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해외 원정낙태 실태

배 잡고 비행기 타더니 입국 땐 홀몸

[일요시사=사회팀] 원정출산에 이어 이젠 원정낙태다. 지난 3월 중국에서 밀반입한 낙태약을 국내에 유통시키고 불법 원정낙태수술을 알선한 브로커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일부 임신부들을 상대로 낙태약 유통과 중국 원정낙태수술을 알선하는 등 비윤리적 사업으로 거액을 챙겼다. 당시 피의자들은 구속됐지만 원정낙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실태를 조명해봤다.


“유명 미국제약사에서 생산되는 낙태약을 부모님 모르게 전달해드립니다.”

올해 초 중국 산동성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이 같은 광고 문구를 내세워 현재 수입이 전면 금지된 낙태약을 나이·성별 관계없이 불특정다수에게 유통한 피의자들이 구속됐다. 이들은 낙태약 1세트당 35만원씩 약 300여 명에게 판매해 무려 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약에 있다. 이들이 판매한 낙태약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짜 낙태약이었다. 많은 임신부들은 이들이 판매한 낙태약을 복용한 후 심한 복통을 일으키거나, 하혈을 호소하는 등 끔찍한 후유증을 겪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원정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들도 비교적 신뢰도가 적은 중국 의술과 비위생적인 수술환경에 대한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돼 감염이 생기거나 자궁 쪽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 임신부는 원정낙태수술을 받고 돌아와 생리불순을 겪으며 장기적 후유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병원 없어 ‘동동’
다른 나라서 수술    

그렇다면 원정낙태가 성행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원치 않은 임신에 있다. 아직 임신을 하기에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거나, 기형아 진단을 받은 경우 또는 미혼인 경우가 대다수다. 

대학생 박모씨는 임신 징후를 느낀 여자친구와 함께 국내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임신 13주째라는 사실을 듣게 됐다. 논의 끝에 낙태수술을 받기로 했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시술을 거부했다. 당시 병원 측은 “최근 불법낙태 파장이 번져 시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른 국내 산부인과에 몇 차례 낙태시술을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다급해진 박씨는 중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를 통해 상하이의 한 중국 산부인과를 소개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달 여자친구와 함께 중국으로 출국해 낙태시술을 받고 돌아왔다. 항공료와 수술비 등으로 130만원 가량 들었다. 박씨는 “아기를 낳을 수 없는데 국내에선 낙태를 못하게 하니 원정낙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임신 7개월이었던 직장인 이모씨는 헤어진 남자친구와 사이에 아이가 생겨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었다. 이씨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국에서 들여온 불법 낙태약을 주문했다. 낙태약만 복용하면 쉽게 낙태가 될 줄만 알았던 이씨의 예상은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배는 점점 불러만 갔고 임신 7개월이 된 이상 국내 어느 병원도 이씨의 낙태수술을 반기는 이 없었다.

국내 임신 중절수술 단속 강화되자 ‘해외로’
‘풍선효과’우려 현실로…허술한 중국에 몰려

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정낙태수술을 결심했다. 그녀는 관광비자를 받아 중국으로 건너가 뒤, 산동성 예타이시 모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받았다. 수술비용은 약 150여만원에 달하는 거액이었지만, 이씨는 오히려 후련하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마음고생, 몸 고생하는 것 보다 낫다. 아기한테는 미안하지만 낙태한 후 솔직히 한 시름 덜었다”며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해했다.


임신 13주차에 접어든 직장인 김모씨는 임신 초기 태아에게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낙태를 하려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낙태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거니와 태아가 기형인 경우는 법에 규정된 허용 범위(본인 또는 배우자가 정신·신체질환을 앓고 있거나 강간으로 임신한 경우, 임신이 산모의 건강을 해칠 경우 등)에 들지 않아 병원에서 낙태를 할 수 없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김씨는 망설임 끝에 중국 원정낙태를 결심했다. 원정낙태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임신 초기의 경우 60만원에 당일 퇴원이 가능했고 10주가 넘으면 최대 130만원의 비용에 5박6일 일정으로 입원해 수술 받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출산 직전인 임신 28주까지 수술이 가능하다는 곳도 있었다.

한 중개업체는 김씨에게 “나이 어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입원 기간 중 한국 예능프로나 드라마도 시청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서도 불법인
임신 8개월 낙태

국내 불법낙태가 감소하면서 되레 원정낙태는 급증하고 있다. 낙태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풍선효과’가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각 지방경찰청의 사이버수사대가 원정낙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음에도 검색만 하면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원정낙태다. 

