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스크린 마케팅’ 비결 완전해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22 11: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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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명차…알고 보니 국가대표차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정말 튼튼하다." 영화 <인셉션>에 나오는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극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제네시스는 달려오는 기차와 정면으로 충돌하고도 별 다른 문제없이 질주를 계속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이는 분명 현대기아차의 독특한 마케팅 기법이다.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많은 스타들이 기아차의 K9, K7 등을 타고 영화제 곳곳을 누볐다. 현대기아차가 문화·예술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영화 마케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 10월4일부터 10월13일까지 열흘간의 세계적인 영화축제가 부산에서 진행됐다. 1996년 9월13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목표로 시작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31개국 169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27개국 224명의 초청인사들이 부산을 찾았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성장하는 기아차
 

어느덧 17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초청작 75개국 304편,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2편이 소개됐고 20만명 이상의 관객이 행사장을 찾았을 정도로 애초의 목표대로 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갈수록 그 규모와 인지도가 커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장으로 기아차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004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후원사로 참가해 한국의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하면서 젊고 역동적이며 친문화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알리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기아차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주요 영화배우와 유명 감독들의 의전차량 및 행사 업무차량으로 K9, K7, 쏘렌토R 등 총 130대의 차량을 제공했다.

또한 개·폐막식 등 공식 행사에 설치되는 포터월, 포스터, 현수막, 기타 야외홍보물, 입장권 등에 기아차 로고를 삽입하고 행사장 곳곳에서 기아차 홍보영상을 상영하는 등 영화제를 찾은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과 관객들을 대상으로 기아차 브랜드를 적극 알렸다.

기아차는 지난해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인기차종 120대를 의전·업무용 차량으로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을 맞아 문화·예술 차별 마케팅 본격 시동
'스타의 애마' 영화제 등 각종 행사 공식 후원

이밖에도 기아차는 영화제 기간 동안 해운대 해수욕장에 마련된 야외 특설무대인 비프 빌리지에 신형 프라이드를 전시해 영화제를 찾은 영화팬들과 부산 시민들이 직접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미니카페를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했으며 영화제와 관련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북 2만부를 제작·배포하는 등 다채로운 현장 마케팅을 진행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기아차는 부산국제영화제 후원과는 별도로 영화관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12월 CGV청남 씨네시티에 자동차 업계 최초로 전용 브랜드 상영관인 '기아 시네마'를 오픈해 운영 중이다.


기아 시네마는 상영관 곳곳이 기아차 로고 등 기아차를 상징하는 요소로 꾸며져 있으며 달리는 자동차를 형상화한 대형 디지털 조형물을 상영관 입구에 설치해 영화관을 찾은 젊은 관객들에게 활기차고 역동적인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또한 등받이의 높낮이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트를 적용했고 관객석의 위치에 따라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정면, 양측면, 천장 등 총 4개의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최고급 시설로 꾸며져 있어 영화관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기아차는 기아 시네마를 통해 여성 고객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는 초대편지를 보내면 추첨을 통해 140명을 선정해 오는 27일 최신 영화 '007 스카이폴'을 볼 수 있는 'K 시스터즈 데이'와 분기별 1회씩 콘셉트를 정해 '기아 시네마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관에 이어
안방까지 공략한다
 

현대차도 '리브 브릴리언트 캠페인'의 일환으로 각종 영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리브 브릴리언트 캠페인은 '이제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의 개념을 뛰어 넘어 고객들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즐거움이자 삶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현대차 브랜드 캠페인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출시와 연계해 '브릴리언트 시네마 데이' 등 2차례나 고객들을 영화관으로 초대했다.

지난 7월19일에는 전국 CGV 11개소 45개관에 고객 4500명을 초청해 당시 최고의 화제작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상영했으며 6월30일에는 CGV청담 씨네시티의 최고급 상영시설을 갖춘 '더 프라이빗 시네마'에 고객 90명을 초청해 연화 <연가시>를 상영하는 초대형 영화 마케팅을 펼쳤다.

