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한 한국마사회 비리 백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26 0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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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 얘기해도 들은체 만체 '마이동풍'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청렴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는 한국마사회입니다." 한국마사회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흘러나오는 멘트다. 하지만 마사회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청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사회를 '비리백화점'이라 부른다. 마사회는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비리종합 선물세트'를 선보여 한바탕 곤욕을 치르게 생겼다.

"원수를 만나면 경마장으로 데리고 가라"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누구라도 경마에 잘못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해 스스로 망가짐을 일컫는 말이다. 그만큼 경마는 카지노, 복권, 도박 등과 함께 사행성 짙고 중독성 강한 놀이 중 하나로 꼽힌다.

공기업 KRA 한국마사회에겐 청렴하고 투명하게 경마장을 경영해야 한다는 책임이 뒤따른다. 우리나라 경마산업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과욕으로 보인다. 마사회의 경마장 경영 실태를 살펴보면 방만한 경영을 넘어 비리와 특혜의 온상지가 되고만 느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사회는 국감 시즌만 되면 연례행사라도 되는 듯 지탄을 받고 있지만,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 정도는 줄지 않고 있다.

불법도박 고의방치
불법조장 부당편취

마사회는 올해 국정감사 역시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지난 15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위 국감에서 온갖 특혜와 비리가 적발돼 명실상부한 '비리백화점'임을 입증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매년 반복되는 비난세례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을 보면 마사회에게 특혜와 비리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부정을 묵인한 채 국감 및 감사 기간만 넘기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1인당 구매상한액인 10만원을 초과해 마권을 파는 부분에 대해 매년 지적을 받으면서도 제재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오히려 농식품위 국정감사에서 배기운 민주통합당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로부터 제출받은 '구매상한액 위반 등에 대한 점검결과' 자료에 따르면 경마장서 구매상한액 위반을 적발한 건수가 2009년 786건에서 2010년 3945건, 지난해 526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구매상한제도는 경마를 보러온 일반인들의 과도한 구매를 막기 위해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한 제도로 사행성을 줄여 건전한 경마문화를 안착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에 2009년 8월부터 사감위 소속 현장조사관을 두고 이를 상시 지도·감독하도록 했다.

과거 무제한이었던 경마 배팅 금액은 1984년 이후 점점 줄어 현재는 1회 10만원 하루 최대 15회가 마권 구매상한액이다. 따라서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배팅을 15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구매상한액 위반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더구나 마사회는 대부분 고객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어서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는 이유로 별도의 통계자료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경영·청렴한 세상 말뿐…돈벌이에 혈안
매년 반복되는 비리적발, 개선 의지는 있나?

이를 두고 배 의원은 "구매상한제를 지키지 않으면 그만큼 마사회의 수익이 늘기 때문에 제재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마사회가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강력한 의지로 구매상한제를 철저히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마사회가 불법 온라인 마권 1387억원 어치를 팔아 이중 130억원 상당을 부당 편취했다는 폭로도 터져 나왔다.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지난 2008년 12월23일부터 이듬해 7월19일까지 약 8개월 동안 판매를 계속해 130억원의 수익금을 얻었었다고 한다.

온라인 발매란 마사회가 마권을 대리인 입력방식, 자동입력방식 음성안내시스템, 인터넷PC 및 모바일 휴대단말기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경마장 발매창구를 통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전국 어디서나 마권을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시민단체들이 이 제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자 사감위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 법제처는 지난 2008년 12월17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사감위는 농림수산식품부에 온라인 발매를 폐지토록 요청했고, 농림부는 12월23일 마사회에 통보했다.

마사회는 공문수령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8개월간 계속 온라인 마권을 팔아 130억원의 이익을 챙겼던 것이다.