한 언론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의 모 병원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낙태수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상담원을 두고 예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병원의 경우 조선족 상담원이 한국인 낙태 상담을 전담하고 있다. 상담원에게 “임신 6주인데 낙태가 가능하나”라고 묻자 그는 “별도의 절차 없이 예약만 하면 진찰 후 수술이 가능하다”며 “7주 이하의 경우 비용은 보통 4000위안(약 67만원)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낙태수술 일정이 많아 일주일 후에 예약이 가능하다”며 “중국에 와서 진찰 후 수술까지 며칠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본지 기자가 찾은 한 블로그에는 자신을 린지라고 소개한 한 원정낙태 브로커가 ‘한국낙태수술 요금이면 중국옌타이에서 2박3일 관광 겸 수술가능!’이란 글귀와 함께 버젓이 원정낙태를 광고하고 있었다. 광고글에는 날짜, 비자 받는 법, 비용 등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었고, 8개월 이상인 임신부도 가능하다며 당당하게 원정낙태를 유도했다.

“8개월도 가능”브로커 인터넷 활개
한국인 전문상담원 두고 불법 영업

‘수술할 병원에서는 토·일요일에도 휴무일 없이 매일 진찰, 접수, 수술합니다. 한국인 전문 상담원 마련돼 있습니다. 중국에 오려면 여권의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중국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5일 전 5박6일치 왕복 항공권을 예매해야 합니다. 여의사는 중국인이지만 간호사들은 모두 조선족이라서 한국말 가능하며 한국식음식도 제공합니다. 중국도 임신 27주부터는 법으로 수술을 금지하고 외국인도 받아주지 않으나 위 두 가지를 모두 말끔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10주 이하는 당일 수술해드립니다. 수술비용은 10주 이하일 경우 65만원, 10주∼32주(8개월)까지는 왕복 티켓값을 제외한 총 130만원으로 입원비, 수술비, 식대, 간병인비, 수수료 등이며 이외에는 일절 없습니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연락처와 함께 원정낙태의 안전함을 강조했다. 광고글에 의하면 많은 한국 여성들이 중국으로 원정낙태를 떠나는 이유는 낙태에 대한 중국의 사회적 인식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관대하기(처벌조항 없음)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탓에 아직도 산아제한 정책(한 가족 1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 해 1300만건 가량 낙태시술이 이뤄지고 있어 부산과(한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한국 의사들보다 훨씬 수술 경험이 많아 믿고 수술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거리가 가깝고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 또한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장점들이 중국원정낙태가 증가하는 원인이라며, 원정낙태를 할 사람들은 365일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한 중국 유학생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병원들이 낙태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 의사들을 일종의 ‘영업맨’으로 고용한 후 낙태를 전담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시중유통 낙태약
수술보다 안전?

기승을 부리는 건 비단 원정낙태만은 아니다. 2년 전 중국에서 밀반입한 불법 낙태약이 처음 국내 임부들에게 접촉된 후 올해 초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유력 피의자 3명을 검거했지만, 아직도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프프렉스-낙태약 왜 수술보다 안전한가?’ ‘낙태약 판매합니다’ 등 낙태약 홍보마케팅을 하며 원활한 문의를 위해 자신의 이메일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불특정다수를 향한 홍보가 위험한 이유는 누구든지 불법낙태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태약 사용을 허가한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에서도 의사의 처방과 지속적인 진단을 받은 후 낙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이는 낙태약을 복용한 후 사망한 여성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처럼 온라인상에서의 검증되지 않은 낙태약 불법거래를 마냥 방치할 경우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도 낙태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의사의 처방 없이 무단약물복용은 훗날 임신부에게 합병증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성장기인 청소년 때부터 낙태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면 나중에 불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낙태약이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낙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몇몇 산부인과에서는 음성적으로 낙태수술을 진행하고 있지만 비용이 100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 낙태약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치 않은 임신
피임으로 예방


경찰 및 의료계에 따르면 낙태반대 운동이 활발해진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 불법낙태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중국원정낙태는 확연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불법낙태로 입건된 건수는 2010년 78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감소한 반면 중국 원정 낙태는 성행하고 있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05년 34만 건이었던 국내 낙태 건수가 2010년 17만 건으로 반토막 난 점을 감안하면 중국, 몽골 등 해외 원정 낙태가 최대 10만여 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모 산부인과 의료진은원정낙태 현상에 대해 “국내 낙태가 한 해 수십만 건임을 감안할 때 급하고 불가피한 사람들은 중국 등으로 낙태 원정을 떠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임신부가 낙태를 전후로 쉬지 못하고 비행기를 타는 등 무리하게 움직이면 건강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검증되지 않은 해외 의료기관에서 낙태를 하다 적절한 조치를 못 받아 골반염에 걸려 불임이 되거나 자칫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며 “국내보다 의료시설이 낙후된 중국에서 낙태수술을 받다 보니 질 입구나 자궁이 찢기거나 감염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파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낙태는 한 생명을 잃는 것이기도 하지만 산모의 건강에 큰 해를 끼친다. 사전에 철저한 피임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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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