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복제 파문’의 주인공 배우 전지현이 현 소속사인 싸이더스HQ에 남기로 했다. 전지현의 측근에 따르면 전지현의 가족은 최근 싸이더스HQ의 정훈탁 대표와 만나 전속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싸이더스HQ의 한 관계자도 “전지현과 재계약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전지현과 싸이더스HQ의 계약은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복제 파문’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은 전지현이 싸이더스HQ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지현의 이번 재계약의 의미는 불미스런 일이 있었지만, 신인 때부터 톱스타로 성장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것에 대한 의리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훈탁 대표는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이후 박신양, 정우성, 차태현, 김혜수, 전도연 등의 매니저로 활약한 대표적인 연예계 인물. 정 대표는 1997년 하이틴 패션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전지현을 발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로 키워냈다.
전지현은 1999년 삼성 마이젯 프린터 CF가 화제를 모으면서 단박에 CF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류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전지현의 성공을 이룬 가장 큰 요소는 신비주의와 섹시 마케팅. 최대한 노출을 자제해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가운데 아기 같은 청순한 이목구비와 상반되는 늘씬한 몸매가 시대의 트렌드에 맞아떨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광고계에서 전지현이 출연한 CF 제품은 매출이 두 배로 뛰어오른다는 ‘전지현 효과’란 단어를 만들어내면서 한 해 1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대형스타’가 됐다.
그러나 부침도 있었다. 일에서 보인 완벽한 호흡 때문에 2004년 두 사람의 ‘결혼설’이 보도돼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정 대표는 결혼설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3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냈다. 또한 본업인 연기보다 CF 출연에 더 몰두해 전지현의 배우로서 가능성을 낭비시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전지현과 정훈탁 대표는 오랜 기간 동고동락해오며 스타와 매니저의 모범사례로 불릴 만큼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해 왔기에 재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불황으로 연예계 자금줄이 말라붙은 현실에서 전지현급의 ‘대어’를 영입할 회사가 없다는 것도 재계약 이유로 추측된다.
현재 연예FA 시장에는 전지현뿐 아니라 김아중·최지우·정우성·류승범·박진희·윤계상 등 톱스타 10여명을 포함해 20~30여명의 연예인들이 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물색 중이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자리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요즘 대다수의 매니지먼트사들이 예전처럼 거액의 이적료를 주기 힘들어 연예인들을 영입하기도 남아있게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이적료만 생각한다면 당장 갈 곳이 마땅하지 않아 한동안 노는 연예인들이 생길 수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전 소속사를 나왔거나, 계약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향후 거취를 결정짓지 못하고 고심하는 스타들이 많다. 톱스타라는 점에서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고는 있지만, 이적료와 대우 등 여러가지 계약 조건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전지현급의 톱스타의 전속 기간이 만료되면 연예기획사 어디라도 관심을 쏟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지현 영입을 제안할 기획사가 몇 군데나 되겠느냐”며 “전지현이 싸이더스HQ와 결별한다면 다른 기획사로 옮기기보다는 독자적인 매니지먼트 회사를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지현이 출연한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개봉이 5월로 다가온 것도 싸이더스HQ와 재계약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의 개봉이 다가오면서 영화 홍보와 인터뷰 등 소속사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싸이더스HQ는 전지현의 할리우드 진출작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한국 내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톱스타 성장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것에 대한 의리 선택
연예계 자금 말라붙어 전지현급 ‘대어’ 영입할 회사 없어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5월 개봉 소속사 도움 절실
‘휴대폰 복제 사건’ 검찰 송치로 새 국면… 복제업자에 수사 집중
싸이더스HQ의 한 관계자는 “전지현이 주연한 다국적 프로젝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가 5월 말 일본을 시작으로 6월 영국과 프랑스에서 잇따라 개봉한다”면서 “영화 홍보 및 프로모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지현은 지난해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개봉 및 홍보 활동 이후 연기와 관련한 활동을 다시 벌이게 됐다. 전지현은 그동안 휴식을 취하며 일부 CF 촬영만 진행해왔다.
전지현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5월28일 일본에서, 6월12일과 16일 영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개봉한다. 그 즈음 미국과 한국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싸이더스HQ 관계자는 “조만간 미국 및 한국 개봉 일정이 확정된다”면서 “다른 나라에서 개봉하는 시점과 큰 시차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지현은 영화 개봉 일정에 맞춰 본격 프로모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이 참여해 동명의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블록버스터. 전지현은 인간과 흡혈귀의 혼혈인 여전사 사야 역을 맡아 호쾌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한편 ‘휴대폰 복제 사건’은 경찰의 수사 종결과 아울러 검찰로 송치됐다. 이로써 이번 사건은 검찰의 ‘기소 여부’라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전지현의 휴대전화 복제 사건을 맡았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1팀은 지난달 25일 수사를 마무리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향후 복제업자 추적을 통해 전지현 외 추가적으로 피해를 입은 연예인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번 사건의 관련자로 지목된 소속사 관계자 3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경찰은 아직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휴대전화 복제업자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전지현 소속사의 관계자 3명은 그녀의 휴대전화 복제를 모 업체에 의뢰, 2007년 11월21일부터 26일까지 문자 메시지를 9차례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소속사 정훈탁 대표는 혐의가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피해자인 전지현은 경찰에 정 대표 등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관련자 3명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법원에 기소할 수 있다. 반대로 검찰이 불기소할 경우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