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경영’이석채 KT 사장

‘속도전’으로 KT 개혁 ‘확’ 잡는다!



취임 당일 ‘올 뉴 KT’ 선언…대대적 조직 개편 단행
주인의식·혁신·효율 … 내부경영 쇄신 3원칙 천명

공룡 통신사 KT가 출렁이고 있다. 이석채 KT 사장의 ‘스피드 경영’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 1월14일 임시주총에서 KT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올 뉴KT(All New KT)’를 선언,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또 KTF와의 합병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KTF와의 합병으로 인한 주가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24일에는 합병에 대비해 회장제를 도입하고 부문장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런 이 사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속도가 빨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기업 성격이 짙었던 KT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일각에선 “변화의 속도가 지금과 같다면 1년 뒤에는 모든 직원이 뼛속까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변화의 진원지는 이석채 KT 사장이다. 이 사장은 KT의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보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KT의 미래상은‘All New KT’

이 사장은 남중수 전 KT 사장이 인사 및 사업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사임함으로써 지난 1월14일 KT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이 사장은 “지난 40일간 사장 후보자 신분으로 KT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적인 진단을 들었다”면서 “KT를 활력과 창의가 넘치는 성장기업, KT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모셔가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KT의 미래상을 ‘All New KT’라고 강조하면서 ▲주인의식 ▲혁신 ▲효율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4만여 KT그룹 가족 모두가 주인이 되면 전혀 새로운 KT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방식, 조직, 인사,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혁신을 강조했다.

또한 “효율과 생산성 향상이 KT의 생명줄이라는 인식 하에 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이 사장의 주문은 자신의 경영스타일인 ‘스피드 경영’에 걸맞게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는 취임한 당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KT를 이끌어오던 임원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메가패스, 와이브로를 홍보하라며 본사와 지역본부 직원 6500명 중 3000명을 영업 등 현장에 배치했다.

지역본부를 18개 지역으로 세분화도 했다. 이와 함께 CEO의 창조적 통합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CC(Corporate Center)를 신설하고 IPTV사업을 총괄하는 미디어본부는 육성하는 차원에서 독립부서화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체제로 바꾼다는 방침아래 강도 높은 비용절감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 사장은 당시 “변화와 개혁의 앞에는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있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자회사 KTF를 합병하겠다고 공식발표하고 곧바로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를 신청했다. 또한 올해 19조원인 합병법인의 매출액을 2011년에는 20조7000억원까지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펼쳐보였다.


이 사장은 이날 “KT 주식 1주와 KTF 주식 0.72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양사를 합병하기로 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합병인가를 거쳐 3월 말 KT와 KTF 합병승인 주주총회를 열고 5월18일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선과 무선통신 사업자 결합은 컨버전스 시대의 세계적 조류”라며 “세계에 비해 결합이 늦었지만 우리 IT산업의 동반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합병을 서둘러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합병 걸림돌로 여겨졌던 외국인 지분한도 문제도 바로 해결했다. NTT도코모가 보유하고 있는 KTF 지분의 60%를 넘겨받는 대신 5년 만기 교환사채(EB) 2억5000만 달러어치를 발행해 NTT도코모에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회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T와 KTF가 합병하면 전체 통신 가입자의 51.3%, 매출액의 46.4%를 독식하는 거대 통신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공정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며 “경쟁이 안 되면 통신소비자의 후생도 후퇴하기 때문에 합병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LG그룹 통신회사들도 “KT의 시장 지배력이 KTF에 전이되는 만큼 시내망 분리와 초고속인터넷망 공동사용 등 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뿐만 아니다. 내부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합병 후 3만8000명에 달하게 되는 인력문제다. 이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KT내부에서도 본사 스태프 6500명 중 30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불안감에 떨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합병 뒤에는 두 회사의 스태프 부서 인원 상당부분이 현장에 배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내부 반발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사장은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면서 “KTF합병 성사를 위해 KT가 보유한 모든 카드를 쓸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달 25일 이 사장은 KT광화문 사옥에서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 ▲합병후 당기순이익의 50% 주주환원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비용 절감 등을 골자로 한 주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KT가 주가 부양책을 발효한 것은 KT와 KTF의 주가가 하락, 주주들이 대거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자칫 합병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KT, KTF 합병 사실상 완료

지난달 23일부터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성 여부를 심사해 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침 이날 ‘조건 없이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KTF 합병 심사 시 공정위 의견을 들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방통위가 3월 중 합병 승인 결정을 내리고 KT?KTF가 주주총회를 거치면 합병 작업은 사실상 완료된다.

