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알뜰주유소 X파일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16 17: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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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기름 '콸콸콸'

[일요시사=사회팀]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기름값이 상승하자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내놨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기름을 대량 사들여 가격을 낮춰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공급가를 낮출 수 있는 석유 공급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허점투성이다. 알뜰주유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지난해 기름값이 치솟자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에 지경부가 서둘러 기름값 안정화 대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알뜰주유소가 제도시행 1년도 안 돼 삐걱거리고 있다. 값싼 기름을 공급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작 현실은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기름값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품질 미달의 기름을 유통시켜 행정처분을 받는 알뜰주유소가 여기저기 발생하는가 하면 '알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싼 기름값도 문제다. 결국 알뜰하지 못한 알뜰주유소는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알뜰' 맞아?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7월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을 비롯한 민간 정유사들의 기름값 100원 인하 기간이 끝나자, 정부는 서둘러 '대안주유소'의 도입을 통해 일반 주유소보다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알뜰주유소를 내놓았다.

지난해 농협 알뜰주유소가 등장했고 올 3월부터 자영 알뜰주유소와 EX(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가세해 전국적으로 3개 운영체제별로 영업 중에 있다. 당초 석유공사와 농협이 대량구매해 구매단가를 인하하고 이러한 비용절감을 통해 가격인하를 하겠다는 것이 알뜰주유소 출발개념이었지만, 현재 실상은 유종별로 운영주체별로 천차만별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면 폴 주유소가 반발하는 것은 물론 자사의 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일반주유소와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유사로서는 알뜰주유소보다는 자기 상표를 달고 기름을 파는 자사 주유소를 더 챙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로운 석유제품 공급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알뜰주유소가 기본적인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채 출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가격 할인 폭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해외에서 석유제품을 직수입해 국내 정유사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는 등의 제도를 동시에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막 밀어붙인 주먹구구 정책
공급가격 일반주유소와 차이 없어 유명무실

현재 석유공사와 농협은 중부권에는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호남·영남권에는 GS칼텍스로부터 정유를 공급받아 재판매 하고 있다. 정부 시책에 따라 1차 공급가격에서는 일반 주유소에 비해 가격이 소폭 낮아도 다양한 카드나 제휴사의 할인혜택 등을 적용하면 실제 판매 가격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난 8월 서울지역 최초로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던 금천구 시흥동의 '형제주유소'가 경영난에 문을 닫으며 알뜰주유소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반경 2㎞ 안에 20여 개의 주유소가 밀집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통에 형제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인근 주유소와 거의 비슷하거나 L당 10원 정도 싼 수준에 불과했고 접근성까지 낮아 경영난까지 가중된 것이다.

알뜰주유소 중에는 기존 주유소보다 오히려 비싼 곳도 있었다. 소비자에게 싼 값으로 제공하는 것도 아니면서 업주는 업주대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알뜰주유소는 업종 간 경쟁만 심화시켰고 소비자에게는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 셈.

이처럼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공급 문제에 대한 지적이 늘자 지난달 정부는 "올해 안에 해외에서 석유제품을 직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조부터 잘못

그럼에도 현재 전국의 알뜰주유소 수는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700개를 돌파했다며 정부는 79억원의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해 올해 안에 알뜰주유소를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제대로 된 검증이나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한 업주는 "정유사와 가격 경쟁을 붙인다고 도입한 알뜰주유소가 정작 기름을 정유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제대로 싸움이 될 리가 있겠느냐"며 "신용카드 수수료나 인건비 등으로 나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이렇다 할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는 애당초 목표로 잡았던 기름값 100원 내리기는 고사하고 버티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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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