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밤, 단속을 비웃고 있다

노래방은 ‘불법’ 노래밤은 ‘합법’?

노래방 도우미가 단속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음악산업진흥법(이하 ‘음산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적으로 강한 단속의 파도가 몰아쳤고 더 이상 ‘법적 규정이 없어 단속을 못한다’는 말은 나오지 못하게 됐다. 비록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는 은밀하게 영업을 하고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경찰이 단속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만큼은 확실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노래방(노래연습장)이 아닌 일반 유흥주점에서는 여전히 도우미의 고용이 가능하다. 단속을 비웃는 ‘노래밤’으로 대표되는 일반 유흥주점의 변태 영업을 취재했다.

문제는 이들 유흥주점이 ‘노래밤’, ‘노래장’이라는 간판을 내건다는 데 있다. 노래방에서 일을 하지 못하던 도우미들은 대거 노래밤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었다. 노래밤의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장점이다. 아가씨들의 수급에도 더 이상 문제가 없고, 손님들도 이제 노래방 보다는 노래밤 또는 노래장으로 몰려온다.
이곳은 가격이 노래방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인테리어가 훨씬 뛰어나고 언제든 아가씨를 불러도 합법적이기 때문에 남성들도 선호하는 편이다. 노래밤은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합법 위장(?)한
유흥의 장소

한때 ‘노래방’을 즐겨 찾았다는 김모(42)씨.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늘 노래방에서 아가씨들을 불러 술을 마시곤 했다. 룸살롱과 같이 비싼 곳을 가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과 ‘술과 여자’를 해결할 수 있으니 그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유흥의 장소였던 셈이다.

노래방보다 비싸도 아가씨 호출 합법에 남성들 선호
유흥주점으로 분류…도우미 고용은 완전히 ‘합법적’
도우미들 ‘합법적 일터’란 인식 팽배해 속속 ‘노래밤’ 입문
노팬티 노브라로 부비부비…일부 업소 유사성행위 권유도


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노래방에 가지 않는다. 노래방 도우미를 단속한다는 뉴스를 접한 뒤부터 괜히 찜찜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술과 여자’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새롭게 발길을 돌린 곳은 ‘노래밤’이나 ‘노래장’과 같은 업소다.

그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시스템은 거의 비슷하지만 술을 마시고 여자를 부르는 것이 완전히 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노래밤 업주는 김씨에게 ‘법적 지식’을 충분히 설명해주었고 이는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에는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것이었다. 다만 이곳에서 나오는 비용이 예전의 노래방보다는 조금 더 비싸기는 했지만 ‘불법’이 ‘합법’이 되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룸살롱보다는 훨씬 싸지 않은가. 마음 편하게 도우미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노래밤 업주가 김씨에게 전해주었던 그 ‘법적 지식’이란 무엇일까. 그러니까 뉴스에서 나왔던 ‘노래방 도우미 처벌’은 음산법에 의거한 것이다. 음산법은 문광부에서 제정했고 이는 노래방에 한정되는 법률이었던 셈이다.
반면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식품위생법에 따라 관리를 한다. 물론 유흥주점에선 접대부 여직원을 고용할 수가 있다. 결국 ‘노래밤’과 같은 업소는 문광부의 관리를 받는 곳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름을 유사하게 지은 것은 업주들의 소위 ‘얄팍한 잔머리’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노래밤과 같은 업소에서 접대 도우미의 고용은 더 이상 불법이 아닌 완전히 합법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업주들의 마음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딱히 뭐라고 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업주들은 가격은 기존의 노래방보다 약간 더 비싸게 하고 노래방과 같은 시스템을 운영함에 따라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법적인 것이야 어찌됐던 손님들의 입장에서도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여자도 부를 수 있으니 이제 노래방에 갈 필요는 전혀 없다. 불법 업소와 합법 업소가 공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불법 업소를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많은 손님들이 ‘노래밤’으로 몰리고 있어 업주들은 오히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 노래밤 업주는 “차라리 노래방 도우미 단속이 우리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됐다. 아가씨들 구하기도 훨씬 쉬워지고 손님도 전보다 늘고 있다”면서 “매출이 느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기존의 노래방 업주들도 유흥주점으로 업종 변경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우미의 입장에서도 현재의 법적 시행은 ‘일거양득’이다. 굳이 단속이 있는 노래방으로 일을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노래밤으로 가게 되면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팁도 약간 더 올라가 생계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노래밤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 보건증을 발급받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노래방에서 일할 때는 보건증이 필요 없었지만 ‘유흥주점’에서 일을 하기 위해선 보건증이 필요하다. 그간 전국적으로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던 여성은 5만~6만명으로 추산되어 왔다. 그녀들이 일거에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그녀들이 찾아낸 탈출구 역시 노래밤과 같은 일반 유흥업소였다.
유흥주점 도우미로 일하는 L양은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변한 것은 없다. 물론 때로 유흥업소에 고정 도우미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예전에 보도방을 통해 노래방으로 나가던 것이나 고정 도우미로 일하는 것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업주의 얄팍한 잔머리로
노래밤 마니아 급증

