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롯데 '카피캣'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29 15: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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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퉁보다 심하다…유통 황제의 베끼기

[일요시사=경제1팀] 모방은 제2의 창조인가, 비도덕적 양심인가. 업계의 소문난 ‘카피캣(흉내쟁이)’ 롯데의 베끼기 행위가 여전하다. 한 회사에서 거액의 연구비를 들여 인기 제품을 만들어 내면 얼마 안 돼 유사한 상품을 냉큼 내놓는다. 최근엔 제품 뿐 아니라 업태까지 모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무리 ‘아이디어 헌팅’시대라지만 롯데는 ‘카피의 황제’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의 만연한 베끼기 병폐를 살펴봤다.

이번 논란의 주인공은 ‘드럭스토어’다. 이르면 올해 말 1호점을 오픈하는 롯데 드럭스토어를 두고 “또 카피캣이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드럭스토어’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화장품,·건강보조식품, 음료 등을 함께 판매하는 매장을 가리킨다.

드럭스토어도
“분스처럼”

최근 이 ‘드럭스토어’가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유망사업으로 떠오르자 롯데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7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드럭스토어 오픈을 준비했다.

최근엔 사업구상을 완료하고 시장진출 시기만 조율하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말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마트 사이 지하 쇼핑몰에 시범점포를 열 계획이다. 최대 7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도 함께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롯데가 선보일 드럭스토어가 “신세계 드럭스토어 ‘분스’의 카피캣”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 드럭스토어 입점 회의에서 “콘셉트도, 규모도, 취급 물품도 모두 분스처럼”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분스는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에서 운영하고 드럭스토어로 지난 6월 서울 강남역에 1호점을 오픈했다. 분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제품들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거나 다른 드럭스토어에선 볼 수 없던 생소한 화장품 브랜드로 다양성을 추구한 게 특징이다.

안 되면 업태도 베껴라?…흉내내기 ‘점입가경’
인기 신제품 나오면 얼마 뒤 바로 유사품 출시

여기에 약국, 컵라면, 냉동식품, 와인, 음료, 샐러드, 과일 등 다채로운 식품구성과 문구류까지 더해져 원스톱 쇼핑 형태를 만들어 냈다. 현재 입점된 브랜드만 100여 가지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는 롯데가 유통 라이벌인 이마트 분스를 재현한 드럭스토어를 구성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카피캣’이라기보다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가는 통상적인 관례”라는 입장이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롯데의 뿌리 깊은 카피캣 병폐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롯데에서 ‘남의 것'을 베껴 제 것처럼 내놓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6월 서울 금천구에 1호점을 낸 롯데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도 오픈 전부터 ‘코스트코 판박이’라는 구설수에 올랐다. 코스트코는 미국계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이다.

빅마켓은 여러가지 점에서 코스트코와 흡사하다. Vic마켓이라고 적힌 외부 간판의 디자인 뿐 아니라 매장 진입로와 내부 인테리어, 화장실의 위치, 매장입구에서의 회원권 검사, 매장동선과 디스플레이, 회원가입비와 탈퇴규정, 제품 환불, 쇼핑백 등 어느 것 하나 다른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게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했다.


빅마켓을 이용해본 한 고객은 “빅마켓은 모든 요소와 시스템이 코스트코와 흡사했다”며 “만약 코스트코가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있다면, 침해로 소송을 백만번 걸어도 좋을 만큼 완벽하게 동일하다. 롯데가 작정하고 코스트코를 베낀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남이 잘되면?
냉큼 베끼기!

특히 롯데음료의 베끼기 전통은 뿌리가 깊다. 코카콜라 ‘암바사’가 인기를 끌자 이를 모방한 ‘밀키스’를 선보여 역전해 성공했고, 90년대 말 시장을 강타한 ‘2% 부족할 때’도 3개월 먼저 나온 남양유업 ‘니어워터’의 카피캣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광동제약의 ‘비타500’과 유사한 ‘비타파워’를 출시했고 코카콜라의 ‘환타 쉐이커’와 흡사한 ‘쉐이킷 붐붐’,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와 비슷한 ‘아침헛개’,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를 연상케하는 ‘황금보리’, 그리고 ‘비락 식혜’를 모방한 ‘잔칫집’ 출시 등 수많은 ‘미투’ 제품 논란을 일으켜 왔다. 올해 출시한 에너지 음료 ‘핫식스’도 동서식품이 수입판매하는 ‘레드불’과 제품 성분이 똑같아 도마에 올랐다.

