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2012 PGA투어 총결산

우즈와 매킬로이 주연…나머지는 조연

그야말로 신·구 황제의 끝없는 결투 양상이다. 사실상 올 시즌을 마감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이야기다. 지난 9월24일(한국시간) 끝난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을 끝으로 2012시즌 PGA투어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한국계 존 허 활약 속 최경주·양용은 부진의 늪
훅샷·알바트로스·플롭샷 등 환상적 묘기 대거 등장

10월 초부터 ‘가을시리즈’라고 하는 대회가 4개 열렸지만 각 대회는 상금랭킹 중·하위권선수들이 다음 시즌 출전권 확보를 위해 벌이는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대회로, 아무래도 팬들의 관심이 덜했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우승은 브랜트 스니데커(미국)에게 돌아갔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골프 ‘신·구 황제’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인공이었던 한 해였다.

올해의 주인공
우즈와 매킬로이

세계 랭킹 1위 매킬로이는 이번 시즌을 통해 ‘차세대 황제’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3월 혼다클래식을 시작으로 8월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9월에는 플레이오프 2, 3차전인 도이체방크 챔피언십과 BMW챔피언십을 휩쓸어 시즌 4승으로 최다승을 기록했다.


페덱스컵 우승보너스 1000만달러도 PGA투어의 ‘점수 조정’ 제도만 없었다면 매킬로이의 차지가 되는 것이었다. 4개의 플레이오프대회 가운데 2개를 휩쓸어 플레이오프 3차전인 BMW챔피언십이 끝났을 때 2위와의 점수차를 무려 3232점으로 벌렸기 때문이다.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해도 페덱스컵 랭킹 포인트를 2500점밖에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때 이미 매킬로이가 1000만달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PGA투어가 투어챔피언십 이전에 챔피언이 결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4차전을 앞두고 1위와 2위의 점수차를 250점으로 조정하는 인위적 점수 조정 제도를 만들어둔 탓에 매킬로이는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아쉽게 페덱스컵 우승을 스니데커에게 내줬다.

하지만 프로골프선수의 실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흔히 사용되는 상금과 평균타수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지켜 사실상 이번 시즌 진정한 챔피언은 매킬로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이번 시즌 ‘부활의 샷’을 날렸다. 2009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자택근처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낸 뒤 걷잡을 수 없이 성추문이 불거진 우즈는 2010년과 2011년을 연달아 우승 없이 보냈다.

‘한물갔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올 무렵 2011년 12월 이벤트대회인 셰브론 월드챌린지에서 우승하며 부활을 예고한 우즈는 올해 3승을 거두며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정규대회까지 페덱스컵 포인트 1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오고도 다른 선수들에게 역전을 허용한 부분은 예전 황제의 위용에 비해 아쉬움이 남지만 바닥을 헤매던 최근 2년간 성적을 떠올리면 그래도 웃음을 되찾을 만하다.


특히 최근 그렉 노먼(호주)이 “우즈의 시대가 매킬로이에게 넘어가고 있다. 15년 주기로 골프 종목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 것처럼 신·구 황제의 권력이양기에 자리를 지키려는 우즈와 새로운 황제가 되려는 매킬로이의 샷 대결이 다음 시즌에도 전 세계 골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한국계 선수들 가운데서는 재미교포 존 허(22)의 활약이 가장 눈부셨다. 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한 존 허는 한국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진출하는 등 올해 PGA투어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또 역시 올해 PGA투어에 데뷔한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도 상금랭킹 43위에 오르는 등 순조롭게 PGA투어 무대에 안착했다.

재미교포 존 허
신인왕 후보 거론

배상문(26ㆍ캘러웨이) 역시 72위(117만달러)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반면 최경주(42ㆍSK텔레콤)와 양용은(40ㆍKB금융그룹)은 부진을 거듭해 아쉬움이 가득 남았다. 최경주는 21개 대회에서 ‘톱 10’ 진입이 두 차례, 양용은은 20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나마도 매치플레이 대회였고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로는 4월 셸 휴스턴오픈 공동 29위가 최고성적이었다.

이밖에 올해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한 버바 왓슨(미국·마스터스), 웹 심슨(미국·US오픈)과 생애 네 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가져간 어니 엘스(남아공·브리티시오픈)도 올해 세계 골프팬들의 환호를 받은 선수로 기록될 만하다.

올해도 4대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많은 대회에서 전 세계 골프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명품샷들이 많이 쏟아졌다.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챔피언을 만든 ‘이 하나의 샷’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2012년 최고의 샷은 누가 뭐래도 버바 왓슨의 마스터스 우승을 만들어낸 ‘90도 훅샷’이 아닐까. 왓슨은 2차 연장전 10번 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나무숲 사이로 들어가고 말았다. 나무 사이로 레이업을 하는 것이 안전해 보였지만, 왓슨은 그린 공략을 택했다. 나무숲을 빠져나와 90도 가까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훅샷을 쳐야 했다.

그린까지의 거리는 135야드. 왓슨은 웨지를 들고 40야드 가량 날아가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훅샷을 날렸고, 이는 핀 3m 거리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만약 이 샷이 없었다면 그린재킷은 우스튀젠의 것이 됐을지도 모른다.

왓슨 때문에 빛이 바랬지만 당시 연장전을 치른 루이스 우스튀젠의 알바트로스샷도 엄청난 샷이었다. 우스튀젠은 2번홀(파5)에서 255야드를 남긴 상황에서 4번 아이언을 휘둘렀고, 이는 그린 위에 떨어져 20여m를 굴러간 뒤 그대로 홀컵에 들어갔다. 마스터스 사상 이 홀에서 처음 나온 알바트로스였고, 3타를 줄인 우스튀젠은 순식간에 선두가 됐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부활을 알린 샷도 나왔다. 우즈는 6월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환상적인 플롭샷으로 역전우승을 만들어냈다. 우즈는 16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오른쪽을 살짝 지나 러프 지역에 떨어져 풀에 잠겨 있었다. 홀까지는 15m. 우즈는 과감히 플롭샷을 구사했고, 공은 러프를 넘어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진 뒤 경사면을 타고 굴러 홀로 쏙 들어갔다.

대회 호스트인 잭 니클로스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내가 본 샷 중 가장 과감한 샷이었다”고 극찬했다. 우즈는 이 플롭샷 버디로 공동선두가 됐다.

필 미켈슨은 지난 2월 열린 페블비치 프로암대회 마지막날 12번홀에서 30피트(약 9.1m)짜리 까다로운 파퍼트를 집어넣으면서 선두자리를 지켰고, 10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당시 최종라운드에서는 타이거 우즈와 동반라운드를 펼쳐 구름갤러리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이언 폴터의
신들린 버디행진

라이더컵에서는 이언 폴터의 신들린 버디행진을 빼놓을 수 없다. 폴터는 라이더컵 3일째 포볼게임에 매킬로이와 함께 유럽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제이슨 더프너-재크 존슨 조를 상대로 마지막 5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특히 마지막 홀에서는 10피트짜리 퍼트를 집어넣으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고, 이것이 유럽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