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냈던 유기준 의원은 18대 국회에 입성하기까지의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고, 무소속 친박연대를 통해 부산 서구 지역에서 화려하게 복귀했던 것. 각종 악재를 이겨내고 국회에 입성한 만큼 국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겠다는 유 의원의 의지는 확고하다. 또 당내 법률지원단장으로서 당 소속 의원들의 애로사항 등을 직접 듣고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 유 의원은 “정치권이 힘을 합쳐서 ‘국민들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라고 말한다.
“미디어법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선진언론을 위해서는 필요한 법안이다. 그 동안 미디어법과 관련해 야당은 이를 상정하지 않으려 했던 게 사실이다. 비록 직권상정이 됐지만 야당에서 반대 의견이 있다면 여·야가 서로 대화를 통해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
2월 임시국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25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유기준 의원은 미디어법에 관련된 개인적인 입장을 털어놨다. 한때 18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그 당시 심경을 뒤늦게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의정활동과 관련, “항상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유 의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이상득 의원과 회동이 있었다. 어떤 얘기가 오갔으며, 당시 분위기는 어떠했는가.
▲ 당시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여러 가지 얘기가 오갔지만 그중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서 부산·경남지역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또 종교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쪽에서 화답을 보내기도 했다.
- 이상득 의원을 중심으로 당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
▲ 17대 당시 이상득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대표로 있을 때 당을 잘 이끌어 왔다. 그때 이 의원은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일을 잘했다. 그때의 모습처럼 활기차게 당의 a최다선 원로로서 잘 이끌어 달라는 부탁을 했을 뿐이다. 또 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그 속에서 이 의원이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 본다.
- 박 전 대표의 역할론도 강조되고 있다.
▲ 박 전 대표의 생각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현재의 스탠스대로 주요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고비 때마다 한마디 하는 정도로 하는 게 맞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 박 전 대표는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과감하게 승복했을 정도로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믿는다.
- 박 전 대표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가.
▲ 주로 복당한 의원들이 중심이 된 여의포럼에서 만난다. 계파모임이 아닌 단순한 공부모임이다. 여기에서 1~2달에 한 번씩 박 전 대표와 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
박근혜, 고비 때마다 한마디씩 하는 행보 취해야
“이명박 정부 성공해야 박근혜에게 기회가 있다”
- 한나라당 내에서 계파정치에 대한 얘기가 연일 거론되고 있는데.
▲ 박 전 대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계파정치, 줄 세우기 정치다. 이는 박 전 대표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파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당대표 시절 위원장들을 줄 세웠다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쉽게 이겼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를 과감하게 떨쳐버렸다.
- 박 전 대표 주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얘기가 서로 틀리다.
▲ 서로 표현하는 방식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분석을 하는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을 해야 그 다음에 기회도 있다. 이 같은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 단지 방법론에서 있어서 서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 당협위원장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데.
▲ 지난번 총선에서 민심의 소재가 무엇인지 잘 나타났다. 정치적 선택으로 복당을 한 만큼 정치적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다. 때문에 정치적 선택에 따라야 한다. 그 동안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다. 그것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기존관례에 따라 해결해야 된다.
- 이재오 전 의원이 3월에 복귀한다.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 이 전 의원이 귀국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할 말이 없다. 다만 지금 재보궐선거 등 당내 주요현안이 많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에 맞춰서 잘 행동할 것이라 믿는다.
- 17대 국회 당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그리고 18대에서 임하는 각오는.
▲ 17대 국회는 3김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 지평을 연 국회다. 국민들이 바라는 민생문제 해결에 노력하기보다는 이념대립으로 얼룩져 있었던 게 아쉽다. 때문에 18대 국회에서는 민생문제 등을 시급히 해결하는 데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울 때 젖만 주면 되는 게 아닌 아파서 우는지 다른 이유로 우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는 아무래도 우파정부다. 성장 쪽에 치중하고 있고, 세계 추세 역시 그렇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성장으로 가야할 필요가 있는지를 심각하게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TV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나 <1박2일>처럼 함께 1박2일 동안 생활하고 싶은 인사가 있다면.
▲ 자주 만나는 여의포럼 멤버들과 함께하고 싶다. 또 야당 의원들과 함께 1박2일을 보내고 싶다. 초당적 연찬회를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와 함께 할지에 대해서는 마땅히 지목할 수는 없지만, 여야가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면 모든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로간의 선입견과 편견을 버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18대 총선 공천 탈락 당시 <심경고백>
유기준 의원은 18대 국회에 입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7대에서 원내부대표, 대변인 등을 지냈고, 초선의원으로서 나름대로 눈에 띄는 의정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는 결국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친박 무소속연대로 출마,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인 부산 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 당시 심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유 의원의 얘기다.
그는 그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공천심사 당시 당기여도·의정활동·여론조사 등이 기준이었다. 이 같은 심사 기준을 봤을 때 결코 뒤지지 않다. 그러나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화가 많이 났다”며 “공천 탈락 이후 박근혜 전 대표가 전화를 해서는 ‘안그래도 신경 많이 썼는데, 어쩜 그럴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말을 하셨고 이 얘기는 무소속 친박연대의 슬로건이 되기도 했다”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유기준 의원 프로필
▲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 국회 행정자취위원회 간사
▲ 한나라당 대변인
▲ 17·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