이 때문에 롯데칠성은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롯데칠성의 ‘데일리C 비타민워터’가 먼저 출시된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워터’와 병 모양, 색깔, 성분 등이 매우 흡사해 이를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롯데칠성은 제품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통매장에서 기존 코카콜라 제품과 나란히 배치하도록 하는가 하면 “우리 제품에 사용된 비타민은 생산 공정 등 위생을 꼼꼼하게 검증한 퀄리C(Quali-C) 인증을 받은 100% 영국산 비타민”이라며 원조인 코카콜라 제품과 비교 광고까지 진행해 빈축을 샀다.

지난 1월에는 국순당이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롯데칠성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롯데칠성의 청주 브랜드인 ‘백화수복’에서 지난해 12월 출시된 ‘백화차례주’는 국순당이 지난 2005년 출시한 ‘예담’과 병의 모양과 색깔 뿐 아니라 상표의 디자인과 부착위치 등이 흡사해 소비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상표 논란’
법정소송까지

롯데 제과에서도 카피캣 논란은 이어진다. 1974년 오리온이 쵸코파이를 내놓고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자 5년 후 롯데제과가 ‘롯데 쵸코파이’ 상표를 등록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양사는 상표 등록을 놓고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지난 2008년엔 크라운제과가 롯데제과를 상대로 상표권을 무단 도용했다며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크라운제과는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주인공 짱구를 ‘신짱’으로 변형해 스낵제품 ‘못말리는 신짱’을 2001년부터 판매해 왔는데, 롯제제과가 7년 뒤 신제품에 ‘신짱’이란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글씨체도 흡사하게 베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롯데제과는 크라운제과의 ‘버터와플’과 유사한 ‘롯데와플’, 해태제과의 ‘홈런볼’과 비슷한 ‘마이볼’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카피의 황제’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장수제품인 ‘오징어땅콩’을 흡사하게 베낀 ‘오징어땅콩’을 또다시 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뿌리 깊은 병폐…신제품만 내놨다하면 베끼기 구설수
사업 초기비용 생략·안정적 수익보장에 쉽게 못 끊어


이렇듯 롯데는 같은 계열 기업들은 브랜드 네임, 관련 스토리텔링, 마케팅 방식까지 복사기처럼 찍어 베끼고 있는 것을 관행처럼 일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롯데가 잦은 ‘카피캣 전략’을 쓰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사업 초기 시장분석, 연구 개발비, 조사비용 등 투자해야 하는 자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그 첫 번째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인기상품을 모방해 적은 노력을 가지고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잘 나가는 제품을 모방한다면 어느 정도 보장된 수익과 편하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원인이다. 식음료의 특성상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은 쉽게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프로모션 이벤트를 벌이거나 가격을 인하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면 원 브랜드 상품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점이 모방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흉내내기 전략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으니 쉽게 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방이 성공하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으니 버릇이 된 것 같다. 굴지의 유통기업답게 유통망도 잘 갖춰져 있으니 유사품을 출시해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롯데의 카피캣’을 두고 가끔씩 벌이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 중에도 두 가지 반응이 있다. ‘맛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것과 ‘카피로 떼돈 버는 비양심적 기업’이라는 것이다.

카피로 흥한기업
카피로 망한다?


진실이 무엇이든 맛만 제대로 낸다면 장땡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민한 소비자들이 롯데가 출시하는 제품이 무엇을 따라 만든 것인지 모를 리 없다. 베끼기의 카피 캣 제품은 짝퉁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카피 캣 전략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롯데’하면 ‘카피왕’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제”라며 “양질의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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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