마권구매표 및 마권용지 납품과정도 석연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업체 두 곳이 독점을 해왔는데, 이 업체들이 낙찰받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받은 마권구매표 및 마권용지 입찰 관련 문서에 따르면 마권구매표의 경우 지난 3년(2008~2010년)간 A업체가, 마권용지의 경우 지난 4년(2008~2011년)간 B업체가 독점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입찰심사결과를 보면 A업체는 2008년 6등, 2009년 5등, 2010년 6등으로, B업체는 2008년 3등, 2009년 3등 등 2011년까지 3등으로 심사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권 구매표 납품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그동안 A업체가 그동안 거둬들인 마권구매표 사업 매출은 33억6700만원이고 B업체가 거둬들인 마권용지 사업 매출은 53억5998만원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마사회는 "적격심사 및 제한입찰로서 납품 실적 등 업체에 대한 실사까지 한 후 사업권을 준 것으로 문제가 안 된다"고 맞섰다.

하지만 제한입찰 및 적격심사라 해도 객관적인 점수가 중하위권 업체에 매년 사업권을 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덕불감증 넘어
비리불감증 만연

이뿐만 아니다. 경마장용 모래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업체 간 입찰 담합 정황이 드러났다. '모래 구매 입찰 자료'에 따르면 부산경마장의 경우 상대 업체가 입찰 상한가를 넘는 가격을 적어내 특정 업체를 고의로 밀어준 사례가 최근 2년간 4차례 발생했다.

2011년 4월에는 A업체를 위해 B업체가 입찰 상한가 대비 102% 가격을 써내 탈락하고, 같은 해 9월에는 C업체를 위해 A와 D업체가 각각 105%와 109%의 가격을 적어내 탈락했다. 제주경마장의 모래 구매 입찰 과정에서는 두 업체가 5년간 돌아가면서 나눠 먹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가 장외경마장(마권장외발매장) 설치를 추진하면서 부실사업자에 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선지급하는가 하면 매장 설치인가를 받지 못해도 토지를 매입해 준다는 비상식적 매매확약서를 써주는 등 무책임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날릴 위기에 처한 돈이 1800억원 대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주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마사회에 대한 국감에서 "마사회가 서초, 마포, 용산, 순천장외경마장 개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보증금이나 선지급금 등으로 지급한 뒤 회수하지 못하거나 건물·토지 등에 묶여있는 돈이 무려 1823억원에 달한다"며 회수대책을 추궁했다.

황 의원은 마사회가 미회수한 돈은 지난해 마사회 당기순익의 59%에 달하는 것으로 매매대금이나 보증금 등이 과다지급된 것도 문제지만 부동산 경기하락 등으로 토지를 매도한다고 해도 회수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을 것이며 기회비용 상실, 소송비용 등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시세보다 전세보증금과 건물평가액을 높게 계산한 순천(101억)과 용산(357억), 부실사업자에게 매매대금을 과다하게 선지급한 마포(669억), 장외매장 인허가를 받지 못해도 토지를 사겠다는 상식 밖의 매매확약서를 발급한 서초(696억) 등으로 이와 관련해 마사회 임직원 13명이 이미 징계됐다.

이를 두고 황 의원은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법 위반 여부를 떠나 경영진이 통째로 바뀔 중대 사안이지만, 경영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실무진에게만 책임을 지게 했다"며 "마사회가 문제가 된 자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관련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넘은 무책임 경영
총체적 부실로 이어져


한국마사회 임직원들의 도덕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도 반복됐다. 그 정도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젠 도덕불감증을 넘어 비리불감증으로 발전한 듯하다. 올해 마사회 임직원들은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는 것을 넘어 을지훈련 기간에도 골프를 치러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마사회는 을지훈련 의무 수행기관으로 훈련 참가 직원 외 모든 직원이 을지훈련에 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은 2009년 을지훈련 기간 중 7회, 2010년 5회, 2011년 7회, 2012년 5회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공직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또 마사회는 마주 등 관계자에 대한 복지를 위해 10억여 원을 들여 총 3개의 골프 회원권을 구입했다고 밝혔지만, 회원권은 마사회 직원들이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라온컨트리클럽, 세인트포컨트리클럽, 에덴밸리컨트리클럽 등 3개 골프리조트의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사회 임직원들이 근무일에 이 세 곳의 골프장을 찾아 이용한 일수가 최근 3년간 814회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까지 포함하더라도 4일에 3회 꼴로 골프를 치고 다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마일인 금요일과 토요일 이용횟수도 26건이나 돼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를 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반면 올해 제주경마장이 소유한 골프 회원권 이용 실적을 살펴보면 임직원 외에 외부인의 사용실적은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마사회 임직원들이 도덕 불감증은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급 시설처장부터 4급 과장을 포함한 총 9명이 용역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현금, 한우선물세트, 장뇌삼, 룸살롱 비용 등 총 32건에 걸쳐 727만원의 향응을 수수해 처벌을 받은 바 있고 2008년부터 2년간 마사회 임직원 18명이 카드사의 지원을 받아 모두 5차례에 걸쳐 5600만원에 상당하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이 적발됐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선 2009년 4월부터 2011년 3월 사이 마필행정센터 직원 2인이 공모하여 마필관리자 상해보험 가입금, 조교사회 대팻밥 보증금, 관리사 통근버스 비용 잔여금 등을 총 82회에 걸쳐 6676만원을 횡령해 온 것이 밝혀져 징계처분을 받았다.

