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판도라' 지각변동 시나리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12 11:43:03
  • 댓글 0개

백만분의 일이라도 어긋나면 '도로아미타불'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손을 맞잡았다.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민의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양측 진영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연일 신경전이 팽팽하다. 단일화가 불리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양측 모두 이것을 무를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뚜껑 열린 '단일화 판도라'. 이것이 미칠 지각변동을 <일요시사>가 내다봤다.

지난 5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오랜 구애에 결국 화답했다. 안 후보는 전남대학교 초청강연에서 "우선 문재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서 합의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야권단일화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 '1+1=3'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분 확보 위해 경쟁 치열  
경선 과정 '이탈' 조심해야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한 자리에서 오는 25일 후보등록일전까지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단 회동의 분위기나 여론의 태도는 긍정적이란 평이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막힘없이 편안하게 회동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동 후 양 캠프에서 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단일화 협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양측 모두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다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도 방식의 유·불리는 따지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양 진영은 단일화 첫 고비로 '룰전쟁'을 벌일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단일화 방법을 정하기 위해 앞으로 의견 조율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 캠프와 지지자들은 '경쟁'을 통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혹시 모를 '잡음'을 염려하는 눈치다. 지지자 이탈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오랜 구애에 화답, 단독 회동으로 단일화 급물살
협상 과정에서 경선 룰 놓고 치열한 공방 예상

그렇다고 한쪽이 시원하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법으로 단일화를 이룰 수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그동안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요구하고, 안 후보는 입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줄다리기를 해왔던 만큼, 향후 양측의 정치 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도 접전을 거쳐 단일화를 성사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문·안 양측의 룰전쟁은 외부적으로 지지층 이탈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조건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나왔던 단일화 방식은 3가지다. 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 후보 간 담판 등이다. 정당 조직이 있는 문 후보 측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경선에 관한 룰을 정하기 위해 논의를 서두르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두 후보가 유불리는 따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논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단일화 방식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으며 인터넷 채널이나 민원실을 통한 국민의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경선 방식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시간을 검토해보고 있지만 후보등록 마감(26일)을 생각할 때 물리적·시간적으로 가능한지도 검토 대상"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참여' 양측 대립
내부인사 설득해야

정치권은 민주당이 경선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었던 모바일경선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민참여방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해 이 과정에서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질 경우 대선 자체가 위험해 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럴 경우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고스란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대권을 넘길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하더라도 조사기간, 방식, 시기 등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양측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양측 모두 대체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일화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이다.

문·안 후보가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선 방법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내부인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수월치 않아 보인다. 결국 경선 룰은 문·안의 대립적 구도보다는 수면 아래 내부적인 이해관계 조절 성공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잘못하면 쇄신대상 전락
통합 과정 더 위험해

잡음 없는 경선 과정을 거쳐 야권단일화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이후 있을 양측 세력 간 통합 또한 문·안 후보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두 세력이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계파 간 갈등으로 골이 깊어진다면, 이 또한 정치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위험은 단일화 이후, 세력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지분다툼, 즉 '밥그릇싸움'이다.

안 후보는 경쟁력에서 문 후보에 앞선다는 평이다. 하지만 '대통령 적합도'에는 문 후보에게 뒤진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대선까지는 안 후보가, 정권교체 후 국정운영에는 문 후보가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안 후보는 결국 대선 이후에 내·외적으로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무리다. 안 후보 입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경쟁력'이라는 카드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것도 대선 이후 안 후보의 국정운영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후보에게 붙어 다닌 '민주당의 정치쇄신' 과제라는 꼬리표를 안 후보가 달게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세력을 도외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마디로 안 후보는 적에게는 이기지만, 아군에게 격파 당할 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단일화 후 대통령 노리는 것 무리 있어
민주당, 박원순 효과 노려 정권교체 승리 복안

문 후보는 '적합도'에서는 앞서지만 단일화 후 안 후보에 비해 높은 이탈비율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5~6일 양일간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문 후보 지지자 중 13.9%가 박 후보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16~17일 조사에서 나타난 20.1%보다 6.2%p 줄어든 수치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이탈 비율은 10월 조사에서는 20.4%, 이번 조사에서는 20.8%로 나타나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단일화할 경우 부동층으로 이동하는 비율 역시 이와 비슷했다. 문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7.9%의 이탈비율을 보이는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이탈비율은 6.7%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이 같은 상황에서는 안 후보로 단일후보가 결정됐을 때 여권과 부동층으로의 지지층 이탈 방지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문 후보가 경쟁을 통해 단일화 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막판에 안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지지자 이탈을 막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장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한자리에 불과했던 박원순 시장이 안 후보의 지지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민주당에서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안철수 '경쟁력'
문재인 '적합도'

또한 안 후보 입장에서도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지지율의 이탈을 막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럴 경우 이들의 시대적 소명인 정권교체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문 후보로서는 부대는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패가 없는 셈이다.

안 후보가 장고 끝에 문 후보와 회동을 가졌지만, 양측 모두 단일화 이후 있을 지각변동에 힘을 모아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문·안 진영 사람들의 사소한 욕심으로 갈등이 확산돼 이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들 또한 '구태'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