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 파장>② 무엇이 안철수 등을 떠밀었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4: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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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제안 순간,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요시사=정치팀] 직함이 바뀌었다. 이제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다. 안철수 전 후보는 지난 23일 오후 8시20분 비장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지난 9월19일, 단상에 올라 대선 출사표를 던졌을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안 전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발표문을 읽어 내려가는 안 전 후보의 목소리는 줄곧 떨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무엇이 안 전 후보 목을 그토록 메이게 만들었을까? <일요시사>가 안 전 후보의 말 못할 사퇴 이유를 분석해봤다.

2012 대선정국이 결국 양강체제로 돌입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전격 사퇴함으로써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이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박 후보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됐다.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양 캠프 모두 '멘붕'

안 전 후보는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안 전 후보의 치열한 66일은 역사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를 가져다 드리겠다는 그의 꿈은 이제 문 후보 몫이 됐다.  

치열한 전면전이었다. 혹시라도 파국으로 치닫는 건 아닌지, 보는 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단일화는 주말을 넘겨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문-안 양측 캠프 인사들은 후보등록마감일인 26일을 가장 유력한 날로 점쳤다.

안 전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에 캠프 인사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 전 후보가 단일화 시한을 앞두고 숙고하는 동안, 아무도 이러한 결정을 예상치 못했다는 전언이다. 안 전 후보의 깊은 고뇌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안철수 양보설'은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조직력 열세가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다.

여론이 정국을 주도하는 분위기에서는 안 전 후보가 주도권을 잡았다. 쪽수가 방점을 찍는 판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문 후보가 뒷심을 발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 전 후보는 쪽수전쟁에서 밀려 '정당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안 전 후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반면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내 정치쇄신 움직임이 호평을 받으면서 신뢰회복에 나섰다. 여론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그러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민주당의 '쪽수전쟁' 조직 동원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였다.

'여론'의 힘으로 올라오다 '쪽수'에 발목 잡혀
'구태' 치우려다 '구태'로 몰려 정치생명 위험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박영선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의 조직 동원 잡음은 요란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김한길-이해찬 당 대표 경선도 석연치 않았다. 이해찬 전 대표가 막판 모바일투표에서 역전하면서 선거인단 모집과정에 의혹이 돼면서, 이 전 대표와 김한길 전 최고위원은 서로 등을 돌렸다.

올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경선에서도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은 말썽이었다. 민주당은 아슬아슬하게 파행을 면했지만, 4·11 총선에 이어 쓰라린 지지층의 이탈을 경험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와 조직 동원에 대한 반성이나 사실 확인 과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은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명부를 바로 폐기했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을 대조할 근거자료가 없었던 것. 

현행법상 경선이 끝나면 6개월간 선거인단 명부를 보관하게 돼 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 경선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구멍 난 법망이 쪽수싸움의 통로가 된 셈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 5일 문 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말 많고 탈 많은 쪽수전쟁에 뛰어들었다. 극적으로 타결된 두 후보의 회동으로 야권단일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양 캠프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단일화 협상단은 파행을 거듭했다.

끝없는 조직 동원 논란
구멍난 법, 민주당 활개

안 전 후보 측이 "협상 위반"이라며 ‘여론조사 조직 동원’을 문제 삼은 것. 안 전 후보 캠프는 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 착신 전환까지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모바일 투표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민주당이 야권단일화를 앞두고 또다시 조직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문 후보 측 시민캠프는 그동안 매체를 통해 "캠프 차원에서 문자를 보낸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문 후보 지지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문 후보 측 시민캠프가 시민멘토단으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

안 전 후보 측 캠프에서도 지지자나 캠프 활동가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느냐는 질문에 정연순 대변인은 "그럴 수 있는 조직도 없고, 인력도 없는 것 다 알지 않느냐. 설령 있다 하더라도 지지자에게 여론조사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모로 가나 뒤로 가나'
피할 수 없는 민주당

현재 문 후보 측은 전국에 3600명의 시민멘토단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문 후보 측 시민캠프의 선거운동 대상이었다. 민주당의 정예군에 안 전 후보의 의병단이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무소속인 안 전 후보가 조직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대선후보가 된다 해도 마찬가지란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안 전 후보는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정치쇄신’에 신경 써야 하는 상반된 입장에 놓인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이뤄 여당이 되겠다는 복안으로 조직력을 동원해 동상이몽을 꿈꾸는 이들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될 것으로 점쳐졌다.

안 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러한 연결고리는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안 전 후보는 그야말로 '허수아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조심스러운 예측이었다.

안 전 후보는 '모로 가나 뒤로 가나' 민주당과의 치열한 쪽수싸움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의 문국현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대통령 돼도 '민주당 허수아비' 노릇 할 처지 
정치 계속할 듯… 향후 구체적 거취는 불투명

이처럼 정국은 안 전 후보에게 유난히 척박했다. 안 전 후보가 협상에서 단일화 시한을 후보등록일 전으로 정한 것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단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여가는 가운데 양측 실무팀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단일화 지연에 대한 화살은 안 전 후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더욱 안 전 후보를 압박하며 '룰 전쟁'을 벌였다.


지난 23일. 결국 양측 실무팀은 안 전 후보 측이 제안한 중재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후보자등록신청 이틀 전이었다. 설령 합의했다 하더라도 물리적인 시간이 문제였다.

급기야 전라북도 완주에서는 단일화를 촉구하며 한 지지자가 투신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 전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를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안 전 후보는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주십시오"라며 후보직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안 전 후보의 이 같은 선택을 두고 전문가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름다운 지지를 보여주지 못해 앞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쟁을 거치지 않고 후보직을 내려놔 민주당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초석을 마련했다"라는 평가도 있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가겠습니다"라고 말해 정치를 계속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로써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문 후보에게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바로 안 전 후보의 지지층 흡수가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안 전 후보가 새로운 카드를 가지게 됐음을 알 수 있다.

문 후보는 우선 정치쇄신 과정에서 비롯된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의 반발을 무마하고 당심을 모아야 안 전 후보를 향해 '제2의 구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정치쇄신 움직임도 문 후보의 숙제다.

두 번째는 안 전 후보 캠프 인사를 포용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했던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위원장의 거취와 직장을 퇴직하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안 전 후보를 도왔던 사람들과의 조직 융합이 두 번째 과제다.

"가시밭길 계속 간다"
안갯속 정치인생

마지막으로 안 전 후보의 정치적 거취 문제 해결이 남는다. 종래 제기됐던 이른바 '문통안총설'이 재차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가 반등을 보이지 못할 경우 회심의 카드로 '안철수 국무총리' 카드를 꺼낼 것이란 분석이다. 

과연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해 오랫동안 대세론을 이어왔던 박 후보를 물리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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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