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강제철거 쑥대밭' 구로 S오피스텔 가보니…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09: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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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일주일 만에…포크레인이 덮쳤다"

[일요시사=사회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S오피스텔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땅주인과 집주인 사이 이권 다툼에 애꿎은 세입자들만 쫓겨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땅주인에 의해 지난 6월 철거명령이 떨어졌는데 집주인은 철거 전날까지 세입자를 받았다. 또 경찰은 등기부등본조차 없는 유령건물이라는데 구청에서는 문제없다며 등기부등본을 떼어줬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린 지난 6일은 공기가 유난히 찼다. 기자는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하며 구로경찰서 맞은편에 위치한 S오피스텔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S오피스텔은 토지주와 건물주 간 싸움에 세입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는 바로 그 건물이다.

출근 땐 멀쩡
퇴근 후 박살

지난 2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법은 S오피스텔이 '준공허가를 받지 않은 위법 건축물'이라며 철거용역 130여 명과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 철거를 위한 명도집행을 시행했다. 이날 집행관들과 용역들에 의해 건물철거가 일부 진행돼 12층 건물의 지상 1층부터 3층까지 초토화됐다.

당시 S오피스텔의 일부 세입자들은 아침 출근 때 멀쩡했던 집이 퇴근 후 돌아오니 엉망진창이 돼 있는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다. 철거 중 집을 지키고 있던 세입자들 역시 강하게 항의했지만 경찰도 방관하는 통에 자신의 집이 부서지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강제 철거 4일 후 기자는 해당 오피스텔을 다시 찾았다. 멀리서부터 붉은 스프레이로 쓴 '철거'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앞에 다다르자 1층 유리창이 모두 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 입구엔 알루미늄 구조물 더미와 쓰레기가 한데 뒤엉켜 있었고 건물 안쪽은 부서진 건물 자재가 널브러져 있었다. 천장 곳곳이 뜯겨나가 있었는데 어떤 곳은 천장 타일이 전선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건물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거울도 망치로 내려치기라도 한 듯 금이 쩍쩍 나가 있었다. 거울 외에도 유리라는 유리는 모두 깨져 바닥엔 유리조각 천지였다. 벽면에는 철거와 X자가 곳곳에 표시돼 있었다. 철거 당일 소형 굴착기까지 동원됐다는 1층은 한 마디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철거당한 집을 살펴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2층에 도착하자마자 한 세입자를 만나 이것저것 물으려 했지만 그는 바쁘다며 "땅주인·집주인 싸움에 죽어가는 건 세입자들이야"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주거구역인 2층은 복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1층보다 을씨년스러웠다.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가운데 뻥 뚫린 공간 덕에 찬바람만 쌩쌩 불었다. 건물 중앙 하늘이 뚫린 터엔 2층과 3층에서 부서진 채 떨어진 창문틀과 부서진 현관문이 널브러져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스산한 기운이 돌았다. 또 벽면 곳곳엔 붉은색으로 철거와 X자가 표시돼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자 현관문 뜯겨 나간 집이 보였다. 있어야 할 문은 없고 '안전제일' 테이프가 바람에 너덜거리며 으스스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토지·건물주 싸움에 세입자 거리로 내몰려
이른 아침 예고 없이 용역 철거반 들이닥쳐

현관문이 사라진 집들은 2일 철거를 당한 곳이었다. 입구에는 철거 당일 붙인 것으로 보이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강제집행예고 고시문'이 보였다. '이 건물은 철거대상 건물로 건물에 입주하고 있는 점유자들은 2012년 6월30일까지 자진하여 퇴거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부서진 가구들과 깨진 전등이 굴러다녔다. 벽지가 찢긴 벽면엔 어김없이 붉은색으로 철거라고 쓰여 있었다. 화장실의 변기와 세면대는 망치로 깨부순 티가 역력했다. 집안 창문도 깨져있었다. 깨진 창 너머로 구로경찰서가 보였다.

처참한 광경은 3층에서도 볼 수 있었다. 철거당한 가구수를 세보니 2층은 20세대 중 6가구, 3층은 20세대 중 7가구였다.