또 부산경남경마공원 서비스팀에 근무하는 4급 직원은 2010년 5월10일부터 5월14일까지 서울 삼성동에서 진행된 외부교육에 왔다가 교육장소를 무단이탈하여 5일간 강원도 카지노에서 도박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총무팀의 직원이 2010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향정신성 의약품 메스암페타민(속칭 필로폰)을 매수, 투약해 오다 적발되어 징계 처분을 받는 사건도 있었다.

마사회의 연도별 징계건수를 살펴보면 2009년 9건(11명), 2010년 6건(10명), 2011년 10건(13명)이 발생했고 올해 8월까지는 8명이 경마비위행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을지훈련 중 골프치고 출장 중 카지노 가고
평균 연봉 8000만원 '신이 내린 직장' 답네 

이번 국감에서는 마사회가 규정을 어기고 임직원에게 사택을 제공한 것도 모자라 아파트 관리비에다 식비까지 지원해 온 것도 드러났다.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이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현재 안양에 위치한 천마아파트 3개 동을 임직원 337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입주 대상 관련 규정은 '무주택 세대주인 기혼자'로 제한돼 있지만, 마사회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임직원 98명(29.1%)에게 사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특히 이 가운데 26명은 아파트 등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고, 6명은 무려 4채나 있는데도 사택에 입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지난 2011년에는 지방경마자 등으로 전보된 직원 중 기혼자로서 부양가족이 없이 근무하거나 독신으로 입주한 직원에게 아파트 관리비 및 도시가스 요금 등 관리비 4750만원과 조·석식비 5659만원 등 1억원 넘는 예산을 사택 입주 자격에 미달되는 임직원들에게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마사회는 사전에 통제해야 할 감사와 이사회 등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는 것 아니냐는 국회 안팎의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감사원에 의해 2005년부터 경마 홍보와 저변을 확대하겠다며 무료 승마 회원 제도를 운영하면서 사회 고위계층에게만 혜택을 준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이 2010년 6월부터 7월까지 한국마사회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한국마사회는 무료 승마회원제를 운영하면서 국회의원과 은행 고위 임원, 개인병원장, 건설업체 대표 등 사회 상위 특정 회원 16명만을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한 점이 드러난 것. 마사회는 무료 승마 회원제를 공평하고 투명하게 가급적 많은 사람이 골고루 이용할 수 있도록 회원을 모집해야 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또한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아 무료 승마제를 아는 일반인 마주는 거의 없었다.

특권층만 주는
'특혜 보따리'

감사원에 따르면 마사회는 비리와 특혜를 넘어 돈 잔치까지 벌이고 있었다.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 마사회 기관 운영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2009년 경마관련 영화제작에 20억원을 지분투자 했다가 17억7200만원의 손실을 봤다. 당시 면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제작자의 과거 영화 흥행기록만 믿고 투자액을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퇴직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과도한 피복비를 지급하는 등 방만한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국감에서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783명의 마사회 임직원 중 회장(2억2000만원), 1급(평균 1억2000만원), 2급(평균 1억600만원) 등 총 96명의 임직원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사회의 전체 평균 연봉은 8100만원 수준으로 고액연봉이다.

온갖 비리와 특혜가 만연한데 연봉까지 빵빵한 마사회, 괜히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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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