KT는 이에 앞서 고객별 조직개편과 현장중심으로의 인력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자로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비상 경영 상황임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축소된 범위인 45명에 그쳤다.

임원급에서는 GSS(Group Shared Service)부문장을 맡고 있는 서유열 상무가 전무로, 현장의 네트워크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남일성 단장과 엄주욱 단장이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보 승진자는 총 9명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이동통신시장 1위 업체 NTC의 김영택 법인장을 비롯해 이석채 사장의 현장 중심 경영방침에 따라 현장마케팅 책임자가 4명 포함됐다.

KT측은 “공정하고 투명한 구매를 통해 파트너사와의 상생협력을 이끌 수 있는 인재가 발탁됐다”고 밝혔다. 부장에서 상무대우로는 여성 인력 2명을 포함해 총 33명이 승진했다. KT측은 “상무보 승진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하위직 인사까지 마무리함으로써 조직변화에 따른 틀을 다진 후, 2월19일에는 이 사장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그린(Green) IT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달 24일에는 합병 이후 유무선 통합 경영체제에 대비한 경영체제 정비, CEO의 명칭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한 단계 높이고 3~4개 사업부문을 소사장제(CIC)로 전환하는 한편 사업목적에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KT측은 “재계 9위(공기업 제외)의 통신전문그룹의 위상을 반영하고 대외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5개 부문(홈고객, 개인고객, 기업고객, 서비스디자인, 네트워크)의 일부 또는 전부가 사내독립기업제(CIC) 형태로 전환될 수 있으며 각 부문별로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KT는 또한 부사장, 전무, 상무 및 상무보로 명시돼 있던 집행 임원의 구분을 경영상황에 따라 이사회가 정하도록 했다. 이사회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경영권 이양이 수반되는 자회사 지분 매각에 대해선 지분가액이 1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에 상정토록 조정했다.


KT는 또 무선통신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목적 사항에 추가, 유휴 토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진출하고 탄소배출권을 획득함으로써 이산화탄소저감 비용 상쇄, 보유자산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또한 KTF와의 합병을 위해 새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KT그룹의 인사체계가 연공서열을 탈피한 능력위주의 인사로 바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합병에 대비해 현재 부장-과장-대리-사원으로 정해진 사원 직급 체계가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인 KTF와 맞지 않아 직급 간 구분을 없애고 팀장 외에 같은 직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사장-전무-상무-상무보로 명시된 집행임원의 구분을 경영상황에 맞게 이사회가 정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직급파괴에 따른 보완책으로 KT는 근무연한, 업무 성과도, 인사평가에 따라 호봉을 정리하고 과장급 이상에 적용되는 연봉제를 전 사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KT와 KTF의 임금 격차를 정비하기 위해 ‘유연한 성과급제’를 도입, 출신회사직원 간 성과급여액에 차이를 두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인사제도는 양사 합병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통합 법인이 출범하는 오는 5월18일 직후 시행될 예정이다.

‘스피드 경영’KT 안팎 “놀랍다” 평가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이 사장이 취임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벌써 취임 1년은 된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는 이 사장이 짧은 기간 워낙 많은 일을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KT주변에서는 이런 이 사장의 ‘스피드 경영’을 두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KT 관계자도 “보고를 들어가면 검토해보자거나 지켜보자는 말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 직원들도 놀랍다고 말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멈칫하면 뒤처진다”면서 “과감하게 뚫고 나가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힘을 얻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석채 KT사장은 누구?
지난 1월14일 제 11대 KT 사장으로 선임된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계에 입문했다.

이 사장은 5공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총애로 만 40세가 되기도 전에 청와대 부이사관으로 발탁된 뒤 6공 출범 초기 1년을 빼고 8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5·6공의 경제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에 발탁되기도 했다. 지난 1994년에는 농수산부 차관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맡았다.

1995년에는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영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한 쌀협상에 정부대표로 참석했다. 이어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직전인 95년 정통부 장관 자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PCS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심사기준 등을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바꾸는 등 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오다 검찰수사에서 지난 1996년 LG텔레콤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재계 랭킹 3위였던 LG가 1,2위인 삼성, 현대 컨소시엄인 에버넷을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내자 이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는 한보 불법대출 연루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1997년 10월 미국 하와이대 동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출국한 뒤 PCS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귀국을 포기하고 장기체류 생활에 돌입했다. 하지만 2003년 기나긴 법정 투쟁으로 결국 무죄판결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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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