3층을 둘러보던 중 한 여성이 낑낑거리며 쓰레기더미를 옮기는 것을 발견했다. 기자가 "입주자냐"고 물으니 뒤편에 있는 문을 가리키며 "일주일 전에 입주했는데 다행히 철거를 당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기자라고 밝히니 할 말이 많은 듯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5)씨의 집은 깔끔했다. 철거할 당시 집을 지키고 있었다는 최씨는 "사람들이 문을 열려고 할 때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강하게 반항했다"며 말을 시작했다.

철거 당일 어땠는지 묻자 그는 "그날 아침 예고도 없이 불법건물이라며 짐을 빼라는 방송이 나왔다"며 "어안이 벙벙한 채 집안에 그대로 있었더니 해머와 야구방망이를 들고 몰려온 사람들이 벽과 유리를 내려쳐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을 통해 등기부등본도 다 뗐었고 이것저것 충분히 알아보고 입주한 것인데 들어온 지 일주일 만에 나가라니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다른 세입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최씨는 함께 입주한 송모(25)씨 집으로 안내했다. 송씨의 집안은 온통 핑크색으로 꾸며져 있었고 귀여운 고양이가 기자를 반겼다.

송씨는 "으슥한 골목에 위치한 오피스텔이나 반지하 방 등에서 살면서 몇 차례 위험을 느껴 안전한 집을 찾게 됐다"며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 괜찮은 조건인데다가 경찰서가 바로 맞은편에 있어 기쁜 마음에 입주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사전에 분쟁이 있는 건물인지 몰랐느냐고 묻자 "입주 전엔 토지주와 건물주 사이에 분쟁이 있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고 불과 며칠 전에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오피스텔엔 젊은 여성들과 임산부도 많이 살고 있는데 그 난리통에 현금 뭉치와 귀금속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많고 옷가지와 식료품 등이 한 자루 속에 뒤섞여 엉망이 된 사람이 대다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 비운 사이 
집이 없어졌다"

주민 대표 전모(38)씨를 만났다. 318호에 살았던 전씨는 집을 철거당한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피해 정도를 묻자 그는 "20만원에 상당하는 고급 책상이 완전히 파손돼서 버렸고 선물 받은 아디다스 신발은 신어보지도 못한 채 용역들이 가져갔는지 없어졌다"며 "대부분 세입자들의 침대 매트리스는 컨테이너 녹에 젖어서 버렸고 모든 가구를 함부로 밖으로 빼내는 통에 흠집은 물론 다리가 부러진 가구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전씨는 "건물주와 토지주 간 싸움 때문에 세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2층과 3층 같은 경우 실질적인 피해를 많이 받았는데 대표자 협의회를 구성해서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건물주는 보증금을 한꺼번에 다 지급할 여력이 없다며 버티고 있고 자신도 전세보증금 6000만원이 걸려있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집을 철거당한 세입자들은 다들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전씨는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다른 집으로 이미 옮기신 분도 있고 나머지 분들은 11층에 살고 있다"고 답했다. 건물주가 11층에 비어있는 방들을 임시로 쓸 수 있게 해줬다는 것. 전씨도 남은 짐을 추슬러 1116호로 주거지를 옮긴 상태였다.

집을 잃은 세입자를 더 만나보기 위해 11층으로 올라갔다.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빈집이 많았다. 문을 몇 차례 두드린 끝에 박모(42)씨를 만났다. 그는 "준공이 나지 않은 건물에 대해 구청에서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등 요구를 다 받아 줬다"며 "구청에서 입주 허가를 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불법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중개료까지 받아가면서 이곳에 입주를 시킨 일부 부동산업자들은 연락도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만난 대학생 최씨, 송씨 모두 부동산 업자에게 복비를 냈다고 말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다면 정당한 계약절차를 밟고 입주한 세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이 황당한 상황은 왜 벌어진 것일까.

구로구청에 따르면 S오피스텔이 들어선 부지는 학교재단 A학원의 부지였다. A학원은 학교를 폐지하면서 해당 부지 일부를 공원용지로 구청에 기부 채납했고 이때 12층짜리 오피스텔 건설을 허가받았다.

그런데 A학원이 파산하면서 건물주가 성원건설로 바뀌었고 이후 성원건설도 부도나면서 건물주가 B주식회사로 넘어가는 등 오피스텔이 완공되지 못한 채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그 와중 해당 토지는 경매에 붙여져 제3자가 낙찰받아 그때부터 토지주가 건물주가 나뉘게 됐다. 