L양은 이어 “나이가 들었다고 이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노래방에서 많은 가정주부들이 도우미로 나선 바 있고 손님들도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아가씨’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런 사람들은 이미 룸살롱으로 가기 때문에 불만을 가진 남성들도 별로 없다. 결국 우리에게는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도대체 노래방 도우미 단속 같은 것을 왜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래방과 노래밤 등의 유흥주점을 헷갈리게 하는 ‘잔머리’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업소에선 ‘술마시는 노래방, 도우미 항시 대기’ 등의 문구를 쓰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홍보나 간판에 쓰여질 뿐 실제 이곳은 노래방류의 노래연습장이 아니고 일반적인 유흥주점일 뿐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인식에는 ‘노래방’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이런 간판으로 손님들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당연히 이곳이 ‘술도 마실 수 있고 도우미도 있는 노래방’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좀 더
변태적으로…

이런 유흥주점 등에선 과거보다 더욱 퇴폐적인 서비스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증언이다. 웬만한 북창동의 서비스는 ‘저리 가라’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선 북창동처럼 ‘인사-계곡주-전투’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시스템은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손님이 더욱 자유롭게 자신이 노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알몸’으로 벗고 노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가씨와 흥정만 된다면 즉석 섹스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예 대낮 영업을 하는 유흥주점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즉석 섹스’를 메인 콘셉트로 하는 업소마저 생기고 있을 정도다.

친구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는 K(35·회사원)씨는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자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낮에 시간이 있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한 친구의 제안으로 3명 정도가 유흥주점으로 가게 됐는데 정말이지 그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어 “이제는 아예 룸에 들어올 때부터 속옷은 입지도 않고 온다. 노팬티에 노브라로 들어와 신나게 놀았다”며 “결국 그것은 즉석 섹스를 노골적으로 부추긴다는 얘기가 아닌가. 상당히 놀라기는 했지만 어쨌든 즐기러 간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서비스였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일부 업소에선 또 이렇게 노골적인 성관계보다는 오히려 ‘유사성행위’를 권하는 곳도 있다. 기존의 ‘대딸방+유흥주점’의 새로운 콘셉트라고 보면 된다. 이런 업소들은 기존의 대딸방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대딸방만 가지고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술과 유흥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흥주점의 이런 운영행태와 경찰의 방치를 두고 가장 많은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은 기존의 노래방 업주들이다.


‘술·여자·노래’ 무장에
기존 노래방 폐업중

노래방 업주 P씨는 “이런 식의 눈가리고 아웅이 계속해서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누구는 유흥주점으로 간판을 못 갈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는가. 그래도 최소한 자식 눈 부끄럽지는 않으려고 그런 식의 영업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정부는 우리에게 오히려 유흥주점을 권고하는 꼴 아닌가. 건전한 노래방을 하고 싶어도 그렇게 유흥주점에서 물을 흐려놓으면 더 이상 노래방이 설 곳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노래방 업주 R씨는 “끊임없이 헌법소원을 하고 있고 이런 불합리한 것을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떤 음모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R씨는 이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비상식적인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라며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전부 이해력이 떨어지는 바보들인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기존의 노래방들은 연일 폐업을 신고하고 있으며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들 때문에 뭔가 특단의 대책이라고 취해야할 판이라고 한다.
그러나 ‘술과 여자와 노래’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기존의 유흥주점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향후 특정한 법 개정이 없는 이상 이 같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구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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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