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목으로’ APEC 받친 코아스 활약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1.06 13:39:09
  • 호수 1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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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나무를 정상들 의자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난 3월 안동에서 서울의 1.7배에 달하는 면적에 산불이 발생해 10만㎥가 넘는 나무가 잿더미로 사라졌고, 피해액은 1조원에 달했다. 칠흑같은 재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불탄 나무들이 ‘APEC 2025 경주 정상회의’의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세계 25개국 정상들이 앉게 될 회의장과 정상 집무실, 귀빈 대기실의 의자와 테이블이 안동 산불로 인해 타버린 나무로 만들어졌다. 대나무 섬유를 가공한 가죽(BAM-P Leather)으로 둘러싸면서 동물 보호와 친환경적 의미를 더했다.

‘마론 체어’

산불 피해목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해 프리미엄 가구로 탄생시킨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가구 기업 코아스(대표 민경중)가 있다. 민경중 코아스 대표는 “약 90%가 소각 처리되는 산불 피해목을 각국 정상들의 의자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경상북도, 동화기업과의 협업을 구축한 결과”라고 말했다.

코아스는 이번 APEC 정상회의에 친환경 프리미엄 가구 17종을 포함해 총 142점을 협찬했다. 그중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각국 정상이 앉게 될 ‘마론(MARUON) 체어’는 상징적이다. 천연 대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 가죽을 적용했고, 전체 소재의 80% 이상이 바이오 기반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였다.

항균·탈취 기능까지 갖춘 이 제품은 “생태적 럭셔리(Eco-Luxury)”의 새로운 모델로 불린다. 숲은 더 이상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이며 기후위기 시대의 생명 자본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목재 1㎥는 평균 0.25톤의 탄소를 저장하며, 이는 이산화탄소 0.917톤을 고정하는 효과에 해당한다. 즉, 가구 한 점이 곧 ‘산업형 탄소저장고’가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피해목의 90% 이상이 단순 연료로 소각돼왔다. “미국은 가구로 만들고, 우리는 태운다”는 이 짧은 문장이 한국 산림정책의 현실을 압축했다. 민 대표가 제시한 ‘신 산림국부론’은 여기서 출발한다. 숲을 ‘보호의 대상’에서 ‘활용과 저장의 산업’으로, 재해를 ‘보물로 바꾸는 기술’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민 대표는 “숲의 상처를 의미 없이 지워버리지 않고, 국가의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재해를 혁신으로 바꾸는 대한민국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 탄화목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국가 전략을 ‘보호’에서 ‘저장’으로 바꿔야 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미 목재 제품을 탄소저장고(Carbon Storage)로 공식 인정했다. 따라서 국산 목재 가구의 사용 확대는 탄소 감축 실적(NDC)에 직접 반영된다.

‘외교의 장’ 빛낸 타버린 나무
세계 각국에 친환경 산업 알려

정책 혁신의 방향은 ▲국산 목재 우선 구매제 실질화 ▲탄화목 인증제(GR: Green Recycled) 확대 ▲저장량 기반 인센티브 제도화(Storage Right) ▲산림 데이터의 디지털 투명화(QR 기반 이력 추적) ▲지역 순환형 산림경제 생태계 구축 등이다.

숲은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경제의 구조, 산업의 방향, 시민의 감수성이다. 이제 산림 정책은 환경부의 영역을 넘어 산업부·외교부·국토부·문화부가 함께 짓는 국가형 생태 인프라가 돼야 한다.

숲의 복원은 기술이 아니라 시민의 손과 감수성 위에서 자란다. 숲은 더 이상 과거의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지어갈 문명, 인간이 다시 자연과 계약을 맺는 사회적 서약서다.