이후 토지주와 건물주는 서로 토지와 건물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고, 양측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준공허가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다 현 건물주가 건물을 완공한 후 오피스텔 임대사업을 철거 하루 전날까지 지속했던 것.

반면 토지주는 토지주대로 불법점유물 철거소송을 진행해 2006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건물주는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토지주에게 돌려주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러 지난 6월에 이르러서야 철거통지가 내려졌다.


토지주 법정 대리인은 "오래전 철거 발표가 났는데도 건물주는 이를 무시하고 세입자를 받아 왔다"며 "건물주가 세입자들을 계속 받아들이며 이들을 방패로 삼아 최대한 시간을 끌어 그 임대사업으로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법원에서 입주자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는데도 건물주는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기존 세입자들을 안심시켰고 철거 전날까지도 신규 입주자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 오피스텔 건물은 건축 도중 건설사가 부도나면서 준공검사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등기부 등본조차 없는 유령 건물"이라며 "법원의 판결과 지난 6월 퇴거 고지 이후에도 건물주가 유령 건물도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부동산 임대가 가능하다는 법의 빈틈을 악용해 지속해서 세입자들을 받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물주 측은 "350억원의 가치를 가진 건물을 토지주가 15억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가치의 30%만 인정해줘도 깨끗하게 건물을 넘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거 전날까지도 세입자 받아
경찰·구청 나몰라라 구경만

구로구청 측은 "대법원 판결이 났어도 토지주와 건물주 사이에 공동소유나 둘 중 하나의 소유로 협의만 이뤄지면 되는데 사인 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신규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받아준 것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에 문의한 결과 전입신고를 받아주라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건물주가 1명이 아닌 김모씨, 이모씨로 2명인 것. 게다가 220여 세대 중 130세대를 소유하고 있는 김모씨와 88세대를 소유하고 있는 이모씨는 서로 입장이 달랐다. 또 김씨는 연락이 두절된 반면 이씨는 1층에 사무실을 두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며 세입자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씨는 철거 당일 건물 1층 바닥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며 "차라리 불을 지르겠다"라고 난동을 피워 공무집행방해죄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에 세입자들은 경찰의 입장과는 반대로 이씨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씨의 보증금을 한꺼번에 돌려주기 곤란하다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는 듯했다. 세입자들에 따르면 이씨는 철거당한 세입자를 위해 11층 빈집을 내어주는가 하면 보증금도 돌려주려고 노력하는 등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

요약하면 토지주와 건물주 간 이권 다툼과 구청 측의 안일한 행정 처리로 인해 세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토지주 측은 "15억에 건물을 팔아라"는 입장인 반면 건물주 측은 "적어도 100억은 넘어야 한다"며 맞설 정도로 간극이 벌어져 있어 빠른 해결은 힘든 실정이다. 

이에 세입자들은 "토지주·건물주 양쪽 모두 돈 없고 힘없는 세입자들을 인질로 잡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앞으로 세입자들은 대책모임을 꾸려 준공허가가 나지 않은 건물에 대해 전세권설정, 확정일자, 전입신고 등을 가능하게 해 준 구로구청을 상대로 계속 항의할 예정이다. 전씨는 "S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총 300여명으로 임차인 보증금만 3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들 중 큰 보증금이 걸려있는 일부 세입자들은 보증금만 돌려받을 수 있으면 바로 떠날 것이라 말한다. 날이 어두워진 후 퇴근하던 이모(34)씨는 "건물주 측은 항상 분쟁이 마무리 단계고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전세보증금만 준다면 지긋지긋한 이곳을 당장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아있는 최근 입주한 세입자 중에선 용산 때처럼 끝까지 남아서 싸우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건물주 이씨의
진짜 속마음은?

주위를 둘러보던 건물 관리직원은 "이렇게 철거를 할 것이었다면 오래전 건물이 올라가기 전에 할 것이지 왜 이제 와서 이 난리를 치는 것이냐"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건물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건물주 이씨는 기자가 또 다른 건물주 김씨와의 관계와 세입자를 계속해서 받은 이유에 대해 물으려 하자 중요한 회의가 있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땅주인과 집주인이 벌이는 이권 다툼에 힘없고 이용당하는 세입자들만 추운 겨울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 곧 불어 닥칠 엄동설한,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 한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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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