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박근혜 극비 회동설 전모

지난달 28일 성북동 회동…이상득 의원이 제의?


쟁점법안·경주 재보선 놓고 ‘빅딜설’ 나돌기도 
이상득·친박계 “사실 무근”…“박근혜 뿔났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 따뜻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쟁점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조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언제든지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위해 대립각을 세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난데없이 한 언론보도를 통해 ‘이상득·박근혜 회동설’이 나돌고 있어 관심사다. 논란이 됐던 미디어법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손을 들어주고, 경주 재보선 공천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회동설의 주된 골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임박함에 따라 당내 분란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연대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이 그것이다. 과연 바깥에서 이광조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인식되고 있는 두 사람이 안에선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긴 부른 것일까?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이상득·박근혜 회동설’을 들춰봤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전후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갈등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였다. 심지어 친이계에서는 18대 공천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드러내놓고 배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친이-친박간의 앙금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회동설로 여권 술렁
갖가지 추측 나돌아

친이계에서는 한때 박 전 대표와의 관계 복원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이상득 의원과 친박계 인사들이 회동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여곡절 끝에 친이-친박간의 감정이 잠시나마 해빙기를 가졌지만, 완전한 갈등 해소는 아니다. 박 전 대표가 대권 행보를 취하고 있는 반면, 친이계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표를 차기 대권후보로 생각하지 않는 등 미묘한 감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서로를 지지해줄 리가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들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정치적 앙금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했고, 결국 차기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언론사 보도를 통해 ‘이상득·박근혜 회동설’이 나와 정치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회동설의 정점에는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과 경주 재보선이 자리잡고 있다. 한때 친이-친박간의 관계가 멀어지는 기폭제가 됐던 이 같은 상황에서 모종의 대화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가 여야 대치로 긴박하게 돌아가던 지난달 28일 이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서울 성북동 모처에서 회동했다. 당시 이 의원은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 정두언, 이춘식, 권영진, 김성태, 신상진 의원 등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고, 박 전 대표도 이날 오후 사직동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 한국연희단체총연합회 출범 기념식에 참석했던 것.

또 이날 만남은 이 의원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두 사람은 각자의 일정이 끝난 뒤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 이 의원은 2월 국회에서 야당과의 입법전쟁과 관련,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게다가 지난 3일 이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의 역할과 관련, “잘하신 것 아니냐”고 평가를 내린 것에 대해 두 사람 간에 물밑교류가 있지 않았느냐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에서는 이상득·박근혜 회동설로 인해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수면 아래서 꿈틀거리고만 있던 얘기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이재오 제거설, 이상득·박근혜 연대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겨냥해 채찍과 당근 발언을 절충해서 구사하고 있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이·친박 갈등 사전 차단
이재오 전 의원 견제?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통과를 앞두고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간에 ‘모종의 빅딜’이 있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위기론이 잇따라 터지면서 박 전 대표가 ‘공동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탈당카드를 뽑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야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던 쟁점 법안에 대해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특히 당내 화합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친이-친박 대결이 불가피한 경주 재보선 문제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경주 재보선이 과열 양상으로 흐를 경우 양측 간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경주에서는 이미 친박-친이 대결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 의원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이 사무실 개소식을 했고, 이윤성 국회부의장, 최병국·정두언·나경원 의원 등 한나라당 현역의원 30여명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이에 반해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수성 예비역 장성도 무소속으로 출마, 경주에서 승리한 뒤 한나라당 복당을 노리고 있다. 정 장군의 무소속 출마는 당내 친이-친박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지만 친이-친박 대결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회동설이 경주 재보선 지역 교통정리를 통해 일시적 화해를 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즉 회동설이 빅딜설로 번지는 분위기다.

또 이재오 전 의원의 3월말 귀국이 가시화됨에 따라 친이-친박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재오 복귀론과 맞물려 회동설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만큼 이 전 의원의 역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회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귀국할 경우 여권 내부는 어떤 형태로든 분란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여권 한 인사는 “공성진·진수희 의원 등이 이 전 의원의 메시지를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다”며 “타의에 의해서 정치권의 막후 사령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 것. 이와 같이 민감한 시점에서 회동설이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은 만큼 전쟁을 치르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물밑교감을 나누었을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양측 사실무근 주장
음모론 제기되기도

그러나 이상득 의원실과 친박계에서는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회동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화가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친박계 내부에서 이와 같은 말을 함부로 할 인사는 절대 없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가 알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사태파악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이상득·박근혜 회동설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사실 여부를 놓고 여권이 뒤숭숭하다. 그러나 이들간의 회동·빅딜설 여부를 떠나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 해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 대선 체제가 본격화되면 사실상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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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