현대기아차는 문화마케팅뿐만이 아니라 국내외 영화에 다양한 차종을 출연시키는 PPL을 통한 마케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저 놈이라고, 현대차." 2004년 8월 개봉작 <본 슈프리머시>에서의 제이슨 본의 대사다. 이는 한국관객들의 귀를 놀라게 했고 눈은 은색 EF소나타가 나타나자 커졌다.

초반부 추격신에서 등장한 EF소나타는 장시간 노출이 된 것은 아니지만 꽤 중요한 장면에서 주인공이 차를 타고 쫓고 쫓기는 긴장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에도 EF소나타는 2005년 개봉된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 <우주전쟁>과 2008년 국내 개봉된 <허트로커>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 속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2010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블록버스터 SF액션 영화인 <인셉션>에 등장한 제네시스였다.

극중 비가 쏟아지는 꿈속의 도시로 들어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태우고 달려오는 기차와 충돌하는 장면에 등장한 벨벳레드 컬러의 제네시스는 기차와 충돌한 뒤에도 별 타격 없이 쌩쌩하게 달리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을 연출했다.


영화는 아니지만 국내 인기리에 방영된 화제의 미국드라마 <워킹데드 시즌2>에는 현대차 투싼ix가 주인공의 차로 등장한다. 특히 이 드라마에선 투싼ix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가 구형 미국 자동차라는 점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투싼ix가 튼튼하다"는 등의 대사가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등 현대차의 상품성과 브랜드를 알리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영화·드라마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면서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차가…"
국내외 영화·드라마 PPL 
상품성·브랜드 홍보 효과

최근 영화에는 현대차가 2012년 고현정 주연의 <미스고>, 비 등이 출연한 액션 블록버스터 <R2B>, 유동근 주연의 코믹물 <결정적 한 방> 등에서 에쿠스 리무진, 제네시스, 쏘나타 등을 선보였다. 기아차는 윤계상 주연의 <풍산개>, 이병헌과 최민식이 열연한 <악마를 보았다>, 황정민과 류승범 등 연기파 배우가 출연한 <부당거래> 등에서 K7, 모하비, 쏘렌토R 등을 선보였다.

드라마에서는 지난 2009년 이병헌과 김태희가 출연한 대형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KBS 2TV)서 출시 전 K7을 먼저 선보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2010년에는 <신데렐라 언니>(KBS 2TV)서 스포티지R을 출시 전  선보인 바 있다. 올해에도 신세대 스타 유아인 주연의 <패션왕>(SBS)에서 K9을 출시 전 공개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차도 지난해 이민호 주연의 액션 드라마 <씨티헌터>(SBS), 김래원과 수애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천일의 약속>(SBS) 등에 벨로스터와 i40 등 신차를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프레지던트>(KBS 2TV)에도 제네시스, 에쿠스 등을 성공적으로 협찬한 바 있다.


특히 <시티헌터>에서는 주인공 이민호를 비롯해 드라마 주요 인물들이 벨로스터를 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벨로스터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실제 드라마 방영 이후 벨로스터의 일 평균 계약대수가 방연 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하는 등 시청자들의 이목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천일의 약속>에선 극중 박지형 역을 맡은 김래원이 i40를 타고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고 이서연 역을 맡은 수애는 엑센트, 노향기 역을 맡은 정유미는 벨로스터를 각각 타고 등장해 현대차의 주요 차종들이 노출되는 효과를 얻었다.

영화 통한 마케팅으로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

현대기아차는 고객들이 가장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영화·드라마라는 소재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은 스타들의 멋진 모습과 어우러지는 자동차의 모습을 보며 그것을 꿈꾸기도 하고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특히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국제적인 행사와 유명 영화에서 현대기아차의 엠블럼을 더욱 자주 보게 된다면 현대기아차는 더 많은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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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