민 대표는 “이 나무들은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재에서 다시 태어난 나무는 세계 정상의 의자가 됐고, 숲의 상처는 산업의 혁신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세상에 제시하는 산림 국부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의 앞선 사례도 있다. 미국의 아주르 퍼니처(Azure Furniture)는 딱정벌레 피해목을 비틀 킬 파인(Beetle Kill Pine)이라는 브랜드로 되살려 죽은 숲을 예술로 바꿨다. 호주는 피해목을 공공 건축에 활용해 공동체 재생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캐나다는 산촌 일자리, 제재소, 바이오연료 산업을 엮어 ‘로컬 순환형 산림경제(Local Circular Economy)’를 완성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과학은 나무를 이해하고, 디자인은 그 생태를 인간의 삶으로 번역하며, 지역 공동체는 그 과정을 경제로 연결한다. 이것이 ‘숲의 삼각동맹(Science Design Community)’이자 가장 오래된 문명 계약의 현대적 버전이다.

코아스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숲의 시간과 산업의 시간을 동기화하는 실험을 강행했다. 코아스는 ▲내구성과 교체 용이성을 고려한 설계로 제품 수명을 연장 ▲QR 기반 원목 이력 추적 및 탄소저장량 표기 ▲부품 단위 재사용과 재디자인 둥 이 세 가지 축을 함께 작동시켜 불탄 나무는 ‘폐목’이 아닌 ‘재생목’으로 남게 했다.

민 대표는 “가구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탄소 저장장치며, 디자인은 곧 기술적 기후 해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품 협찬이 아닌 산림을 통한 ‘외교의 언어’를 제시했다. 회의 후 모든 가구는 APEC 25개국의 공공기관·학교 등에 기부되고 ‘지속 가능 협찬 모델(Sustainable Legacy Model)’의 첫 사례로 남는다. 이는 곧 공유와 순환의 외교이자 ‘숲을 통한 연대의 정치’의 출발이라는 설명이다.

숲의 상처를 자원으로···신 산림국부론
“숲을 저장하는 나라, 국가 전략으로”

세계 정상들이 앉는 재생목 나무 의자는 친환경 소재 기업인 ‘케이랑’의 대나무 가죽으로 감쌌다. 케이랑의 식물 유래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가 코아스의 혁신적 의지와 맞닿았다. 케이랑은 버섯 균사체(Mycelium)와 대나무-PLA(폴리젖산) 복합소재 기술을 통해 기존의 식물성 가죽 및 섬유 소재가 가진 취약점을 해결했다.

기존 천연 소재의 경우 습기, 온도 변화에 약하고 내구성이 낮아 품질이 일정치 않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케이랑의 독자적 기술은 ▲내마모성 및 내구성 강화 ▲습도·온도 변화에 대한 안정성 확보 ▲가공성 및 디자인 다양성 극대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입증했다.

이를 통해 패션, 리빙, 웨어러블,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상용화가 가능한 차세대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대나무와 PLA 바이오폴리머를 기반으로 한 ‘BAM-P’ 가죽은 80% 이상의 바이오매스 함량을 자랑하며, 완전한 식물 유래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생분해 소재로, 사용 후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또 대나무가 지닌 천연 항균 성분(폴리페놀)이 세균 성장을 억제해 청결하고 안전한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PLA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젖산으로 만든 바이오폴리머로, 산업 퇴비화 환경에서 자연 분해돼 완전한 친환경 순환을 실현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50%를 절감할 수 있고, 인체에 안전한 pH 농도를 유지하고 기계적 강도와 열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PLA 소재는 플라스틱의 친환경적 대안이자 고성능을 실현한 차세대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남다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케이랑은 지난 25년간 지속 가능한 소재 연구에 매진하면서 대나무 기반 가죽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고품질 친환경 소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케이랑은 단순히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소재가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성능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충족시킨 대나무 가죽으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을 품었다.

케이랑 관계자는 “우리는 자연에서 시작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글로벌 친환경 소재 시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재해를 보물로

한편, 코아스와 케이랑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산불 피해목 재활용 가구 외에도 독특한 친환경 제품들을 선보인다. 이 제품들은 80% 이상 바이오 기반 소재로 만들어져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인체에 무해하며, 항균·탈취 기능까지 갖췄다.

이는 해외 제품의 바이오 함유율이 30~5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민 대표는 “숲의 상처를 의미 없이 지워버리지 않고, 국가의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재해를 혁신으로 바꾸는 대한민국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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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