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이르면 내년 초 베이커리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2년 만에 업계 선두…매출 절반이 인테리어 수익
다이어리·자서전 판매 강요…가맹점 등골만 ‘쏙’

카페베네는 12월 현재도 커피전문점 매장 보유 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단기간 내 급성장을 이뤄낸 김선권 대표에 대해서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여러 가지 불편한 진실들이 있다.

지나친 점포확장으로 일부 가맹점들이 기존 가맹점과 상권이 겹치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가 하면 본사가 ‘인테리어 공사비’ 등에서 폭리를 취하며 가맹점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카페베네 본사는 가맹수익과 더불어 ‘인테리어 공사’에 따른 수익으로 막대한 영업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1679억원 중 843억원(50.2%)이 가맹점 인테리어공사 및 설비집기 판매로 이루어진 매출로 드러난 것이다.

이 가운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인테리어 관련부문의 영업이익률이 무려 26.9%에 이르는 반면 커피판매부문에서는 오히려 81억원의 손실을 봤다. 타 커피전문점의 영업이익률이 보통 7∼10% 수준임을 감안할 때 본업보다 인테리어 장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에도 카페베네는 올 초부터 아예 본사에 ‘건설사업부’를 만들어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전담시키고 있다. 타 커피전문점에 비해 인테리어 비용도 비싸다.


‘속 빈’고속 성장에
점주들 ‘등골 브레이커’

카페베네에 따르면 매장 개설에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은 132㎡(40평형)를 가정해서 3.3㎡당 250만원이다. 반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업체인 투썸플레이스는 3.3㎡당 인테리어 비용이 196만원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에 비해 카페베네 인테리어 비용이 27% 정도 비싼 셈이다.

인테리어 시공 방식도 다르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MDF 원목 등 폐목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카페베네는 값비싼 고가의 원목을 다량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맹점수를 많이 늘려 인지도를 높인 뒤, 막대한 인테리어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본사가 기형적 수익으로 배불리는 반면 가맹점주들은 ‘울상’이다. 가맹점 수가 많아지면서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바퀴베네’라 불리며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본사 측이 2013년 신년 다이어리 및 지난달 16일 출간된 김선권 대표의 자서전 등의 판매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카페베네 가맹점대표 동반성장위원회’카페 에서 한 점주는 “다이어리, 자서전 등을 무자비하게 판매 강요하고 있는데 각 가맹점들에게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지 괘씸하다”며 “점점 본사가 가맹점들의 손해를 불러오게 하는 요인들을 알게 모르게 기묘한 방법으로 강요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점주는 “카페베네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닌 개인 자서전을 서점이 아닌 매장에서 팔 생각을 하냐”며 “판매금액에 대한 추후 로열티 부과문제와 마진율도 거의 없다. 나중에 각 점주들이 물게 될 부가세, 종합소득세를 생각해보면 정말 이익금 제로를 넘어서서 마이너스인데 내가 지금 그 책을 팔게 생겼냐”고 하소연했다.

매출 바닥 치는데
자서전 판매 강요

또 다른 점주 역시 “자서전인지는 한권도 팔리지 않는다”며 “자서전 거치대라고 거창하게 테이블에 담요에 유난을 떨면서, 정작 판매하는 것을 지대로 알리지도 못하는 판매대를 만들다니….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하는일 마다 어쩜 이리도 빈구석이 많은지….매출은 바닥을 치고 이제 직원들까지 걱정하는 말을 하는 판이니 창피하기까지 하다”고 털어놨다.

설상가상으로 본사역시 매출 정체와 함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올해 상반기 850억원 매출액에 6억5700여만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했다. 

작년 상반기 매출액 842억원에 비하면 다소 늘었지만 새로 론칭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매출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이 정체되면서 수익성 역시 악화됐다.

카페베네는 또 미국과 중국, 필리핀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블랙스미스, 디셈버24 등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하면서 부채도 크게 늘었다.

매출 정체·경영실적 악화에 올 상장 무산
“문어발식 확장경영이 자초한 결과”

6월말 기준 카페베네의 총부채는 1385억원으로 작년 연말의 654억원에 비해 두배로 늘어났다. 작년 연말 249%이던 부채비율도 578%로 치솟았다. 총부채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68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부채가 늘어나면서 금융비용도 지난해 상반기 9억40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4억9000만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카페베네는 아예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증시 관계자들은 “카페베네의 상장철회는 일단 실적 부진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여기에 가맹점 수가 워낙 많고 재계약이 순조롭지 않다는 점도 상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문어발식 무분별한 확장경영이 자초한 결과”라며 “이는 곧 부실경영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확장경영
‘부실’의 단초

또 다른 전문가는 “카페베네의 성장은 고정 소비자를 거느린 커피의 소비특성과 불황기 창업수요에 힘입은 커피전문점의 공격적인 확장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며 “이제는 오히려 가맹점주들이 성공적으로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균일한 커피 맛과 품질, 메뉴개발, 매장 서비스와 운영지원 등에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전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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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