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류-비주류 엇갈린 재보선 셈법 <집중해부>

변수 많은데 김칫국 마시기 기싸움 치열하다

4월 재보선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벌써부터 ‘변수’를 대비하는 여야 각 세력의 입장이 각양각색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권이 공천문제 등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기에 향후 당내 역학구도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재보선 변수 및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치와 대응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 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순리이지만 여야 모두 재보선 이후 서로 다른 셈법을 염두에 둔 탓인지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각각 서로 다른 선거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현재까지 국회의원 재보선이 실시되는 5곳(인천 부평을, 울산 북구, 경북 경주,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의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울산 북구에서는 비교적 선전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반면, 경북 경주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사가 무소속 출마함으로서 한나라당이 고전중이란 것이 정설.

호남지역에선 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보이나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로 갖가지 변수가 작용할 태세다. 인천 부평을 역시 거물급 인사들 간의 ‘빅매치’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변수가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친박-친이’, ‘정세균-정동영’, ‘DJ-노무현’ 간의 내부싸움이 본격화되면서 주류-비주류간의 조직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북 경주의 경우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무소속 정수성 예비역 장성의 2파전 양상을 띠고 있어, 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정 장군이 TK(대구·경북)수장으로 불리는 ‘박근혜 효과’의 덕을 볼 것이란 예상이다. 이번 재보선이 낮은 투표율에 그쳐 전형적인 조직선거의 양상을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런 분석은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에선 “이대로 가다가는 경주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감 이 팽배하다. 특히 친이계 인사들은 이번 경주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박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입증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게다가 여당 내 야당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발목이 잡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갖가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돼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친이계에서는 정 장군의 대항마로 정 전 의원을 내세우고 있는 터라 선거에서 패배할 시 ‘친이계 입지 축소’ 등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이상득 의원과 친박계 인사들의 회동을 계기로 ‘친박-친이 화해’를 기대하는 한편, 친이계 내부정리를 통해 친박계를 다독이는 데 총력을 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략공천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친박계 인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대선 이후 당을 장악한 친이계가 자신들을 청산대상으로 몰고, 18대 공천에서 배신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친이계의 기를 단단히 꺾어 놓겠다는 태세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경주 재보선에서 뜻하지 않게 세게 붙을 수 있다. 비공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주에서는 정 장군이 정 전 의원에게 3대1 정도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정 장군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나라당으로 전략 공천될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절대 가능성이 없다. 정 전 의원이 재보선 출마를 포기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친박계에선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보이콧하고, 향후 대권 판세를 관망하겠다는 각오다. 더욱이 경주를 발판 삼아 차기 대권플랜을 서서히 가동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친이는 절대 융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 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데 이어 최악의 경우 둘 중 한 명은 한나라당을 뛰쳐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때문에 ‘친이-친박간의 대혈투’가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경주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에서는 ‘박희태 카드’가 최대 변수다. 지난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원이 확정된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함으로써 박 대표의 재보선 출마 지역이 인천 부평을에서 울산 북구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는 울산 북구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노당-진보신당이 울산 북구 지역에 단일 후보를 내세움에 따라 이 지역에 거물급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게다가 울산 북구 지역에 거물급 인사를 투입할 경우 인근 경주와 지근거리에 있어 한나라당 지도부의 지원 여부가 쉽고,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 경주 통해 ‘박근혜 입지’ 재확인…친이계 노심초사
박희태 출마 변수…울산 북구 출마 통해 경주까지 바람?
 정동영 전주 덕진 출마…정동영 승전보 울려 ‘비주류’ 설움 극복
전주 완산 DJ-노무현 대리전…친노 입지 재확인이냐 DJ 부활이냐

정몽준계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울산 북구로 출마한다면 정몽준 최고위원이 이를 적극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박 대표의 당선은 예상보다 손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 대표가 울산 북구로 출마를 선택한다면 정 최고위원은 울산 동구에서 5선을 한 관록을 바탕으로 박 대표를 측면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전히 박 대표가 출마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함에 따라 그의 출마 결정에 따라 한나라당 재보선 전략에 큰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다. 당 지도부가 지원유세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내부 사정이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대체로 민주당의 텃밭인 전주 덕진, 완산갑에서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당내 주류-비주류가 선거 이후에 대한 ‘계산’이 다르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도부의 경우 정동영 전 장관이 지난 13일 전주 덕진 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정세균 체제에 더욱 강한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송영길 의원은 “정동영(DY) 전 장관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면 ‘제2 이인제’가 될 것”이라며 “어디로 출마하든 DY의 이번 복귀에는 반대한다. 당 지도부가 공천을 안 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지도부에서 이미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반면 정 전 장관의 출마를 옹호하는 세력에서는 ‘당 지도부를 비판’하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인사는 “정 전 장관이 수도권에 출마한 것은 당을 위해 헌신한 것인 만큼 자신의 지역구인 전주 덕진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놓고 민주당 내 인사들이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주 완산갑에서도 DJ-노무현의 대리전으로 인해 계파갈등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DJ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친노그룹인 이광철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번 재선을 통해 계파갈등이 본격화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주 완산의 경우 이 전 의원의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두 전직 수장의 대리인들이 대거 맞붙은 만큼 어느 한쪽에 공천을 주더라도 적잖은 파열음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전주 덕진에 출마를 선언한 정 전 장관으로 인해 정동영계와 정세균계 간의 마찰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더욱이 전주 완산 갑의 구민주계와 친노계 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MB정부의 중간 평가 고사장으로 불리는 인천 부평을은 무주공산이다. 여야에서는 중요한 지역 특성상 서로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물급 인사들이 얼마든지 전략 공천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박 대표는 여전히 인천 부평을에 대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고, 야당에서는 정 전 장관을 전략 공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거물급 인사들 간의 ‘빅매치’가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크게는 여야, 작게는 주류-비주류에서 서로 다른 셈법을 놓고 재보선에 임하고 있다. 또 재보선 이후 여야 내부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이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연차 리스트 터지나?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가 곧 터질 조짐이다.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현역 의원을 소환조사하는 것이 힘들다고 보고, 이달 말까지 최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원들이 검찰 청사를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로 검찰은 박 회장과 가족, 태광실업 및 계열사인 정산개발·휴켐스 임직원 등을 상대로 계좌추적을 벌였고, 불분명한 뭉칫돈을 찾아냈다는 후문이다. 더 나아가 박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배당받은 685억원 중 일부가 국내에 유입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금이 정치권으로 유입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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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